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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자(追跡者)-44
“여기 디스크가 3 장있다. 잘 보관해라.”
32.
나는 안 주머니에서 디스크 4 장을 꺼내 3 장을 주었다. 그리고 표면에 영어로 쓴 희미하게 남아있는 Humaterian-X 라고 쓰여진 제목 아래 36145 Trapalga. Frm 0. YEKE<-W 표시가 있는 첫 번째 디스크는 칼끝으로 그어서 지워버린 채 그대로 다시 주머니에 넣어 두었다.
“그리고 안에 계신 분이 방금 한국서 도착하신 박인서 할머니이시다. 내 할머니의 조카이기도 하다. 지금 곧 노보텔 호텔로 가서 편안하게 쉬도록 해라. 굉장히 불안해 하실 것 같으니 너는 가능하면 곁을 떠나지 말고 함께 있도록 해라. 할 수 있겠지?”
“예. 그럼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언제쯤 오실 건가요?”
“가능하면 빨리 다른 한 분과 함께 오겠다.”
그들과 헤어져 나는 스틸 스트릿을 타고 서쪽으로 달렸다. 지금 시각은 스틸 스트릿이 더 한가함이 틀림없는 것을 알고 있다. 20 분을 달려오니 우측에 트라팔가 로드싸인이 보였다. 우회전을 하여 온타리오 호수 가까운 401 하이웨이에서 시작되어 북쪽으로 뻗어 간 트라팔가 로드를 달렸다. 여기서부터 북쪽으로는 왕복 1 차선 길이다. 길 양옆으로 늘어선 나목들은 어둠 속에서 터널을 이루었다. 그 터널을 헤드라잇에 의존하여 온 신경을 모아 앞만 보며 달렸다. 그들의 차는 보이지 않았다. 나보다 먼저 도착했을지도 모르기에 36145 를 향해 달렸다. 어둠 속 멀리에서 브레이크등이 켜졌다간 다시 꺼지고 하였다. 그들의 차였다. 앞서 달리는 그들은 남쪽으로 내려오는 차량들의 불빛에 속력을 줄이곤 하였다. 나는 헤드라잇을 껐다. 그들 차의 브레이크 등은 양쪽 다 크고 넓었다. 최근 판매되고 있는링컨 MKZ 였다. 또한, 그들은 쎄지로를 트렁크에 가두지 않았다. 뒷좌석의 그녀 모습이 앞에서 달려오며 비추는 헤드라잇의 불빛을 받아 그림자로 비춰 보였다.
우선은 안심할 수가 있었다. 이제 어떻게 그녀를 구해낼 것인가를 생각하고 행동하면 되었다.
에시그로브읍의 작은 타운 길가의 상점들 대부분은 방범용 실내등을 제외하고는 불이꺼져 있었다. 그들은 이 읍의 네거리를 지나 북쪽 죠지타운쪽으로 넘어갔다. 나는 이 길을 잘 알고 있었지만, 더구나 움스크로 가기 전 날도 이곳의 칼림교 지교에 왔었다. 이 네거리를 넘어 약 200 미터쯤 더 가서 우회전하여 잡초를 뚫고 들어가면 그들 칼림교의 지교가 있다. 그러나 그들은 그곳을 통과하여50 미터쯤 더 가서 좌회전하였다. 36145 였다. 그들의 지교는 36100 이었다. 36145 는 반대편에 있었다. 이 지역이 그렇듯이 광활한 지역에 창고처럼 지어진 가옥이었다. 어둠속에 희미하게 실루엣으로 보이는 가옥은 꽤 높고 컸다. 도로에서 100 미터는 들어간 잡초 언덕 위에 서 있었다. 나는 입구에서 일단 차를 멈췄다. 과연 말리부를 그곳까지 가져갈 것인가를 고민하여야 했다. 그때 가옥으로 들어가는 길목의 잡목 속에서 자동차 실내 등불을 보았다. 그 차는 잡목과 숲 속에 들어가 은폐되고 있었다. 아마도 케롤과 제레미일 것이다. 그들은 쎄지로가 타고 있는 차의 아크샤를 그대로 보냈다. 나를 알리지는 않았지만, 그들은 역시 나를 봤을 것이다. 나는 말리부의 헤드라잇을 끄고 천천히 움직여 가옥으로 들어갔다. 그때 휴대폰 벨이 울렸다. 케롤 경사였다.
