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솔로지 동화집 『100년 후 학교』(생각학교, 2023) 중 [Schoolverse]을 읽고
소향 작가는
2022년 김유정신인문학상으로 등단했다. SF와 동화, 청소년 소설을 쓴다. 소설집 《시험이 사라진 학교》 《올해 1학년 3반은 달랐다》 《이달의 장르소설 4》 《항체의 딜레마》와 국립생태원 생태동화 공모전 수상작품집 《맹꽁이의 집을 찾아 주세요》에 작품을 수록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신진 스토리작가 공모전에 선정되어 장편소설 《화원귀 문구》를 출간했다.
(『100년 후 학교』라는 테마로 네 편의 이야기가 실린 엔솔로지 동화집이다. 첫 번째 이야기인 「Schoolverse」는 주인공 지오가 Schoolverse에서 정약용 선생의 수업을 듣는 것으로 시작된다.)
(100년 후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는지 궁금했는데,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끼리 공동체를 이뤄서 살아가고 있는 모습으로 설정되어 있다. 일자리의 대부분은 AI가 차지하고, 인간 할당제가 있어서 소수만 직장을 갖고 있다. 기본소득이 주어지기 때문에 딱히, 인간들이 직장을 갖지 않아도 무난하게 살아갈 수는 있다. 그렇지만, 일하는 것에 의미를 두는 사람들은 직장을 가지려고 애쓰기도 한다.)
“스쿨버스 가상현실은 현실과 거의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사실적이었다. 인공 감각 인터페이스 시스템을 통해 아바타가 체험하는 오감을 똑같이 느낄 수 있어 더욱 그랬다.”(p11)
(소향 작가가 구축한 100년 후 학교는 현실의 과학 발전 양상으로 볼 때, 충분히 실현 가능해 보인다. 그렇지만, 인성교육이나 관계에 관한 교육만큼은 설계된 가상현실이 아닌, 실제 만남과 경험을 통해 얻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오는 아빠가 선택해 준 고등학교인 Schoolverse 학교에 가게 된다. 개인별 맞춤 프로그램이 이뤄지는 학교다. 지오는 학교 친구 오하늬를 좋아한다. 스쿨버스를 해킹해 청강한 서유나가 인사를 건네 온다. 지오에게 함께 수업을 듣는 학생 중에 AI가 있다고 말한다. 지오는 달에서 도시를 건설하는 우주 건축가가 되고 싶다. 아빠는 지오가 수학을 잘하고 차분하니까 뇌신경공학자가 되기를 원한다. 아빠가 말릴 게 뻔해서 자기의 마음을 아빠에게 말하지 못한다.
(지오의 아빠는 ‘자발적 비혼부로 스스로 한 부모가 되기를 선택한 사람’이다. 지오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많은 것을 제제하고, 안전적인 삶으로만 이끌려한다. 그런 교육과 양육을 받은 지오는 선택하는 것을 어려워하고 우유부단한 성격으로 성장한다.)
지오는 친구들 중 누가 AI인지 살피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왜 AI 학생을 학급에 배치했는지 궁금증이 커진다. 학급회의 시간에 자기소개를 하자고 제안한다. 지오는 하늬에게 점점 관심이 커진다. 하늬가 사는 솔지도에 가기로 약속한다. 어느 날, 갑자기 하늬가 학교에 나타나지 않자, 담임에게 묻지만 알려주지 않는다. 지오는 서유나를 찾아 하늬의 행방을 찾을 방법을 묻는다.
지오는 과학 영재 우주 탐사 프로그램에 일차 서류에 합격하지만, 2차 면접날이 하늬와 약속한 날이라 면접을 포기하고 솔지도로 향한다. 그 과정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은 지오는 자신의 꿈과 하늬를 놓고 고민하지만, 하늬와의 약속을 지키기로 결심한 것이다.
솔지도에 도착해 무사한 하늬를 보고 하늬가 AI가 아니라고 생각하며 안심한다. 하늬는 솔지도를 구경시켜 준다. 지오와 하늬는 물수제비 뜨기 시합을 하면서 하늬의 동작이 어색한 것을 보며 진짜가 아니라고 느낀다. 그러면서도 즐겁게 보낸다. 스쿨버스의 만들어진 공간이 아닌 진짜 경험을 통해서 재미를 느낀다.
“모든 것을 하고, 모든 것이 되려는 노력을 멈출 때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온전히 가질 수 있다는 걸 지오는 이제야 알았다.”(p60)
(인생은 수많은 선택의 기로를 만난다.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결정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겠다. 스스로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지오를 아빠는 독립시키지 못하고 보호만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100년 후 부모도 과보호의 모습이 보인다는 것이 조금 납득이 가지 않는다. 모든 것은 발전하고 변하면서도 부모의 마음과 행동만은 현재의 모습과 비슷하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렇지만, 부모의 자식을 향한 무조건적인 사랑, 변치 않는 염려 등이 느껴지기도 한다. 자식을 믿어 주는 것이 더 큰 사람으로 자라날 힘이라는 것을 결말에서 보여주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지오 아빠와 담임교사의 상담은 충격을 준다. 지오와 함께 수업을 들었던 모든 친구들이 AI였다. 우유부단한 지오를 위해, 지오가 적극적으로 행동할 수 있도록 유도한 것이었고, 아빠의 과보호가 지오를 소극적인 아이로 만들었다는 결론을 듣는다. 한 학기 동안 개인별 맞춤 교육을 통해 행동하는 아이로 변한 지오의 모습에 고무된다.
(줌 강의나 메타버스 수업에 참여한 적이 있어서 이야기가 실감 나게 다가왔다. 온라인으로 만나는 SNS의 이웃이나 친구, 구독자들과의 관계도 좋지만, 직접 만나서 소통하고 나눌 수 있는 마음들이 더욱 소중하다는 것을 알려 주는 동화였다. )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충분히 생각하고 발견할 수 있는 교육,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해서 살 수 있는 세상이 100년 후에는 이뤄질 수 있으면 좋겠다.)
첫댓글 참으로 앞서가는 사람들이구나 싶은 생각이 드네요.
100년 후 학교에 대해 생각을 하고 상상으로 삶의 현장을 펼치고 자기 주장을 펴 보인 작가들이 신선한 의미를 부여한 것 같아서 뇌를 깨우는 듯한 인상을 받았어요. 상상이나 착각에는 컷트라인이 없다 잖아요.
좋은 글 소개해 주어서 고마워요. 그리고 잘 읽었어요.
100년 후 세상과 학교를 구축한 작가의 상상력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상상을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랍니다. 그래도 변함 없는 것은 인간관계의 소중함과 가족간의 사랑이라는 것입니다. 마음을 나누고 소통할 수 있는 회장님같은 존재가 얼마나 귀하고 감사하고 소중한지를 알게 해주는 동화였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