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죽은 나를 들것에 실어 나른다
새는 이해하지 못한다 사람들이 나를 데려가는 것과 자신이 홀로 남겨지게 될 것을
새는 새장에 숨어 소리 지른다 있는 힘껏 소리 지른다
나는 그 소리가 공포에 질린 소리라는 것을 안다 사람들에게 나를 내려놓고 여기서 나가라고 요구하는
소리라는 것을 안다
사람들은 새가 소리 지르는 것을 개의치 않는다
나는 새를 도울 수 없다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 괜찮을 거라고 저 사람들은 너를 해치지 않을 거라고 나를 해치지도 않을 거라고 이야기해줄 수 없다
사람들이 떠나고 새는 혼자 남는다 텅 빈 방에서 새는 어찌할지 모른다
내가 살아 있었을 때
할 일이 있었다 누군가가 울고 있었는데
나는 되뇌곤 했다 사람들은 저마다 주어진 슬픔이 있다 당신에게는 당신에게 주어진 슬픔이 있고 나에게는 나에게 주어진 할 일이 있었는데
슬픔만 있다
새는 조심스럽게 방을 나선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생사만이라도 알고 싶어요 울면서 가슴을 몇 번이나 내리치는 사람을 본 적 있다
못이 박힌다 관이 단단히 닫힌다
내 시신은 연기가 되고 재가 되었는데
새는 두리번거리며 온 집 안을 돌아다닌다
새는 나를 보지 못한다
새는 나를 보지 못한다
뼛가루가 단지에 담긴다
새야 너는 누운 내 위에
엎드려 있는 것을 좋아했지
나는 널 위해 일찍 귀가했고 자주 누워 있는 사람이 되었다
그런 게 길들임이라면 길들임이겠지만
내가 너의 깃을 잘랐다
네가 날다가 유리창에 머리를 부딪히는 것을 막기 위해
창문을 열었을 때 위험한 바깥으로 네가 날아가는 것을 막기 위해
우리가 함께 살기 위함이었지만
내가 너의 깃을 잘랐지
그런 게 길들임이라면 길들임이겠지만
불에 탄 물질의 분자구조가 변하듯 어떤 관계는 되돌릴 수 없는 형태로
한쪽을 불태운다
모여서 울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함께 촛불을 든 사람들이 있다
검게 그을린 사람들이 있다 나는 바깥에서 그들을 지켜 본다
나는 유난히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들어주던 사람에게 그래서 자주 울상이던 사람에게
내가 죽게 되면 새를 부탁한다고 농담을 하곤 했다
그가 나의 새를 데려간다
그는 새의 두리번거림을 이해하는 사람이 되고 자주 누워 있는 사람이 된다
이제 나의 새를 부탁해
먼지와 병균으로부터 추위와 배고픔으로부터 황조롱이와 고양이로부터 슬픔과 슬픔으로부터
안에서 안으로부터
- 시집〈사랑하는 일이 인간의 일이라면〉봄날의 책
△ 시집〈사랑하는 일이 인간의 일이라면〉/ 출판사 서평
천국이 있다고 하자 새가 천국에서 당신을 기다린다고 하자
당신도 천국에 간다고 하자 당신은 새를 만나 미안하고 기뻐서 엉엉 운다
- '새 이야기' 부분
사랑하는 대상의 상실, 즉 죽음은 반드시 닥쳐올 미래의 사실이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라고 하자)이므로 부러 미리 걱정하지 않으면 좋을 텐데도, 설하한의 화자들은 상실이 안배할 슬픔을 당겨 느낀다.
그러나 세계는 원래 오류투성이라고
나는 쉽게 결론 내리곤 했다
죽은 동물이 놓인
접시 앞에서
단지 그럴 뿐이라고
- '빛과 양식' 부분
설하한 시인의 상실로 인한 슬픔에 대한 예감이 특별한 까닭은, 시인이 벌어진 상실 혹은 벌어질 상실에 대해 시로 쓰고 있다는 점을 문면에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시집 전반에 걸쳐 반복되는 새의 죽음이라는 사건에 대한 화자의 반응은 2부에서 단언처럼 제시되었다가 3부에 이르러서는 쓰기의 곤혹스러움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불쑥불쑥 등장한다. 시인은 왜 슬픔을 쓰는가라는 질문에 설하한 시인은 정답을 말하기보다 고투를 보여주는 방식을 선택한 듯하다. 우리가 살면서 갑자기 들이닥친 슬픔을 언어화할 때 느끼는 곤혹스러움이 그러하듯이 말이다.
'해설'에서 임지훈 문학평론가는 설하한 시인이 형상화한 슬픔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이것을 단지 슬픔이라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것은 슬픔이되, 반복되는 아름다움이며, 모든 것을 깨뜨리기 위해 쌓여가는 실패의 흔적이다.'
우리에게 슬픔을 느낄 능력이 여전히 남아 있기를 바라며, 설하한 시인과 함께 애도의 예감을 거닐어보길 바란다.
Bagatelle No.3: Dreaming Tears in a Crystal Cage · Ezio Boss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