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산책시간을 바꿨습니다. 반려견으로 키우는 견(犬)이 자꾸 산책 나온 다른 개들과 충돌하는 모습이 보여 산책시간을 바꿔 논 것입니다. 웰시코기라는 영국 웰일즈 산 강아지로 주인에겐 충견으로 통하면서 사냥과 몰이꾼 역할을 잘하는 개로 정평이 있는 개입니다. 키워보니 영리하고 사람을 잘 따릅니다. 다만 상대 개가 먼저 짖고 달려들면 대응하는 것이 보통이 아닙니다. 몸이 생각보다 날렵하여 행동이 빠르고 목청이 좋아 짖는 소리가 얼마나 우렁찬지 모릅니다. 그리고 기억력도 좋아 한번 짖으며 대들던 개는 꼭 기억하고 있다가 조우하게 되면 늘 선방을 날립니다. 개들이 외출할 경우 꼭 끈으로 묶어 다니게 되어 있는데 간혹 이 법을 무시하고 애초에 묶지 않고 풀어놓고 산책하는 견주도 간혹 있습니다. 이럴 때마다 사단이 생기는데 늘 긴장하며 경계를 늦추지 않고 반려견을 데리고 멀리 피하지만 꼭 따라와 덤비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이럴 적마다 견주에게 제발 끈으로 묶고 다니라 조언을 하지만 견주는 오히려 버럭화를 내며 내 개는 내 마음대로 하는데 무슨 참견이냐며 시비를 걸어오는 몰상식한 사람도 있습니다.
이럴 적마다 홧김에 사진 찍어 고발하면 몇십만 원 벌금 나온다며 핸드폰을 꺼내는 척하면 어느새 순식간에 사라져 버립니다. 그런 모습을 보고 혼자 웃습니다. 동물들은 대부분 겁이 많은 녀석이 먼저 짖거나 공격의 행동을 취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우리 집 반려견이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온순한 동족에게는 안 그런데 강한 녀석에게는 강으로 대하는 모습을 대하면서 시간대를 바꿔본 것입니다. 또 개인적으로 시비 없이 차분한 산책과 걸음 운동을 병용하며 즐기고 싶다는 생각이 깊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아무튼 해 질 녘의 시간을 이용하여 공원 가로등이 밝혀진 다음 1시간 30분 정도의 산책으로 바꾸니 편안하게 산책을 할 수 있어 좋습니다. 요즈음 해가 진 후 달이 뜨는데 그 크기가 만월보다 조금 작고 빛이 참 은은하여 잔설과 함께 한가롭고 은은한 분위기를 연출해 주어 심신 또한 평화롭게 가다듬어줍니다. 한겨울이라 달빛이 쓸쓸할 것 같지만 상록수가 심어져 있고 잔설이 가득한 숲 길을 걸으며 빈가지 속에 걸려 있는 달과 그 빛을 보면 한 폭의 서정적 겨울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그윽하고 고요한 시간이 된답니다. 나무 빈가지 속에 걸린 달이지만 빈가지 사이사이 보이는 허공을 창호지로 상상하며 바라보면 달빛은 더욱더 고요하게 다가옵니다. 창호지에 걸린 나뭇가지는 달빛 그림자가 되어 나를 포함하여 모든 것을 침잠시켜 주는 마력을 발휘합니다.
이러한 생각으로 산책을 접을 시간 즈음 철지난 낙엽들 위로 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별안간 하늘이 어둡게 닫히더니 달빛이 사라지고 사그락 거림은 점점 거세져 갔습니다. 그제야 단박에 싸락눈이 내린다는 사실을 포착하게 됩니다. 그렇게 한동안 내리던 눈은 점점 함박눈으로 바뀌어 산책을 거두고 귀가하게 됩니다. 귀가 후 장방형 창문을 통해 적당하게 아름다운 곡선으로 휘어진 도로와 가로수 그리고 몇 개의 공원으로 나누어진 마을공간에 쌓여 가는 눈을 보면 혼자 중얼거려보았습니다. 참 서설(瑞雪)처럼 느껴지는 눈이네~~ 그렇습니다. 무엇인가 상서로운 기운을 몰고 와 내린다는 눈을 瑞雪이라 표현을 서슴지 않았던 선조들의 마음을 대신해 본 것입니다. 올해는 구정이 양력 정월 후반에 들어 있어 양과 음이 같은 정월에 묶여 있습니다. 일력을 들여다보니
2월 4일이 입춘, 보름 후 19일인 우수, 다시 보름 후 3월 6일 경칩, 21일은 춘분으로... 그렇게 겨울을 몰아내는군요. 그래서 그럴까요 옛적엔 구정을 전후하여 눈이 참 많이 왔습니다. 대지가 촉촉하게 젖어야 만물이 움을 트어 새 생명을 바르게 돋아나게 하는 것이 이치이니 그럴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대지를 윤택하게 하는 것은 동식물입니다. 이들이 지니고 있는 순환의 틀은 대지를 윤택하게 하고 이러한 윤택함을 이어지게 하는 보조자로서 소임을 다하는 것이 바로 영혼을 지닌 사람들입니다. 다시 혼자 속삭여 봅니다. 올해만큼은 이 지구를 근사하게 모셔봅시다. 탐욕으로 더 병들게 하지 마시고 순환자로서 그 책무를 다하는 2023년이 될 수 있도록 각자의 위치에서 평화와 선이라는 글을 平善이란 글로 함축시켜 마음의 인장으로 각인(刻印)해 두시지요. 평화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