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고통의 신비 3단
묵주기도 신비 다섯 가지 묵상 방법
① 신비 선포 ② 성화 또는 성상 묵상 ③ 성경 봉독 ④ 말씀 묵상 ⑤ 침묵.
다섯 가지 묵상 방법을 순서대로 합니다. 상황에 따라 선택하거나 생략할 수도 있습니다.
신비 선포
고통의 신비 제3단 :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하여 가시관 쓰심을 묵상합니다.
성화 묵상
동방에서 박사들이 예루살렘에 와서, 그분을 찾았습니다. “유다인들의 임금으로 태어나신 분이 어디 계십니까?”(마태 2,2) 가시나무 관에 눌려 피 흘리시는 임금을 베틀레헴 마구간에서 이미 만났습니다. 성부께서 성령으로 기름 부어 ‘사제이고 예언자이며 왕’으로 세우신 분. 하지만 그분의 백성은 어디에 있습니까?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하지 않는다.”(요한 18,36) 주님의 머리에 쓰인 영광의 관은 그분을 믿고 따르는 이들을 하느님의 백성으로 불러 모으십니다.
성경 봉독(마태 27,27-31; 마르 15,16-20; 요한 19,2-3)
1. 신비 관련 성경 전체 또는 한 구절만을 표시하며 읽고 침묵 가운데 묵상하거나
2. 소리 기도 중 열 번의 성모송을 한 번씩 반복할 때마다 숫자로 표기된 순서에 따라 아래 한 구절의 성경을 묵상하고 성모송으로 마칩니다.
① 그때에 총독의 군사들이 예수님을 총독 관저로 데리고 가서 그분 둘레에 온 부대를 집합시킨 다음, 그분의 옷을 벗기고 진홍색 외투를 입혔다. (성모송)
② 그리고 가시나무로 관을 엮어 그분 머리에 씌우고 오른손에 갈대를 들리고서는, (성모송)
③ 그분 앞에 무릎을 꿇고 “유다인들의 임금님, 만세!” 하며 조롱하였다. (성모송)
④ 또 그분께 침을 뱉고 갈대를 빼앗아 그분의 머리를 때렸다.(마태 27,27-30) (성모송)
⑤ 이윽고 예수님께서 가시나무 관을 쓰시고 자주색 옷을 입으신 채 밖으로 나오셨다. (성모송)
⑥ 그러자 빌라도가 그들에게 “자, 이 사람이오.” 하고 말하였다. 그때에 수석 사제들과 성전 경비병들은 예수님을 보고,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하고 외쳤다.(요한 19,5-6) (성모송)
⑦ 빌라도가 유다인들에게 말하였다. “보시오, 여러분의 임금이오.” (성모송)
⑧ 빌라도가 그들에게 “여러분의 임금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는 말이오?” 하고 물으니, 수석 사제들이 “우리 임금은 황제뿐이오.” 하고 대답하였다.(요한 19,14-15) (성모송)
⑨ 빌라도는 더 이상 어찌할 수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폭동이 일어나려는 것을 보고, 물을 받아 군중 앞에서 손을 씻으며 말하였다. “나는 이 사람의 피에 책임이 없소. 이것은 여러분의 일이오.”(마태 27,24) (성모송)
⑩ 그리하여 빌라도는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그들에게 넘겨주었다.(요한 19,16) (성모송)
말씀 묵상
아버지의 뜻에 충실함으로써 치르는 대가는 고통의 신비에서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매 맞으시고, 가시관을 쓰시며, 십자가를 지시고,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심으로써 주님께서는 극도의 고통 속으로 내던져지십니다. “보라, 이 사람을!”(성 요한 바오로 2세)
카야파 대사제의 저택에 모인 수석 사제들과 온 최고 의회는 하느님을 모독한 자로서 예수님께서 ‘죽을죄를 지었다’(마태 26,66)고 선언합니다. 당시 유다인들은 예수님을 정치적 반역자로 고발하여 로마인들에게 넘겨주었습니다.(루카 23,1) 그들은 빌라도에게 예수님을 사형에 처하라고 정치적으로 위협합니다.
