나무 내음을 맡고
십일월 초순 둘째 토요일이다. 지난주에 이어 대산면 나눔문화센터에서 진행하는 목공 강좌 나가기로 된 날이다. 창원 농촌활성화지원센터에서 지역민을 위한 작은 집짓기 목공 강좌를 개설했는데, 나는 시내에 살면서 청강생이 되어 등록해 나가니 기능보다 교양을 쌓는데 유익한 시간이다. 강사는 항공기 제작회사에서 은퇴 후 목공으로 변신해 사회적 협동기업을 창업한 이였다.
아침 식후 창원역으로 나가 1번 마을버스를 타고 도계동 만남의 광장에서 용강고개를 넘으니 안개가 짙어 가시거리가 짧았다. 동읍과 대산면 일대는 밤사이 높아진 대기 습도로 인해 안개가 끼는 날이 종종 있었다. 광활한 주남저수지 수면과 낙동강 물줄기에서 낮의 복사열에 의해 증발 수증기가 밤에 식혀져 아침이면 안개가 끼는 현상으로 계절이 바뀌는 즈음 일교차 큰 날 나타났다.
가술에 닿아 대산 나뭄문화센터에는 세 명의 강사팀이 트럭으로 실어 온 목공 장비와 교재를 부렸다. 제1 착으로 출석해 강의실로 올라 뒤이은 수강생이 나타나 인사를 나누었다. 둘째 시간은 서까래 설치 교육인데 강사는 힘든 고비가 있을지라도 참아주십사고 했다. 기능 습득에 앞서 인성교육을 강조하는 강사는 ‘깨진 물동이’ 동화를 소개하며 세상에 쓸모없는 사람은 없다고 했다.
이론과 실기가 병행되는 교육에서 강사는 못을 전혀 사용되지 않은 목조 주택 이음매를 실물모형으로 제작해와 보여주었다. 집을 짓는데 중요한 서까래의 각도와 길이를 어떻게 하느냐는 삼각함수를 실제 생활 적용한 계기였다. 기둥에서 들보를 걸친 수평에서 직각이 세워진 상태 빗면으로 비스듬한 서까래의 각도와 길이를 구하는 데는 계산기로 삼각함수 원리를 적용해 값을 찾았다.
실내에서 이론 수업을 마치고 옥외로 나가 목공 장비로 목재에 그은 선을 따라 잘라 모형 지붕에 얹었더니 아귀가 빈틈없이 꼭 맞았다. 이어 지난 시간에 판자를 하나씩 받아 톱날로 잘라둔 도마를 조금 더 진전시키는 작업을 했다. 모서리에 톱날이 지난 거친 부분을 사포로 문지르는 일이었는데 어렵지 않게 해냈다. 이후 다시 실내로 올라 강의를 마무리 짓는 소감을 나누었다.
오전 목공 강좌를 마치고 인근 식당에서 한 끼 요기를 때우고 혼자만의 오후 일과가 기다렸다. 아침에 타고 왔던 창원역을 출발해 강가 신전으로 가는 1번 마을버스를 탔다. 무척 이른 시간에는 강변으로 자주 나갔는데 한낮은 처음이었다. 날씨가 뜨거웠던 지난여름은 나서볼 엄두를 감히 내지 못했을 테다. 종점 신전마을에 닿아 골목을 지나 옥정으로 올라가 본포 강가로 나갔다.
본포 수변 생태공원에는 꽃이 핀 물억새가 갈색으로 바뀌어 야위어지는 때였다. 이른 봄 잎이 돋을 때 연둣빛 능수버들 이파리는 아직 푸름을 간직한 채 포물선을 그렸다. 물억새 틈새로 무리 지은 쑥부쟁이가 엷은 보라색 꽃잎을 펼쳐 가을이 이슥해지는 운치를 더해 주었다. 마주한 건너편 강기슭은 반월 습지 생태공원으로 가을이면 코스모스 꽃길 명소로 알려진 초동 연가길이다.
둔치 공원에는 주말을 맞아 가족이나 연인들이 차를 몰아와 텐트를 쳐 고기를 굽거나 산책으로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 학포로 건너는 본포교 교각 아래 생태 보도교를 따라 북면 수변공원으로 건너갔다. 창녕함안보를 빠져나온 물길은 천주산 꼭뒤에서 흘러온 샛강 신천 물줄기가 보태졌다. 북면 수변공원도 명촌마을까지 십 리에 이를 둔치로 가을의 서정이 물씬한 풍광이 이어졌다.
높이 자란 나무의 그림자가 시침을 가리키는 해시계 공원에서 잠시 서성이다 둑을 넘어 바깥신천으로 갔다. 들녘 농로를 따라 마금산 온천장까지 걸어도 되겠으나 종점 마을에서 올 버스를 기다렸다. 얼마 후 내봉촌에서 상천을 거쳐오는 11번 버스가 다가와 차에 올라 온천장을 거쳐 화천리를 지나 굴현고개를 넘었다. 반송시장에서 족발을 샀는데 상추가 밀려 쌈을 싸 먹을 셈이다. 24.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