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베트남 '포괄적 동반자' 10주년… 격상 추진남중국해서 中 견제 목표…"달성 힘들 것" 전망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17일 (현지시간) 방콕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 중 부이 타잉 선 베트남 외무장관과 악수를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뉴스1 (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미국이 남중국해에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국 견제를 위해 베트남과 더 깊은 관계를 맺으려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베트남은 중국의 보복 가능성을 우려해 이를 망설이며 신중한 분위기다. 2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은 오는 7월 베트남과 포괄적 동반자 관계 수립 10주년을 맞이해 관계 격상에 힘을 쏟고 있다. 미국은 베트남에 누적 114억 달러(약 14조원) 이상을 투자한 최대 투자국 중 하나며 베트남 최대 수출시장이다. 하지만 미국은 여전히 베트남 외교 등급 중 3급에 속한다. 베트남이 가장 높은 등급인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는 한국과 중국, 러시아, 인도 4개국뿐이며 일본과 유럽 일부 국가들은 이보다 한 단계 낮은 2급에 속해있다. 이에 미국은 등급 격상을 위해 경제와 외교 등 다방면으로 베트남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22일 애플과 메타, 아마존, 화이자, 시티은행 등 미국 기업 52개 업체 대표들로 구성된 미국 경제대표단이 베트남을 방문해 투자·무역 확대 등 강화를 제안했다.
2022년 8월26일 베트남 전기차 기업 빈패스트 하이퐁 공장에서 한 직원이 미국으로 수출되는 전기차량을 조립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박재하 기자© 뉴스1 앞서 미 국무부 산하 대외 원조기관 국제개발처(USAID)는 2019년부터 베트남전 당시 비엔호아 공군기지에 살포된 고엽제 제거 작업을 시작해 지난 7일 정화를 마친 일부 지역을 베트남 국방부에 반환하기도 했다. 당시 서맨사 파워 USAID 처장은 "미국과 베트남 양국은 함께 미래로 가는 길을 찾고 있다"며 "오래된 상처를 치유하는 것뿐만 아니라 경제 성장을 촉진하고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함께 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미국이 베트남에 밀착하는 이유는 남중국해 패권을 장악하려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특히 베트남은 현재 중국과 남중국해에서 치열한 영유권 다툼을 벌이고 있어 이를 이용해 중국을 봉쇄하려는 것이다. 베트남은 남중국해 파라셀 제도(중국명 시샤·베트남명 호앙사 군도)가 법적으로나 역사적으로 자국의 영토임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남중국해 주변을 U자 형태로 9개의 선을 그어 전체의 90%가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베트남에서는 중국의 보복 가능성을 두려워하며 망설이고 있는 모습이다. 독일 콘라트 아데나워 재단 플로리안 파이라벤드 베트남 대표는 "올해 미국과 베트남 간의 공식적인 관계 격상은 현실적이지가 않다"고 말했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빅 트란 부연구원은 "미중 경쟁이 심화되고 중국과 베트남 간의 근접성을 고려할 때 베트남 정부는 미국과의 공식적인 관계 격상을 망설이고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국이 베트남 최대 교역국이라는 점을 이용해 경제적 보복에 나설 수도 있어 공개적으로 미국과 밀착하는 모습을 보이기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싱가포르 싱크탱크 ISEAS-유소프 이삭 연구소(ISEAS-Yusof Ishak Institute) 히엡 르 홍 선임연구원은 "베트남이 미국과 더 깊은 관계를 원하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올해는 달성하기 힘들 것이고 향후에는 미국의 우선순위가 아닐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베트남 외교부 대변인은 '올해 미국과의 관계가 격상될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 "적절한 시기에" 그렇게 될 것이라며 현재 양국은 이미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오는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에서 미국과 베트남이 관계 개선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올해 G7 의장국인 일본은 인도와 인도네시아, 베트남, 한국 등을 확대회의에 초청해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한 대응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jaeha6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