“James?”
“Yes. I’m”
“You have it?”
“They have it”
“What you said it about?”
나는 케롤이 무엇에 대하여 묻는지 알 수가 없었다. 움스크에 왔었다고 하여도 그녀는 디스크에 대하여 알지 못하고 있다. 나는 인질이 그들에게 있다고 말하였다.
“Now I’m on my way. Watch me behind.”
나는 휴대폰을 껐다. 겨울 잔디와 자갈이 깔린 가옥 앞 주차장에는 링컨이 주차되어 있었고 그 외 5 대의 차가 더 주차되어 있었다. 꽤 많은 인원이 집결해 있음을 뜻했다. 내가 무기를 소지하지 않은채 그들과 조우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었다. 허나 무기를 소지했다 하더라도 그들을 감당할 수는 없을 것이었다. 그럴 바엔 차라리 빈손이 덜 위험할 수도 있을 것이며 그들을 안심하게 하며 탈출 방법을 임기응변하여 모색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스스로의 결전 의욕을 다졌다. 말리부를 주차장 입구 가까이에 앞을 도로로 향하게 하여 주차하였다.
그들 중 한 명이 내게로 다가왔다. 이호규였다. 그의 손에는 소음기를 장착한 권총이 들려 있었다. 그는 총잡은 손으로 차에서 내려오라고 손짓하였다.
가옥은 나무로 지어졌으며 오래되어 보였다. 우측 끝에 출입문이 있었으며 그 위로 이 층에는 불이 켜져 있었다. 가옥에 가려지지 않은 뒷편은 낙엽이되어 떨어져 나목만 남은 작은 나무들이 군락을 이루어 어둠을 더욱 짙게 하였다. 가옥 앞 주차장을 지나 도로까지는 겨울잔디와 잡초들로 비스듬하게 경사진 언덕을 메우고 있었다. 나는 문을 열고 내려 담배를 꺼내 물었다. 그리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 한숨과 함께 길게 연기를 토해내었다.
“자동차 열쇠?”
이호규가 가까이 다가와 손을 내밀며 말했다. 그는 긴장하고 있었다. 그러나 잘하고 있었다. 왜 그가 자동차열쇠를 달라고 하는지 알고 있었다. 나라도 그랬을 것이다. 나는 주머니에서 말리부의 열쇠를 꺼냈다. 그런 동작에서도 이호규는 전과는 달리 전혀 놀라지 않았다. 든든한 보험에 들어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기억력이 좋지 않은 운전자들은 비상용 자동차 키를 검정색 테이프를 중간에 붙여 자동차 뒤쪽이든 앞문 밑바닥이든 어딘가에는 붙여 놓는다. 나 역시 기억력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님을 잘 알고 있었다. 나는 이호규의 얼굴을 보았다. 그는 찡그리며 손을 다시 흔들었다.
“꼭 이렇게 해야 되겠소?”
“필요할 때 다시 돌려 드리겠소. 약속합니다.”
그는 아직까지는 폴라이트하였다. 나는 말리부 리모컨에 달랑 열쇠 하나만 달린 것을 그에게 주었다.
“예비키는?”
그는 똑똑하였다.
“말리부는 고물이 다 되었소. 수십만키로 넘게 뛰었고, 이제 퇴역할 때요. 예비 키가 왜
필요하겠오. 나도 어디에 있는지 모르오.”
그는 이미 내 차를 확인하였던 터라 쉽게 수긍하였다.
“따라 오시요.”
