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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표지 |
-의학상식을 뒤엎은 완제크의 <불량의학> 리뷰
아침마다 유치원에 가야할 일곱 살짜리 아론이와 씨름하는 것이 하나 있다. 아침 먹이기이다. 잠에서 갓 깨어난 아이에게 아침을 먹이기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래도 아침을 먹여서 유치원에 보내야 한다는 부모의 일념으로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해서 아침을 먹인다. 내가 주로 쓰는 방법은 먼저 우유를 한 잔 먹이고 밥을 먹이는 것이다. 그러나 여간해서 우유를 잘 먹지 않으려고 한다. 할 수 없이 우유 먹이기와 밥 먹이기를 동시에 할 수 있는 방법 하나를 주로 사용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콘프레이크 먹이기이다. 우유에 콘프레이크를 넣어서 먹이면 두 가지를 동시에 할 수 있다. 내가 이렇게 하는 이유는 아이에게 우유를 먹여야만 뼈도 튼튼해지고 키도 자란다는 통념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나 크르스토퍼 완제크의 <불량 의학>(Bad Medicine)을 읽고 난 후 난 더 이상 이 우유 먹이기 전쟁을 멈췄다. 우유에는 칼슘이 많이 들어 있기 때문에 성장기 아동에게는 뼈를 튼튼하게 해주고 성장에 도움을 준다는 상식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읽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다만 읽은 것이 아니라 이 문제에 대해서 의학적으로 깊이 살펴보았기 때문이었다. 얼마 전까지 우유를 먹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내가 이제는 아론이에게 웬만하면 우유를 먹이지 않으려고 의지를 바꾼 것이다.
우유는 미네랄과 칼슘이 많이 들어 있기 때문에 뼈를 튼튼하게 하기 위해서 반드시 먹어야 한다는 일반적인 관념을 부정하면서 저자는 오히려 우유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체지방축적, 동물성단백질, 비타민D의 파괴, 호르몬 문제)을 들어 우유 섭취가 건강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말한다. 더욱이 멕시코인들의 50%, 아프리카계 미국인들과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70%,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90%가 락토오스 과민증을 지나고 있어 우유를 소화시키지 못하는데도 불구하고 우유를 먹어야 한다고 권장하는 것은 문제가 있음을 지적한다. 우리 아이가 아침마다 우유 마시기를 싫어한 것이 락토오스 과민증 때문이었을 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생각해 볼 때 우유 마시기를 권장한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행동이었을까? 더욱이 오늘날 생산되는 우유가 건강에 해로운 여러 문제들을 가지고 있었음을 생각할 때 참으로 어리석은 행동이었음이 분명하다.
이처럼 완제크는 지금까지 세간에 알려진 여러 의학적 상식들을 뒤집어 버린다. 그가 이 책에 나열한 이야기를 일일이 다 정리할 수 없을 만큼 그 사례는 매우 다양하다. ▶수돗물이 생수보다도 더 안전할 수 있다. ▶항산화제와 건강보조식품의 신화는 잘못된 것이다. ▶세균이 다 나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항생물질의 남용은 결국 이로운 세균을 죽이게 된다. ▶인간은 뇌의 10%밖에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자석요법, 동종요법, 아로마테라피 등은 위약효과를 보일 뿐 정상과학으로서의 효과가 있는 것이 결코 아니다. ▶상어의 연골, 지느러미, 간 등에서 추출한 스쿠알렌에 대한 믿음은 근거 없는 것이다.
이 외에도 뇌의 크기와 지능과의 관계, 간청소, 혀지도의 진실, 맹장무용설, 흰머리의 순간 발전 등과 관련된 잘못된 상식들에 대해서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으며 노화, 유전 등 현대 의학이 추구하고 있는 전문적 영역에서의 의학적 노력에도 많은 오류들이 있다는 사실을 냉철하게 지적해 준다.
하버드 대학에서 공중보건학 석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이 책에서 각종 의학적 상식들이 치명적인 오류들을 가지고 세간에 퍼진 이유를 역사적으로 접근해서 설명해 준다. 그에 따르면 히포크라테스로부터 시작해서 현대에 이르는 동안 의학의 역사는 심각한 오류의 연속이었다. 저 유명한 히포크라테스의 체액론으로부터 19세기의 동종요법과 오늘날의 아유르베다, 아로마테라피에 이르기까지 의학의 역사는 무수한 불량 의학의 역사로 점철되었다. 그 결과 무수한 많은 잘못된 의학 상식들이 민간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의학적인 상식이나 과학적인 결과들이 인간의 건강을 유지시켜주는 유일의 방법이 아니라고 저자는 분명하게 말한다. 이런 의학적인 내용들은 오히려 왜곡된 것들이 더 많다는 것이다. 저자는 의학적 상식을 밝혀주는 각종 연구 실험들이 실제로는 정확한 건강상식을 밝혀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도 설명해 준다. 특별히 “사탕에 관한 흥미로운 실험”에서 그같을 사실을 설명해 준다. 실례로 지난 1998년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에 게재되었던 사탕을 먹는 것과 수명과의 관계에 관한 연구와 관련해서 연구 결과는 사탕을 먹는 것이 더 오래 사는 기회를 늘려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과학적으로 그 연구 결과를 분석해 보면 전혀 결론과 같을 수 없는 결과가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자들은 이런 연구들을 가지고 사탕과 수명과의 관계를 설명하고자 하는 것이다.
