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누군가 울고 있다 [제3편]
기타의
통곡이 시작된다.
새벽의
컵들이 깨진다.
기타의
통곡이 시작된다.
그것을 멈추게 하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다.
그것을 멈추게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물이 울듯
설원 위로
바람이 울듯
단조로운 음으로 운다.
그것을 멈추게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기타는 아득한 일들이 그리워
운다.
하얀 동백을 간구하는
뜨거운 남쪽 사막
과녁 없는 화살이
아침 없는 오후가
그리고 나뭇가지 위로
죽은 첫 새가 운다.
다섯 개의 칼에
치명상을 입은 심장.
오, 기타여!
-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기타」 전문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는 20세기 스페인이 낳은 최고 시인이다. 자주 ‘민요시인, 집시시인, 국민시인’으로도 일컬어졌는데, 그 자신은 탐탁지 않아했다. 어린아이의 천진한 마음에 매혹되고, 도마뱀, 거북, 매미, 나비, 개미, 달팽이 따위들을 즐겨 노래한 로르카의 골수에는 세속의 오탁 한 점 묻지 않은 어린아이의 순수와 미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차 있었다. 그는 미풍, 땅의 정령들, 바람에게서 오는 무의식의 영감들로 시를 쓰고, 죽은 아이에 대한 비탄을 시에 담는다. 스페인 내란 중 친구인 시인 루이스 로살레스 집에 숨어있던 로르카는 극우파 프랑코를 따르는 민병대원들에게 붙잡혔다. 1936년 8월 16일 오후에 체포되고 사흘 뒤인 19일 밤에 총살당한다. 로르카의 명목상 죄명은 ‘소련의 첩보원’이었지만 이는 터무니없는 것이다. 그는 어떤 이념에도 편향되지 않은 사람이다. 굳이 따지자면 자유를 신봉하는 무정부주의자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시인은 “기타의 통곡이 시작된다”고 썼다. 기타의 통곡은 “과녁 없는 화살”이나 “아침 없는 오후”와 상관이 있다. 과녁 없는 화살이란 이미 무용한 것이다. 아침 없는 오후란 목 잘린 시체같이 불길하다. 기타의 통곡을 멈추게 하는 일이 불가능한 까닭은 기타가 “다섯 개의 칼에 치명상을 입은 심장”이기 때문이다. 기타의 통곡이 시작되었을 때 물과 설원 위로 부는 바람도 운다.
장석주 「은유의 힘」
2024. 3. 22
맹태영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