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 차밭골.
10년도 더 전부터 가보자 가보자 벼르다가 어제사 댕겨왔다.
식구들 모다서 가다보니 하필이면 사람 많이 몰리는 휴가철에... 정체된 도로길을 걷다가 타다가 걷다가 타다가를 반복 ...축 늘어지는 그대 찾아가는 길로.....그렇게 보성골로 갔다.
새벽에 출발해서 몽중다원에 도착하니 오후 2시. 허기진 배들을 다독거리며 그래도 발걸음은 먼저 차밭길로...
등푸른 구렁이 있어 밭고랑 고랑고랑 기고 있는 양 꾸불꾸불 장관이다.
...그래 여가 차밭골이구나. 긴 그리움이었구나....
골골로 드나들며 드문한 새순 몇 입에 따넣어주며 나는 좋아라...행복하고....
농군의 손길들을 점검하며 또 계산하는 이것저것들이 있고......
혼자만의 차밭골 만남풀기를 하고 있는데,
옆에 아가씨 다가오며 하는말
....여기는 그 촬영장소가 아니네...
`여름향기` 찾아, 어쩌면 촬영중일 송승헌을 보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라며 ,뱀사골 행선지를 보성골로 돌린 아가씨.
우리 일행은 고픈배를 채우러 그리고 촬영장소를 찾으러 서둘러 몽중다원을 빠져나왔다.
봇재휴게소.
글 찍기가 멈칫하고, 생각이 엉키는 ,봇재더듬기...
우리는 자체 먹거리를 준비해 가지 않았기에 그 늘어진 길 오는 동안 쫄쫄 굶었다. 눈에 띈 봇재가든은 차라리 차밭보다 더 반가운 것일 수도 있었다(ㅎㅎ) 봇재차밭 구경은 뒤로 미루고 우리는 가든으로 뜀박질로 들어갔다.후~ 다행이 빈 자리가 겨우 한군데 나왔다. 녹차냉면 비빔밥몇 그릇 시켜놓고 오던길 얘기며 차밭얘기며 즐겁게 풀어됐다.
그런데...한시간이 지나도록 물한컵 물수건 하나 안나오고... 옆자리 먹고간 빈그릇은 안 치워지고... 다들 말들은 줄어들고 서로 창밖만 쳐다보며 손가락만 꼼지락꼼지락.
우리보다 조금 앞에 와서 앉아기다리던 옆테이블 손님 셋 중 하나는 주문한 음식이 나오자 숟가락 딱 찔러놓고는 손도 안되고 나간다.
입이 댓발이나 나와서는 종업원 함 꼬라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버린 대단한 성깔의 손님이었다.
내가 날라다 먹은 그 봇재가든 녹차냉면 맛은 최악이었다.
봇재차밭.
어쨌던 허기를 채운 우리는 금새 ,산타고 꼬부꼬불 꼬부라진 정돈된 색다른 자연미(인공미?)에 훌랄랄라하고...
기념사진도 찍고 ,운치있는 차밭길도 걷고 그랬다.
그 차밭길에서 풀베러 들어가는 할머니 다섯분을 마주치기까지 그래도 나는 마냥 좋았다.
휴가철 . 촬영지 찾아, 차밭 찾아 ,명성 찾아 몰려든 ,우리 휴가철 철새들 쫙 깔린 차밭으로... 낫들고 ,에프킬라 손에 들고 ,할머니 다섯분 풀베러 들러가신걸 봤다.
몽중차밭에서 계산머리 굴러갈때 풀베기 인건비에 쩜쩜쩜....
그런데 미처 닿지않은 생각.마음이 있었다.
풀벌레 모기.그리고 풀베는 사람.
할머니들은 손에손에 들고 있던 에프킬라를 목이며 손,얼굴볼에까지 마구 뿌려되고 있었다... 오 ! ... 몰랐구나 미처 몰랐구나.
차밭골 전망대.
...그래 여기가 그리 오고 싶었던 데로구나.....
아가씨도 저 아래로 내려다 뵈는 어디쯤에서 찾아온 촬영지를 발견하고,...
나는 그 동안 사진으로만 봐 오던 그 차밭골 풍경을 발견하고,...
우리는 그 공간감 죽여주는 눈 시리게 푸른 차밭골 풍경속을 또 걸었다. 좌청룡 우백호 갖추며 혈자리까지 안성맞게 맺힌 명자리엔 어김없이 무덤이 있고 ,그것마저 한 풍경 보태는 꿈길의 차밭골 꼬불진 사잇길...
그 길을 걸으며 나는 예상치 못한 마음길을 걷고 있었다.
사람, 사람들... 자연, 대자연...그리고 그리움.
차밭골 오기까지 내가 그리워한 건 이곳 풍경이었다.
그 풍경속에 쩜쩜이 들어와 있는 사진기 든 사람들... 이 풍경을 만들어 온 낫든 사람들...
산이 있고 ,길이 있고, 차나무가 있는 자연 ,그 자연속에 사람이 있었으니, 내 그리워한 것은 분명 자연이었으나 와서 보고 담아가게 되는 것은 사람든 대자연이고...
오던길 늘어진 길위의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풍경이나 ,낫든 사람들이 만들어 준 풍경이나 ... 예상치 못한 눈시리게 짠한 풍경이다.
서남해 갯벌낀 해변도로 타고 돌아올 적.
밤하늘의 별자리는 어찌 그리 밝든지...
차한잔으로 우리던 한 그리움이 별똥별 지나가 듯 싸악 스쳐간 귀가길 . 별빛좋은 창밖 새벽풍경이 더욱 생생한 보성 차밭골 다녀온 어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