그는 앞서 걸었다. 보험이 없었다면, 그도 절대 이렇게는 하지 않을 것이다. 삐걱거리는 오래된 나무문을 열고 들어서자 휑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 안은 넓은 공간이었으며 좌측에는 오래되어 낡아 버린 트럭과 폐타이어와 드럼통들이 모여 있었다. 우측 벽에는 2 층으로 올라가는 나무계단이 붙어 있었다. 그 계단 옆에 작은 목조 사무실이 있었다. 문은 닫혀있고 불도 켜지지 않았다. 그 사무실 위에 나무천정을 바닥으로 만든 2 층 사무실이 또 있었으며 그 2 층에서 쎄지로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직 살아 있었다. 그 계단은 일층에서 조금 떨어져 지하로 내려가고 있었다. 지하에서는 밝은 불빛이 올라왔다. 1 층 구석에 쌓여있는 잡초에서 썩는 냄새와 나무벽의 썩는 냄새 그리고 오랫동안 구석에 방치해둔 통에서 나는 기름냄새가 합쳐 퀴퀴하였다. 나는 이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으로 갔다. 그러자 이호규가 달려와 내 앞을 막았다.
33.
“지하로 내려가시오.”
그 말을 신호로 이층에서 쎄지로의 신음이 들리며 계단을 내려오는 소리가 났다. 쎄지로가 겁에 질린 얼굴로 두 손이 묶인 채 내 앞에 섰다.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할 수가 없었다. 쎄지로를 이렇게 치욕스럽고 고통스럽게 만든 모든 잘못은 나에게 있었다. 뒤에 따라 내려온 사람은 여자였고 강일성의 비서라고 했던 스와니 즉 미라였다. 그녀는 쎄지로를 앞세우고 계단을 내려갔다. 나는그 뒤를 따라 내려갔다.
나무 계단은 대체로 튼튼하여 삐걱대는 소리가 나지 않았다. 층계는 18 개였다. 바닥은 흙으로 되어 있었으며 계단 뒤편의 벽 쪽으로 불이 밝게 켜져 있었다. 네 개는 되었다. 새어 나온 빛은 그 전구들로 부터 였다. 그 불빛 아래 6 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강일성, 그 옆에 역시 소음기를 장착한 권총을 든 동양인, 에드가 말한 모습의 클리스코프, 잉거스터, 역시 소음기를 장착한 총신이 짧은 반자동 소총을 든 러시아인 그리고 링컨을 운전했던 것으로 보이는 아크샤. 그도 역시 소음기를 장착한 권총을 들고 있었다.
아크샤 스코노프. 그는 현직 OPP 형사였다. 그들은 이곳에 모인 지 얼마 되지 않았으며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내려가자 그들은 모두 나를 쳐다보았다. 왼쪽은 어두웠으나 지하실 중간에 둥근 나무들이 천장을 받치며 반을 가른 벽으로 되어 있었다. 그 벽 중간은 약 2 미터 넓이의 문이없는 출입구로 되어 있었다. 그 나무기둥 사이로 끝 부분이 희미하게 보였지만, 오래되었을 같은 잔디깎는 기계와 제설기계 등 농기구들이 쌓여있는 것이 보였다. 그 또 다른 한쪽에는 포크리프트가 벽에 붙어 있었다. 전체 공간의 크기는 농구장만큼 넓었다. 내 뒤에서 이호규가 총을 겨눈 채 내려왔다. 기다리고 있던 모든 사람의 시선이 나와 쎄지로에게로 향했다. 미라. 그녀는 쎄지로를 그들 앞에 세운 후 손을 들어 쎄지로의 얼굴을 때렸다. 그리고 입고있던 점퍼를 벗겨 옆으로 던지며 다시 나를 보고는 들고있던 나이프로 쎄지로의 블라우스 단추를 잘라 가르고 드러난 흰색 브래지어의 중간부분을잘랐다. 그녀는 냉혹하였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철녀같이 그 일을 계속하였다. 누구 하나 제지하는 사람도 없었다.