군사들은 예수님을 상대로 비정한 놀이를 합니다. 일어설 힘조차 없는 그를 조롱하고 침 뱉고 채찍질합니다. 그들은 예수님께 자주색 외투를 입히고, 머리에 가시나무 관을 씌웁니다. 그리고 갈대로 된 왕홀을 걸쳐놓습니다. 그들은 “유다인들의 임금님, 만세”(마태 27,29)하고 외칩니다. 그리고 그분의 뺨을 쳐 댑니다. 군사들은 예수님을 빌라도에게 넘기고, 빌라도는 다시 군중 앞에 내보입니다. “자, 이 사람이오.”(요한 19,5)
‘보라, 이 사람을.’(Ecce Homo!) 빌라도의 이 말은 역사의 순간을 넘어 깊이를 지닙니다. 예수님께서 인간 자체이심을 계시하는 말이 됩니다. 그분을 통하여 무고하게 두들겨 맞은 모든 이와 억압당한 이들의 곤궁을 드러납니다. 두들겨 맞고 낮추어진 인간도 하느님의 모습입니다. 하느님께서는 고난받는 이들 편에 서 계십니다.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져 죄로 가득한 삶을 살게 되는 인간의 비참을 하느님의 외아드님께서 대신하여 받으십니다. 인간들의 무지와 모욕은 그분의 머리에 가시나무 관을 씌웁니다.
그가 찔린 것은 우리의 악행 때문이고 그가 으스러진 것은 우리의 죄악 때문입니다. 우리의 평화를 위하여 그가 징벌을 받았고 그의 상처로 우리는 나았습니다.(이사 53,5) 가시나무 관은 고난을 드러내지만,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왕 중의 왕이심을 감출 수는 없습니다.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하지 않는다.”(요한 18,36) 주님의 머리에 쓰인 가시관은 영광의 관이 됩니다. 또한, 그분을 믿고 따르는 이들을 하느님의 백성으로 불러 모으십니다. 하느님의 백성은 그리스도와 함께 봉사하는 소명에 따라 살아감으로써 그리스도의 왕직에 참여합니다.(교리서, 786항 참조) 시대의 왕이 아닌 시작이고 마침이신 분. 그분께서는 지금도 계시고 전에도 계셨으며 또 앞으로 오실 전능하신 주 하느님이십니다, “나는 알파요 오메가다.”(묵시 1,8)
낮 열두 시쯤, 마침내 빌라도는 재판석에 앉아, 다시 한번 말합니다. “보시오, 여러분의 임금이오!”(Ecce rex vester!, 요한 19,14) 유다인의 왕 나자렛 예수(INRI. Iesus Nazarenus Rex Iudaeorum). 그러고 나서 그는 사형을 선고합니다. 빌라도는 예수님께서 죄 없는 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는 진리를 외면하고 정의를 외면하였습니다. 그는 정의없는 평화를 원하였으며, 그의 평화는 진리를 외면한 거짓 평화였습니다. “진리가 무엇이오?”(요한 18,38) 하고 물었던 그는 위대한 진리에 도달할 수 없었습니다.
세례자 요한은 예수님을 향해 외쳤습니다. “보라,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요한 1,29) 사제는 성체를 들어 높이며 이렇게 외칩니다. “보라,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분이시니.”(Ecce, Agnus Dei qui tollis peccata mundi.)
‘자, 이 사람이오.’라는 빌라도의 말에 세례자 요한은 이미 그 답을 준 것입니다. 우리가 바라보는 그분은 우리 구원을 위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저의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님, 저희를 위해 참아 받으셨던 모든 모욕과 고통. 당신께 감사드립니다.”
침묵
잠시 침묵하고 ‘소리기도’(주님의 기도, 성모송 10번, 영광송, 구원을 비는 기도)로 이어집니다.
앞에 제시된 순서에 따라 개인 묵주기도 묵상 노트를 만들거나, 다양한 ‘묵주기도 묵상서’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0년 2월호, 박상운 토마스 신부(전주교구 여산성지성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