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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전, 그 당시 나에게 주어진 가장 큰 숙제는, 어찌하면 이 영어라는 녀석하고 친해질수 있을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아무것도 모른채, 또 그렇게 아무 준비도 없이 미국을 오게된 나는, 시작서부터 순탄치가 않았다. 돈 몇푼 아껴보겠다고, 국적기가 아닌 미국항공사 비행기를 탄것까진 좋았다. 하지만 난생 처음 해외를 나오는 사람에게 한국 승무원이 없는 비행기는 공포 그 자체였다. 시도때도 없이 지나다니는 백인 할머니 스튜어디스들. 무얼 마시겠냐고 하는것은 감을 잡겠는데, 여전히 입이 떨어지질 않는다. 그래도 그간 한국에서 배운 영어가 있는데... 하는 자만심은 할머니 스튜어디스의 낯설은 얼굴을 보는 순간 증발되버리고 만다. 누가 들으면 70년대 개그 한다고 하겠지만, 정말로 오렌지 쥬스만 20잔은 더 마시며 미국을 온것같다. 물론 나라고 왜 시도를 안했겠는가. 앞에 옆에쯤 앉은 사람을 보니 맥주 같은걸 마시고 있길래, 정말 입에서 '비어, 비~이어, 비어~어' 하는 식의 발음연습을 혼자 하다간, 마침내 승무원에게 요구했다. 오렌지쥬스대신.. 하지만 내 비어라는 주문에 그 승무원은 뭐라뭐라 한참을 얘기했고, 넋나간듯 듣고 있던 나는 결국 오렌지 쥬스 한잔을 더 마시게됐다. 얼굴이 노랗게 뜰때쯤 돼서야, 자는척하고 있으면 안물어본다는걸 깨달았다. 얼추 미국에 도착할 시간쯤돼선, 이번엔 입국신고서를 작성하라고 준다. '그래 내가 스피킹하고 리스닝이 안돼서 그렇지 차분히 읽고 작성하는것쯤이야~~"... 이 자만심도 첫줄을 못넘겼다. 이름을 쓰는 란에서 부터 막힌다. 아무리 영어라는 녀석이 손오공맨치 조화를 잘 부린다고 하더라도, 내가 아는한 이름은 네임이다. 그리고 그걸 세분화하면 퍼스트 네임과 라스트 네임으로 나뉘는것... 이게 내가 배운 영언데... 근데 그런 말대신에 sur name이니 given name이니 하는말이 떡하니 나오는게 아닌가? sur name은 죽었다 깨나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고, 이 given name이라는 녀석을 붙잡고 연구하기 시작했다. '흠~~기븐은 기브의 과거분사형. 그러니까 given name은 받은 이름. 오케이 부모님이 지어서 주신 이름이란 얘기겠군' '아니지, 조상대대로 주어진 이름은 성이니까 그럼 이게 성인가?' 내 머리속에선 나의 두 덜떨어진 자아가 무던히도 애를 쓰며 싸우고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나는 그 뒤에 다가올 더 큰 난관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음식물 반입 신고란에, 한국에서 어머니가 바리바리 싸주신 된장, 고추장, 마른멸치, 새우, 미역 등등을 과연 어떻게 적을 것인가 였다. 우여곡절 끝에 미국에 입국한 나는 그 날부터 영어를 잘하기위해 나 나름대로의 방법및 기존의 전해져 내려오는 방식을 접목, 실행에 들어갔다. 기존의 방법이란, tv보기,미국인 친구 사귀기, 미국인이 많이 가는 술집 다니기, 어덜트 스쿨등등이었다.돌이켜 생각해보건대, 지금 이 시간에도 그 미국생활선배들은 신참들에게 이런 한참 진부한 레파토리를 유일한 방법인양 설파하고 있지않을까. 무엇보다도 이런 방법들의 단점은 돈이 든다는것이다. 주머니가 가벼웠던 난, 돈 안드는 독창적인 나만의 방식을 개발하기로 했다. 하나, 주위에 널려있는 소품들을 활용, 미국생활의 기본지식을 습득하는 도구로 삼는다. 내 경우 한인 업소록이 큰 도움이 됐다. 일단은 거기에 나와있는 약도들을 종합, 내 생활반경을 넓힐수가 있었고, 또 거기에 나와있는 단어들을 공부함으로써 to go와 딜리버리의 차이가 뭔지, 소셜 시큐리티 번호가 무언지, 애비뉴, 블러바드, 스트릿의 차이가 뭔지 알수 있었다. 하나, 가치없이 느껴지는 사소한 것에서도 배울점을 찾는 자세를 갖는다. 집에 하루종일 혼자 있어본 사람이라면 아마도 하루에 걸려오는 광고성 전화가 얼마나 많은지 알것이다. 텔레마케팅하시는 분들껜 죄송하지만, 보통은 귀찮아하며 끊는 그 전화를 붙잡고 나는 한 시간도 넘게 통화한적이 있다, 물론 대부분 내가 하는 말은 익스큐즈미 텔미 슬로울리 였었지만. 이 방법 상당히 도움이된다. 특히나 이런 업종에 종사하시는 분들, 절대 먼저 전화를 끊는 법이 없다. 하나,자신이 처한 환경을 자기계발의 디딤돌로 삼는다. 이민 초창기에는 누구나 버스 경험을 하고, 그 경험 속에서 만나게 되는 두 명의 네이티브 스피커가 있다. 바로 버스운전기사와 버스정류장에 있는 홈리스가 그들이다. 버스운전기사와의 대화를 통해서는 일반생활영어를, 홈리스와의 대화를 통해선 흔히 말하는 밑바닥 영어를 배울수 있다. 단 밑바닥 영어의 습득에는 25센트 정도의 비용이 든다. 정신없이 쓰다보니 방송불가 길이가 된것같다. 하긴, 11년간 영어에 맺힌 한을 어찌 잠시간의 멘트로 다할수 있겠는가. 이 기회를 빌어 11년전, 말보로 라이트 달라고 딴은 했는데, 말보로 레드 준 리커스토어 직원아저씨, $3.99 라고 적힌 물건 사고 4불 냈더니, 세금 내야한다며 돈 더내라고 한 마켓 캐쉬어 아줌마, 아무도 안 내다보길래 차에서 내려 서비스가 왜 이러냐며 따졌더니, 개스는 직접 넣으라던 주유소 직원, 맥도널드 주문에 자신이 붙어, 갓 미국온 친구 데리구 으쓱하며 kfc가서 number 1 오더 하는데, 한참을 더 물어보던 여 종업원, 다들 용서(?) 합니다. |
첫댓글 choe610님 이민생활에 적응하시느라고 수고가 많으셨습니다.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지금은 미국사람이 다되었겟지요?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