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동기친구 아들은 커피전문가다. 경기고등학교를 나온 아버지 친구는 아들이 공부를 잘해,
그것으로 이름이 떨쳐지기를 바랬다. 하지만 아들은 그렇지 않았다.
일즉부터 자기 일을 독립적으로 하고자하는 의지가 완강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 자기 일을 하는데, 그 게 바로 커피 만드는 일이다. 자신의 의지가 반영된 일인 만큼
누구보다도 그 일을 즐기며 하고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친구 아들 윤종서 군이 커피를 직접 로스팅해 상호를 등록한 곳이 ‘스트라다(Strada)’인데,
’길‘이라는 뜻의 이 말로 상호를 삼은 이유는 잘 모르겠다.
종서 군은 ’스트라다‘라는 이름으로 당산동과 을지로 등 서울의 몇몇 곳에 가게를 냈다.
그리고 얼마 전에 공덕동에 영업점을 차린 곳이 이름하여 ’스트라다 로스터스 공덕점‘이다.
친구 아들 종서 군이 공덕동에 영업점을 냈다는 소식은 익히 듣고있었지만,
가보지는 못하다가 그저께 비오는 날 친구를 여의도에서 만나 점심을 한 후 공덕동 이 커피숍으로 와 보았다.
여기 ’스트라다 로스터스‘의 커피 맛은, 종서 군이 만드는 커피 맛을 그 전에
몇 번 맛 보았던 경험이 있었기에 그 맛을 내 입은 나름으로 기억하고 있다.
나는 커피 전문가가 아니다. 그냥 커피 맛의 기준을 묵직하나 가볍냐로 단순하게 이분법으로 둔다.
당연히 나는 묵직한 커피 맛을 선호한다. 그런 내 입맛의 기준으로 봤을 때 ‘스트라다’의 커피맛은 묵직했다.
그러니 내 입에 딱 맛는 것이다. 종서 군은 앞에서 언급한대로 당산동과 을지로에서 ‘스트라다’를 운영했고,
거기들은 그 지역의 핫플레이스로 어느 정도 정평이 났었다.
이 집 커피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얘기다.
그런 커피맛을 기대했던 터라 그날 비 오는 날 가서 마셔보니 역시 그러했기고 그래서 나는 흡족했고 좋았다.
친구인 윤 회장은 북한산 등반시 아들 집의 커피를 친구들을 위해 보온병에 넣어온다.
그 커피맛은 맑고 신선하다. 하지만 묵직하지는 않다. 그 맛은 그런대로 산에서는 어울린다.
북한산에서 마시는 ‘스트라다’의 아메리카노에는 설탕이 좀 가미된다.
그러니 신선하게 느껴지는 건 달콤한 맛의 또 다른 표현인 것이다.
이날 ‘스트라다’에서 마신 아메리카노에도 물론 설탕이 제공됐다.
북한산에서 마신 그 커피맛이 생각났지만, 나는 설탕을 넣질 않았다. 묵직한 맛을 맛보고 느끼기 위한 것이다.
그 묵직한 맛은 비오는 공덕동의 분위기에 딱 맛는 것이었다.
종서 군의 ‘스트라다’는 공덕시장 한 켠에 자리잡고 있다.
그리 번잡하지 않고 또 그리 한산하지도 않은 시장통이다. 이런 곳에 장사가 될 것이라는 의아심을 가질 수가 있다.
윤 회장의 말을 인용하자면, 거기서 한 걸음만 나가면 오피스빌딩이 즐비하다는 것,
그러니 궁극적으로 거기 오피스맨들을 보고 자리를 잡은 것인데, 점심 무렵에는 그 사람들로 장사가 잘 된다고 했다.
커피숍의 실내장식은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소박한 미니멀리즘 적인 그런 분위기가 나는 좋다.
가게는 메인 홀과 별관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분위기로 말하자면 메인 홀은 베이지 색 느낌의 안온함이고,
별관은 백색의, 그러니까 좀 한적하면서도 한편으론 고즈녘한 느낌의 분위기다.
나의 개인적인 취향에 기댄다면 나는 별실이 마음에 들었다.
한적하면서 창밖으로 공덕동의 옛 정취가 느껴지는 주택가의 담벼락이 보이는 풍경도 좋다.
여기서는 혼자 조용히 마셔도 좋고, 마음에 맞는 사람들끼리 와서 커피를 마시고 얘기를 나누는
소모임을 가지기에 좋은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름의 그런 느낌의 얘기를 윤 회장에게 했더니 친구도 동감을 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