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는 CEO는 독자적으로 전략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는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으며, 종업원이나 사회와 상관없이 마음대로 전략을 결정하는 시대는 지나갔고, 이제 CEO는 종업원의 사기를 북돋아주면서 종업원과 고객, 공급업자 등으로부터 광범위하게 아이디어를 수집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이어 3월 삼성그룹은 올 하반기부터 임직원의 자유로운 아이디어 발제와 정보 공유를 핵심으로 하는 ‘Web 2.0 경영’을 시작한다고 발표하고, 장기적으로 대외비를 제외하고 홈페이지를 외부에 공개, 국민과 정보·아이디어를 공유하며, Web 2.0 방식의 경영시스템은 단순한 댓글 모음 정도가 아니라 차별화된 고품격 지식 창구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임을 밝힌 바 있다.
이에 앞서 1984년 설립 후 최초로 지난해 성장률이 전체 PC시장의 성장률을 밑돌고, 세계 PC시장 1위 자리를 HP에 내주었던 컴퓨터 업체인 델(Dell)은 실적 악화의 배경과 그 원인을 여러 가지로 보고 있는 가운데, 고객 서비스에 대한 대응의 실패로 판단하고, 새로운 전략을 추진 중이다. 창업주 마이클 델은 최근 회장이면서 다시 CEO직으로도 복귀하면서 ‘델 2.0’이라는 슬로건을 제시한 바 있다. 델의 변화는 고객가치의 극대화에 초점이 맞춰져 공급망 업그레이드와 고객과의 유대 강화를 강조한다. 델은 얼마 전 딕닷컴(digg.com)과 유사한 커뮤니티 사이트 `델 아이디어 스톰(ideastorm.com)`과 동영상 공유 사이트 `스튜디오 델(studiodell.com)`을 선보였으며, 이를 통해 고객들과의 소통을 보다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델 아이디어 스톰은 소비자들이 델 제품과 서비스를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을 올릴 수 있는 공간으로, 게시판과 사용자들의 추천에 기반한 뉴스 서비스 딕닷컴 모델이 결합된 것으로 보면 된다. 스튜디오 델은 델의 마케팅 메시지를 동영상을 통해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는데, 와이파이 네트워크를 어떻게 셋업하는지 등 다양한 비디오 콘텐츠가 올라와 있으며, 사용자들은 델에 대한 콘텐츠를 직접 만들어 올릴 수도 있다. UCC(User Created Contents = 사용자 제작 콘텐츠 = 손수제작물)를 위한 공간이기도 한 셈인데, 델이 이것들을 활용해 고객들의 참여를 어느 정도 끌어올릴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Web 2.0 광고’는 기존 배너 광고와 달리 광고 수용자들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평가하고, 각종 데이터를 모아 가장 효과가 높은 사이트나 정확한 타깃 고객에게 광고를 전달하는 새로운 기법을 말한다.
또한 ‘정부 2.0 서비스(Government 2.0)’로 불리우는 Web 2.0 서비스가 논의되고 있다. ‘참여와 공유’라는 웹 2.0의 철학과 문화가 도입된 정부 2.0은 행정정보와 인터넷 기술을 이용해 시민의 참여를 확대하는 공공 서비스를 말하는데, 미국의 시카고크라임(chicagocrime.org)에서는 도시에서 일어난 범죄 현황을 시각적으로 볼 수 있게 하고 있다. 즉 날짜·치안구역·우편번호·행정구역·도로별 등으로 사건 발생 현황이 전자지도에 표시되어 살고 있는 지역의 강도·도난 사건은 얼마나 되는지 세세히 알 수 있다. 이 서비스는 구글의 전자지도와 경찰의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하는데, 시민들이 범죄 현황을 알고 직접 참여해 자기 의견을 반영할 수도 있다. 정부가 생산한 정보와 기업의 인터넷 기술을 결합한 공공 서비스가 하나하나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오아시스(seouloasis.net)를 통해 출발시간을 알려주는 신호등, 하트 모양의 2인용 버스 손잡이 등의 제안을 실제 업무개선에 반영한 바 있다. 정부 2.0은 국민이 행정 서비스의 소비자가 아니라 정부 서비스의 제안자로 변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nso.go.kr)은 ‘2007년 기업인이 주목해야 할 한국의 블루슈머 6’을 발표한 바 있다(20070124). ‘세상에는 세 가지 거짓말이 있다. 그냥 거짓말과 못된 거짓말, 그리고 통계다.’라는 말이 있지만, 이제까지의 1차 자료를 생산하는 차원을 넘어 트렌드를 접목, 신조어를 통한 종합적인 사회현상을 분석한 것으로 국가기관이 이러한 시도를 처음으로 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특히 여러 가지 다양한 주요 사회 및 인구 등의 국가통계를 활용해 라이프스타일 관점으로 신소비자를 이동족(Moving Life), 무서워 하는 여성(Scared Women), 20대 아침 사양족(Hungry Morning), 피곤한 직장인(Weary Worker), 3050 일하는 엄마(Working Mom), 살찐 한국인(Heavy Korean) 등으로 분석한 점이 돋보이며, 아울러 인터뷰 등을 추가해 유망 산업을 사례로 들기도 했다. 그리고 경쟁자가 없는 시장의 신소비자를 블루슈머(Bluesumer = Blue Ocean + Consumer)로 명명한 것도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경쟁자가 없는 신시장의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블루오션(Blue Ocean) 전략은 트렌드가 고객의 가치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판단하는 비즈니스적 식견으로부터 나온다’고 한다(김위찬·르네 마보안/블루오션 전략).
