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지 5월호에 게재될 예정인 의료인의 SARS 예방수칙 권고안 초벌 원고입니다.
교정을 적지 않게 보겠지만, 나름대로 실용성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어 올립니다.
이는 일전에 올린 파워포인트 슬라이드 내용을 풀어서 기술한 것이니, 그 자료와 함께 보시면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2003년 초봄(2002년 10월로도 의심되고 있지만)부터 중국과 홍콩에서 시작된 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 SARS; 사스)은 비교적 빠른 속도로 번지기 시작하여, 베트남,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뿐 아니라 캐나다, 미국 일부 지역, 심지어는 유럽까지 감염자가 발생하고 있다. 감염자의 수는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현재 5,000명, 사망자는 300명을 넘어선 상태이다. 도시 전체가 마비될 지경까지 이른 북경등의 중국 본토내 상황은 말할 나위도 없으며, 특히 홍콩의 SARS 현황을 보면 우려할 요소가 많은데, SARS 발병 초반에는 주로 노년층에서 약 3% 정도의 사망률을 보였으나, 4월 중순 이후부터 역학적 양상에 변화가 와서, 사망율이 10%를 넘나드는 선까지 올라가고, 50, 60 대에서 20, 30대로 사망 환자의 연령이 낮아졌으며, 환자들 중 30% 이상이 의사나 간호사등의 의료인이라는 점이다. 이 상황이 우리 의료인들에게 시사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바이러스의 병독성이 그동안의 돌연변이 과정을 통해 더 강해졌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 한다는 점이며 (물론 틀린 가설일 가능성도 높다) , 또 한 가지는 비의료인들 못지 않게, 이들을 진료할 의료인들의 안전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사스위험에 조만간 노출되게 되어 있는 우리 의료인들은 사스의 진료 뿐 아니라 자기 자신의 방어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실용적인 지침이 절실하다. 이에 사스 질환 자체의 역학적 특성을 토대로 하여, 개인적인 예방법과 원내 전파 방지를 위한 방안, 그리고 노출되었을 경우 어떻게 조치해야 하는지에 대해, 실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상황들을 가정해서 적절한 방침들을 권장하고자 한다.
SARS 는 비말(droplet) 감염이다.
우리 의료인들이 어떻게 사스를 예방해야 하는 지에 대해 제대로 된 대책안을 가지려면, 우선적으로 사스의 전염 경로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임상적으로 중요한 전염 경로에는 접촉 감염, 비말 감염, 공기 감염 등이 있다. 사스가 호흡기 감염질환이기 때문에, 얼핏 보아서는 공기 감염으로 생기는 것으로 오해하기 쉬우나, 현재 WHO, CDC, 국립 보건원에서는 비말 감염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 근거로, 그 동안 사스는 주로 환자들과 밀접하게 접촉했던 사람들을 중심으로 발생해 왔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만약 공기 감염이라면 더 넓은 범위로 더 빠른 시일내에 더 많은 수의 사람이 사스에 감염되었어야 했지만, 현재까지의 역학 현황을 보면 공기 감염이라고 볼 만한 근거가 매우 적다. 일부에서 공기 감염 가능성을 제시하고는 있으나 공인된 것은 아니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사스는 비말 감염이 주 전염 경로인 것으로 인정되고 있다.
호흡기 질환인데 공기 감염과 무엇이 다른가?
비말 감염이 공기 감염과 다른 점은, 환자가 배출하는 침방울의 크기에 있다. 보통 크기가 5 마이크론 이상인 경우가 비말 감염이며, 그 미만은 공기 감염이다. 크기가 작으면 그만큼 가벼워서 공기 중에 떠 있다가 다른 이에게 흡입됨으로써 공기 감염이 되지만, 크기가 큰 경우엔 공기 중에 떠 있지 못 하고 가라앉을 수 밖에 없으며, 근접 거리 (3피트 미만) 에 있는 물체나 사람에게 묻음으로써 전염이 이루어진다.
비말로 나오면 감염 가능 시간은 얼마나 되나?
또 한 가지 중요한 요소로서, 비말에 있는 바이러스가 살아있는 시간을 알고 있어야 하는데, 현재 유력한 원인 바이러스인 코로나 바이러스의 경우 보통 3 시간동안 살아 있을 수 있다. 다만, 일부에서 변종의 경우 24시간까지도 살아 있을 수 있다는 주장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으니, 과한 감은 있지만 약 하루 정도로 보는 것이 무난할 것으로 생각한다.
비말감염이라는 사실이 시사하는 것
사스가 공기 전염이 아닌 비말 감염이라는 사실은 매우 중요한 기본 개념인데, 그 이유는 우리 의료인들의 개별적인 사스 예방 원칙의 수립에 절대적인 결정 인자이기 때문이다. 비말 감염이 주이기 때문에, 개인 보호장구를 갖추는 것에 앞서서 손씻기를 철저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공기 감염의 가능성은 아직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기 때문에 개인 예방 차원에서 마스크의 착용은 필수로 해야 한다.
N95 마스크
개인 차원의 예방은 손씻기, 가운과 장갑, 눈 보호장구 (혹은 안경) 착용, 그리고 N95 마스크로 이루어 진다. 여기서 N95 마스크란 예를 들어 쓰리엠사 같이 어떤 특정 회사의 상품명이 아니며, 95% 의 여과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하나의 기준이다. 이는 우리나라 산업안전공단의 방진 기준 1급에 해당한다.
실제 상황 (1) 쓰리엠 N95 마스크를 못 구하였다. 대체품은 없는가?
