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우리나라 바둑의 최고수 이세돌 9단과 영국 딥마인드(DeepMind)의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와의 대국이 있었다. 그 결과 1승4패에 무관하게 우리나라와 영국의 신문과 잡지에서는 딥마인드 알파고가 인공지능 프로그램이었다는 이유로 제4차 산업혁명이 온다는 등 의견들이 분분했다.
지난주 영국 시사잡지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에도 컴퓨터와 인공지능, 인공지능 알파고와 딥마인드의 창시자 데미스 허사비스 관련 기사가 표지에서부터 '과학과 기술' 섹션에 각각 톱기사로 게재됐다. 또 예측하지 못했던 우연이겠지만 지난주 영국 캠브리지 대학교 출판사(University of Cambridge Press)에서 신간 '자동화된 협상의 원칙(Principles of Automatic Negotiations)'의 서평 의뢰가 왔다. 지난 10여년간 캠브리지 대학교 출판사의 신간 지구물리학 책들의 서평을 써왔지만, 이번에 받은 책은 지구물리학과는 멀리 우리 일상의 여러 분야 협상을 어떻게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자동으로 프로그램하며 어떤 협상과정에 어떻게 중점을 주어야 하는가 등의 내용을 설명하는 책이었다. 근래 사람들의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커진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인공지능의 기원(起源)은 그리스 신화에 크레테(Crete)섬을 보호하려던 탈로스(Talos) 인조인간에서 시작한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이에 앞서 인공지능은 중국의 주(周)나라 기능공 얀시가 만든 휴먼 로봇에서 그 개념이 시작했다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근대 인공지능의 발전은 대략 1940년대 수학, 철학, 공학, 경제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인공두뇌 개념을 토의하면서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인공지능이란 결코 새로운 것이 아니다. 1990년대 초 우리 연구실에서도 유럽 우주항공국(European Space Agency)이 ERS-1 인공위성을 지구 궤도에 올렸을 때 인공지능을 이용한 프로그램을 개발했었다. ERS-1 위성에 탑재된 5개의 지구관측 원격감지기(라디오 고도계, 적외선 라디오미터, 합성개구레이더, 풍속 마이트로파 산란계, 마이크로파 복사계)들의 지구관측 자료는 해상도를 높일수록 그 자료의 분량이 어마어마하게 커졌기 때문이었다. 학생들은 인공신경회로망을 이용하여 인공지능 컴퓨터를 훈련시키는 방법으로 지구표면 목적물들의 특성을 자동으로 분석하고, 그 목적물들의 움직임을 감지하기 위한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최적화하는 연구를 했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를 프로그램한 데미스 허사비스는 두사람 다 비슷하게 30대에 자기 분야에서 크게 성공한 사람들이다. 이세돌에 관한 정보는 이미 신문과 SNS에 많아 다시 언급하지 않지만, 데미스 허사비스는 영국인으로 그의 아버지는 사이프러스 출신 그리스인이고, 어머니는 중국계 싱가포르인이었으니, 이 두사람은 동양인 어머니의 아들이다. 이세돌이 12살 때 이미 한국 바둑계 5위의 천재성을 보인 것과 비슷하게 데미스 허사비스는 13세 때 체스(chess)게임의 세계 2위에 오른 사람이다. 한편 데미스 허사비스는 명문 캠브리지 대학교를 졸업하고 창업하여 활동하면서 런던의 UCL(University College of London)에서 박사학위까지 받아 상당히 학구적인 사람이다.
오늘 인공지능은 우리 주변에 비디오게임에서부터 자동차에는 물론, 지하철 운행 등 이미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되어 있기 때문에 새롭게 놀랄 일이 아니다. 단 아직은 인공지능이 감성을 가지고 사유하는 능력이 없을 뿐이다. 이번에 바둑 대결로 유명해진 이세돌과 허사비스의 경우, 어머니가 모두 동양인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허사비스가 어린 시절 체스를 둘 때, 또 이세돌이 바둑을 둘 때, 이 어머니들은 분명 "너희들 공부 잘 해서 의사나 변호사가 될 생각은 안 하하고 체스만, 바둑만 두어?"라며 걱정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이 체스와 바둑에서 세계적으로 유명인이 되는 동시에 경제적인 면에서도 백만장자 차원의 부를 누릴 만큼 성공 한 것을 볼 때, 머리가 총명한 어린이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에 몰두할 수 있을 때, 그들은 세계적으로 성공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발행일 : 2016.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