나는 앞으로의 사태에 대한 준비를 생각할 수도 없었다. 그녀의 행동을 보는 것 만으로도 사지가 얼어 붙는 것같았다. 그녀는 칼로 쎄지로의 가슴을 헤쳐 젖가슴을 옷 밖으로 드러내게 한 후 한 바퀴 돌게 하였다. 그리고는 나이프를 순간 위로 올렸다 내려쳤다. 쎄지로는 죽을 듯 비명을 질렀고 모두가 움찔하였다. 나는 그들이 쎄지로를 죽일 수 없음을 알고 있었다. 쎄지로의 오른쪽 젖가슴의 유두 옆 한 부분에서 피가 흘렀다. 그들은 내가 보라는 듯 쎄지로를 학대하고 있었다. 그들의 요구에 대한 거절할 수 없는 협박을 하고 있었다. 쎄지로는 쓰러져 흐느끼고 있었다. 두 주먹을 잡았던 내 손이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자. 똑똑히 보았겠지. 더 험한 일을 당할 수도 있어. 당신이 가진 것을 우리에게 넘겨주시지.”
강일성이었다. 그는 나에게로 한발 다가서며 말했다. 나는 쎄지로에게로 움직였다. 강일성이 놀라 움찔하며 다시 뒤로 물러남과 동시 그들은 나에게 일제히 총을 겨누었다. 나는 울고있는 쎄지로를 안아 일으키며 귀에 대고 빨리 말했다.
“내 뒤쪽 문이 없는 출입구 옆에 서 있어요.”
쎄지로는 울며 내 가슴으로 쓰러졌다. 나는 일으켜 세우고 등을 두드려 주었다. 그리고 그들 앞으로 나아갔다. 그들은 내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었다. 사실, 쎄지로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이었으므로.
“당신들이 원하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말해 주겠소?”
나는 문없는 출입구를 막으며 모두에게 말했다. 그들은 서로의 얼굴을 보며 침묵하고 있었다.
그들의 정확한 요구에 대한 실체를 잘 모르고 있음이 분명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내 생각이었다.
“당신이 가지고 있는 디스크를 우리에게 넘기라는 것이오. 지금 즉시. 알겠오?”
나는 놀랐다. 그 디스크를 알고 있는사람은 나 밖엔 없는 줄로 알고 있었다. 내가 박인혜로 부터 받은 것이므로.
“어떻게 해서 내가 당신들이 원하는 디스크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요?”
검은 가죽 부츠를 신은 중년신사가 미소를 지었다.
“당신이 움스크를 다녀온 것을 아는 것만으로 족하지 않을까? 그 디스크가 당신이 사랑하는
쎄지로와 바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당신은.”
그들은 그 디스크의 출처를 알지 못하고 있었다. 다만, 올가와 제놈스키가 걱정스러웠다. 그들에게서 얻은 정보로 쎄지로를 협박하여 내게서 확인하려 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내게 지독히 불리하였다.
“Okay. I got it. I have a disc. I can give you if you want it. But I don’t know exactly what do you want from me now.”
“나는 한 장의 디스크를 입수하고 있오. 당신들이 그것을 원한다면 지금 줄 수도 있오. 그러나 정확히 무엇을 요구하는지 나는 모르겠오.”
나는 다시 한 걸음 강일성에게로 옮기며 영어로 크게 말하였다. 양가죽 롱코트를 입은 60 대
후반으로 보이는 내 키 정도의 클리스코프가 앞으로 나서며 입을 열었다. 그는 검은 가죽 부츠를 신고있는 놈이었다.
“바로 그것이요. 그 디스크를 넘겨주시오. 당신에게는 아무런 가치가 없오. 그러나 우린
그것을 가져야 하오. 내 말 알겠소?”
“제임스. 일을 어렵게 만들지 말고 그것을 넘겨주시오.”
잉거스터가 무리 중에서 나서며 말했다. 그는 나보다 컸으며 그 중에서 가장 컸다. 그는 긴장하고 있었다. 나는 그를 무시했다.
첫댓글 곧 끝날 것 같은 소설, 오늘은 병원에 좀 가느라 하루 쉬어서 어젯밤에 정리하고 쓴 글을 올렸습니다.
몸도 편찮으신데 장문의 소설
쓰시느라고 노고가 많으십니다
그저 건강하세요
글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