일단, 공기 전염이라는 증거가 없으며, 비말 전염이기 때문에 코와 입을 어느 정도 차단할 수 있으면 족하다. 따라서 수술 마스크를 착용해도 방어는 된다. 다만, 수술 마스크가 철저히 꽉 끼는 것이 아니라서 마스크 착용 부위 주위로 비말이 새어 들어올 우려가 있기 때문에 완전한 방어 수단은 아니다. 따라서 타사의 방진 1 급 마스크로 대체하는 것이 더 바람직 하다고 본다.
실제 상황 (2) 마스크는 재활용해서 써도 되는가?
원칙적으로 일회용 마스크는 재활용은 하지 말아야겠지만, 병원 사정상 보유량의 부족으로 소독 후 재활용이 불가피하다면 절대적인 금기 사항으로 할 수는 없다. 다만, 마스크가 분비물로 젖거나 물리적으로 손상되었다면 재활용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실제 상황 (3) 마스크는 모든 병원 직원이 써야 하는가?
비말 감염이기 때문에, 환자와 적어도 일미터 내외로 근접할 수 있는 사람들만 마스크를 써야 할 대상이다. 이는 의료진 뿐 아니라 환자의 보호자나 방문객 모두에게도 해당된다. 다시 말해서, 공기 전염이라는 확증이 없는 한 전 직원이 마스크를 쓸 이유는 없다.
개인 차원의 사스예방 요약
1. N95 마스크는 꼭 3M사 제품일 필요는 없으며, 방진 1급 마스크 혹은 수술 마스크로 대체가 가능하다.
2. 가장 중요한 예방법은 손씻기이다.
3. 사스 환자와 접촉시 개인 보호구는 다 갖추어야 한다.
4. 모든 직원이 마스크를 써야 하는 것은 아니며 환자와 근접할 경우만 해당된다.
병원 차원의 사스 예방
개인 의원의 경우
개인 차원의 사스 예방에 준한다.
종합 병원의 경우
미리 사스 전담 팀을 구성해 놓는 것을 권장한다. 구성은 감염내과나 호흡기 내과를 수장으로 하고 전담 전공의, 전담 간호사, 전담 행정직원, 전담 기사, 그리고 병원 감염대책위원들과 전담 세탁인등으로 체계적으로 짜도록 한다.
실제 상황 (4) 사스 의심 환자 내원시 거점 병원으로 전원될 때까지 임시 격리는 어떻게?
현 사스 방역체계는 사스 의심 환자가 내원할 경우, 보건소에의 신고와 국립보건원 등의 검증을 거쳐서 거점 병원으로 전원하도록 되어 있다. 그 동안에 환자를 어디에서 진료해야 하느냐가 문제인데, 질환 자체의 전염력과 다른 환자들에게 야기할 불안감등을 고려해 볼 때, 일단은 물리적으로 격리를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정해진 규칙은 없으나, 격리는 할 수 있으면 원외로 하도록 하며, 해당 병원 마다의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가건물등의 적절한 임시 격리 진료 공간을 미리 확보하고 있는 것이 좋겠다.
실제 상황 (5) 사스 기준에 미달해서 전원이 안 되었다.
일단 사스 기준에 미달했다고 해서 무조건 격리를 풀어서는 안 될 것이고, 환자 하나하나 마다 주치의가 격리 지속 여부를 적절히 판단해야 할 것이다. 전원이 안 된 환자를 진료해야 할 경우에 대비해서, 거점 병원으로 지정되지 않았다 해도 격리 병실은 어느 정도 확보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격리 환자의 운영은 개인 차원의 예방 원칙을 확대한 것으로, 환자와 전담 의료진, 방문객의 철저한 개인 보호구 착용, 환자의 이동과 방문객 제한, 일회용 기구 사용, 철저한 소독과 손씻기 등이다.
소독과 세탁
소독과 세탁은 각 해당 병원의 방침에 의거해서 시행한다. 국립보건원에서 제공한 지침에 의하면 항 바이러스 효과가 입증된 제제를 사용해서 소독을 실시하도록 권장하고 있으며, 소독자 또한 소독 작업시 개인 보호구를 착용할 것을 필수화하고 있다. 또한 잊어서는 안되는 것이, 세탁 작업도 전담자를 한 사람 지정해서, 개인 보호구를 철저히 착용한 상태에서 세탁을 시행하도록 한다.
보안의 문제 - 어느 선까지 사스 환자 진료 여부를 공개해야 하는가?
이는 미묘한 문제로, 사스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의 수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사스에 대한 과도한 공포, 그리고 공기로 전염된다는 그릇된 믿음이 주라면 진료에 있어서 어느 정도의 보안이 필요할 것이고, 그 반대로 사스에 대한 대 국민 홍보가 제대로 되어서 지나친 거부 반응이 나오진 않을 분위기로 성숙된 상황이라면 공개하에 진료를 해도 무방할 것이다. 이 문제는 앞으로의 사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향방에 달려 있다고 본다.
사스에 노출된 의료인의 관리
아무리 조심에 조심을 거듭해도 의료인이 사스에 어쩔 수 없이 노출되는 상황은 적지 않을 것이다. 이는 홍콩에서의 많은 의료인 감염 사례가 잘 말해 주고 있다. 이에 대비해서 Fig 1 과 같이 국립보건원에서 제시한 원칙을 토대로 관리하는 것이 권장된다. 요약하자면, 사스에 노출시 일단 귀가후 자가 격리를 시작하고 열흘간 관찰 기간을 갖도록 한다. 그 기간동안 별 변화가 없으면 복귀시키며, 증상이 나타나면 사스로 간주하고 병원 입원 후 격리 치료로 들어가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