이 밖에도 LG경제연구원은 ‘제조업 2.0 시대를 준비하라’는 보고서(정재영/LG주간경제/20070314)를 통해 ‘고객들이 기획, 생산, 마케팅, 유통 등 모든 측면에서 새로운 시대의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자사 제품/서비스에 대해 불만을 가진 개별 소비자는 마음 먹기에 따라 분권화된 정보생산 도구와 고도화된 사회적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경쟁사보다 더욱 위협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며, 사업환경 변화에 대응한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한편 ‘선진국 히트 사업을 통해 본 미래 비즈니스 5대 트렌드’(조준일·정재영/LG주간경제/20070103)에 따르면, 히트 사업의 분석을 통해 비즈니스 트렌드 키워드와 주요 내용, 성공사례를 <표 3>과 같이 제시하였다.
<표 3> 선진국 혁신 사업을 통해 본 비즈니스 트렌드
# 자료 : LG경제연구원(LG주간경제/2007.1.3)
지금까지 Web 2.0 트렌드를 반영한 기업과 사회변화 현황 추세를 접목시켜, 변화의 움직임을 몇 가지 사례로 살펴보았다. 이는 왜 지금 트렌드 전략인가?에 대한 답을 찾음과 동시에 ‘트렌드를 보는 관점과 그 방법론’을 도출하는 과정을 제시한 것이다.
피터 드러커(Peter F. Drucker)는 전략은 ‘조직이 그 전체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취하는 기본적인 접근’을 의미하고, 전술은 ‘이 미리 정해진 전략을 달성하기 위해 사용되는 기본적 접근’이라 간단히 정의한 바 있다. 또 마이클 포터(Michael E. Poter)는 ‘전략은 열심히 하는 데 있지 않고, 다르게 하는 데 있다’고 말한다. 결국 모든 전략은 남다른 기본적인 접근을 통해 차별화란 핵심 키워드로 존재하는 것이라 할 수 있으며, 이제 전략과 전술의 또 다른 변화를 예고하고 있는 Web 2.0 비즈니스 환경 속에서 살아 남으려면 인터넷 초창기의 초심으로 돌아볼 필요도 있을 것이다. 트렌드는 마케팅 환경분석이라는 측면에서 모든 현상을 아우르고 전략적으로 강조되지만, 특히 전술적인 각론은 업종별, 분야별로 심층적인 변화의 움직임을 주시해야 한다.
<표 4> Web 2.0 비즈니스 핵심 키워드
트렌드 전략의 목적은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중심으로 하는 다양한 변화의 움직임을 경영과 마케팅 환경 등에 접목하고, 남다른 정보력과 분석력 그리고 상상력 등을 동원해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데 있다. 아울러 이를 위해서는 미래를 읽음과 동시에 미래를 예견해 보고, 미래를 이끄는 힘이 무엇일까를 끊임없이 질문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트렌드만의 이해가 아니라 미래를 함께 생각하며 트렌퓨처(TrenFuture = Trend + Future)를 찾는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할 것이다. 특히 ‘현황 속에 답이 있다’는 전략적 화두를 놓지 말고, 전수조사와 분석이 필요한 부분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빠짐없이 실행한다면 Web 2.0 시대에 대응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도 트렌드는 무한정 지속되지 않으며, 미래는 일직선으로 다가오지 않는다고 했다. 때문에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적시에 트렌드를 주시하는 가운데 미래를 함께 보는 혜안이 우리에게는 필요한 것이다.
■ 출처 : 한국백화점협회 발행, "유통저널"(2007년 4월호/PP.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