“저 대단한 하버드 같이 훌륭한 대학에서 이루어지는 연구조차도 동종요법과 건강보조식품에 관한 ‘진지한’ 연구들이 얼마나 바보스럽고 나쁠 수 있는 지 보여주는 사례로 등장하니 참 딱한 일이다.”(316)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의 핵심은 의학적 신화들을 믿음으로써 건강을 유지하려고 노력하지 말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의학의 역사는 불량 의학의 결과들을 발전시켜 온 것들이 많다는 것이다. 지금도 각종 의학 저널이나 학회지에 소개되는 연구 결과들도 그 뿌리가 불량 의학에서 출발한 이상 절대로 건강에 이로운 결과들이 발표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특별히 완제크는 현대 의학적 상식의 발전으로 건강 상황이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의학적 변명들에 대해서도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냉정하게 지적한다. ▶백신접종은 유아기의 사망률을 낮춘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독극물을 살포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냉장법과 순속한 유통체제는 식품의 안정성을 지켜준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오염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음용수에 첨가되는 불소 및 염소처리로 인해 암에 대한 공포도 상존하고 있다. ▶차량의 안정성에 대한 신뢰는 차량으로 인한 사고의 증가로 점점 허물어지고 있다. ▶심장혈관질환의 발병률이 지난 20년 동안 꾸준히 낮아지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지만 지금은 오히려 과체중과 비만 등으로 그 위험이 다시 증가하고 있다. ▶흡연이 해롭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지만 담재회사들은 수익을 위해 더욱더 치열하게 담배 광고에 열을 내고 있다.
이러한 각종 지표들은 인류가 건강한 미래로 가고 있지 않다는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이는 의료 당국에서 현대의학적 상황으로 낙관적인 미래를 이야기하는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음이 분명하다. 저자는 정상의학의 오류와 대체의학의 그릇된 미신이 인류의 건강한 미래에 적신호를 비춰주고 있음을 이 책에서 지적하고자 한다. 그러나 건강한 미래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만으로 이 책을 끝내는 것은 결코 아니다. 건강한 미래를 위해서 저자는 분명한 비법을 설명한다. 그것은 바로 ▶적당한 운동과 ▶절제된 식사이다.
지금까지 인류 역사에서 발표된 수 많은 연구 결과들은 수 년, 혹은 수십 년만 지나면 정반대로 뒤집어지곤 했다. 그래서 어느 한 이론이 절대적인 의학 상식으로 자리 잡지 못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의학계에는 언제나 미신과도 같은 불량 의학들이 상존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불량 의학의 역사 속에서도 수천 년 동안 거듭 증명되어져 온 확실한 건강 비법이 있다. 그것이 바로 적당한 운동과 절제된 식사라는 것이다.
현대인들이 건강의 위험에 노출된 가장 직접적인 원인 중의 하나는 운동을 하지 않는 것에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원래 인간은 끊임없이 움직이는 육체노동을 해 왔다. 과거 인류는 언제나 육체적인 활동에 참여하였다. 그러나 현대 문명의 발달로 인간은 이제 더 이상 움직이지 않으려고 한다. 지방과 단백질의 섭취는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많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운동은 적게 함으로써 결국 현대병에 심각하게 노출된 것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현대적 질병들은 운동을 충실하게 해 준다면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통찰력이다.
절제된 식사 또한 매우 중요한 요인이다. 운동과 식사는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특별히 운동량이 적어진 현대인들은 절제된 식사를 통해서 과체중을 방지해야만 한다. 오늘날 건강에 대한 상식은 매우 풍부해진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음식을 절제하지 못함으로써 결국 건강한 미래를 보장받지 못하게 된다.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저자가 이 책에서 여러 번 강조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육류 섭취를 대폭 줄이고 채식과 과일 등을 많이 섭취하라는 것이다. 이런 방향으로 식습관만 바꾸게 된다면 그 어떤 의학적 방법보다도 가장 확실하게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건강한 미래는 의학적 상식이나 과학적 연구 결과가 보장해 주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생활습관에 의해서 보장된다는 저자의 통찰력은 오늘날 건강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진 많은 지식인들에 의해서 공감을 얻고 있는 바이다. 수천 년의 역사에서 인류는 항상 불량 의학과 평범한 건강 상식 속에서 건강 유지의 비법을 찾아 왔다. 가장 확실한 건강 비법은 일상의 삶 속에서 찾아지는 것임을 깨닫는다면 이제 더 이상 인류는 의학적 비법들을 찾아 나설 필요가 없을 것이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값비싼 대가를 치룰 필요는 없다. 건강은 일상의 삶 속에서 얻어지는 보편적인 축복일 뿐이다. 그 축복을 잃어버리게 되면 우리는 할 수 없이 그 값을 치룰 수밖에 없다. 불량의학을 의존하기 보다는 일상의 생명의 법칙을 통해서 건강을 유지하고자 노력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우리 아이들에게 ‘우유, 웬만하면 마시지 마라’고 권면하면서도 더 나은 건강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일상 속에서 충실하게 살아가는 것이 좋겠다.
“우리는 지금 21세기의 여명에 서 있다. 지금껏 긴 길을 걸어왔고, 앞으로 가야 할 길 또한 멀다. 방혈은 자취를 감추었지만 암 치료를 위한 화학요법이 암을 포함하여 전신을 쇠약하게 만드는 것이 현실이며, 수술 도중의 돌연사는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감염과 의학적 실수 때문에 해마다 수만 명이 목숨을 잃는다. 산업화된 세계의 뒤안길에 숱하게 널려 있는 영양실조와 비타민 결핍증의 한쪽에서는 비만이 목숨을 앗아간다....
계속하여 전진할 것인가, 아니면 뒤로 물러날 것인가? 그것잉 어쩌면 우리가 저 불량의학을 캐내는 능력을 얼마나 발휘하느냐에 달려 있을지도 모른다.“(저자의 서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