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7년 10월.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건 죽기보다 싫은 나, 오늘도 역시 하루를 잠과의 전쟁으로 시작했다. “엄마 일어나!!!!!”라는 나의 사랑스런 큰딸의 외침과 함께.. 항상 나를 깨워주는건 내딸뿐이다. 남편은 병원일이 너무바빠서 가끔씩 들어오지 않을날도 많고 나보다 더 빨리 출근하곤 한다. 따뜻한 아침밥 한번 챙겨주지 못한 부인이라서 너무 미안하다. 나는 서울지검 검사다. 여기까지 올라오기에는 많은 고통과 아픔이 있었다.....여고시절 한 선생님의 영향으로 문과를 택하고 번듯한 대기업에 취직해야 성공하는 삶이라고 보는 현대생활의 지침과는 달리 평범한..아니 그닥 평범하지만은 않은 검사가 되었다.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선택한 문과라 나는 정말 내 꿈만을 향해서 달렸고, 또 부모님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하기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고등학교 생활은 나에게 있어 뜻깊은 3년이였다. 내 인생의 전환점이자,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행복했었던..그리고 가장힘들었었던........그렇게 3년이 지나고, 노력은 나에게 검사라는 직업을 선물해주었다. 검사라는 직업은 내가 생활하는것과는 달리 많은 부지런함을 요구로 하는 직업이다. 그래서 나는 처음 이 직업을 가졌을때 매우 힘들었었다. 적응도 안됬고, 차라리 다시 새로시작해볼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모든 것을 포기해버리려고 할때 나에게 힘이 되어준건 내 남편이였다. 남편과는 대학생활을 하면서 만났다. 그때 남편은 서울대 의과대생이였고 나는 서울대 법대생이였다. 소개팅에 나갔다가 첫눈에 반해서 사랑에 빠졌고..그 유명한 대학생커플이 되었다. 남편과 함께한 대학생활은 정말이지 꿈만같았다. 하루는 영화속 주인공이 되기도 했고 , 하루는 드라마속 주인공이 되기도 했고, 하루는 소설속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내가 이때까지 만난 남자들 중 내마음을 모두 줘도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든 유일한 내사람이였다. 우린 그렇게 알콩달콩 예쁘게 사랑했다. 풋풋한 새내기시절 만나 대학생활 4년동안 서로에게 힘이되어주고, 버팀목이 되어주고.. 사법고시에, 로스쿨까지 모든걸 참고 기다려준 남편.. 사법고시 합격자 발표가되는날 통째로 빌린 레스토랑에서 청혼을 받고 우린 그렇게 부부가 되었다. 검사와 의사 부부라는 모든 사람들의 로망을 이뤄낸 우리..이건 내인생 최고의 걸작이다.ㅋㅋ 더불어 내남편에겐 나를 만난게 인생의 최고의 행운이고.ㅋㅋㅋ연애 7년에 결혼생활 20년. 벌써 27년이란 긴 세월을 한남자만을 바라보고 살았구나.. 가끔은 나도 여자인지라 텔레비전 속의 멋진 연예인들을 보며 열광한다. 그럴때마다 질투를 하는 남편이 그렇게 귀여울수가 없다. “.. 그럼 저남자 데리고 살던가. 그래 나는 뭐 이제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는 남자주부일 뿐인거지^^ 저남자 데리고 살면 내가 옛정을 봐서 가정주부정돈 해줄게^^ 그냥 니는 맘편안하게 잘생기고 돈잘벌고 팬도많고 니고생안시키는 저사람데리고 살아뿌라 나는 뭐 괜찮다.. 나는 뭐... 나는뭐 괜찮다고!!” ..결혼생활한지 27년이 되었지만.. 우리 사랑은 늘 닭살이다.. 주변사람 모두가 부러워 할만큼!!
나는, 멋진 커리우먼을 꿈꾸고 살아왔다. 그래서 나는 다정이와 동업을 시작했다. 검사라는 일에 지루함을 느낄때쯤, 다정이가 새벽에 내려왔다. (다정이랑 나는.. 아파트 이웃이다)투잡이니 뭐니 한동안 주저리를 하더니 갑자기 동업을 하잔다.. 그 어이없고 터무니없는말에....나는 동의했다..ㅋㅋ우린 남편들 몰래 동업을 시작했다. 나중엔 탄로나서 병원가서 주사 백대 맞을뻔했지만...... 이상하게 레스토랑을 경영하는 일은 내적성에 맞았다. 검사라는 일에 버금가게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직업이다. 단한가지 마음에 안드는게 있다면 다정이가 삼백만원 더냈다는 이유로 총지배인이 된거....아직까지 우린 초등학생을 못벗어 났나보다....낄낄오늘은 약간의 서류정리만 하고 퇴근하면된다. 끝나고 애들이랑 병원에 남편 데리러 가야지..남편과 나의 맞벌이 생활로 우리 애들과 함께 있어본적이 많이 없다. 20년내내 매일 일한다는 핑계로, 바쁘다는 핑계로 애들과 놀아준시간, 함께한시간, 알아간시간이 별로 없는것같다.. 이렇게 엄마의 자격을 상실한 나를 항상 따뜻한 눈길로 바라보는 우리 애들.. 이제까지 그래왔듯이.. 오늘도 우리 애들에게 많은걸 배운다. 사랑하는 우리 아들은... 다정이 딸이랑 눈이 맞은것같다.......이다정은 고1때부터 날 괴롭히더니 이제는 딸까지 유전으로 날 괴롭힌다. 우리 아들은 완벽해서 다정이 딸이랑 결혼하면 안되는데... 어딜가나 관심거리는 아들이다.... 딸에겐 쬐~끔 미안하지만.. 그래도 아직까진 아들이 좋다..-_- 사랑하는 딸은 엄마를 버리고 아빠랑 논단다... 그러니 내가 아들을 안예뻐할수가있나.. 우리 아들은 엘리트다. 아빠를 쏙빼닮아 머리도좋고 키도크고 잘생겼다. 성격까지좋다..내 아들이라서가 아니라 내가봐도 정말 반할만한 남자다. 딸은 고등학생이다. 나의 후배가되어 경화여고에 들어갔다. 원화여고로 갈려는걸 내가 말렸다! 다정이가 경화여고 국어선생님으로 있으니 무조건 경화로 보낼꺼라고 생각했다!! 근데..입학식날 놀러가보니 담임선생님이 이다정이란다.. 다정이랑은 정말 인연이 깊은것 같다. 다정이는 우리 아들의 선생님이기도 했다. 정말 이건 있을수 없는일이다. 나중에 스타킹 신청해야겠다.......캬캬 오늘은 다정이네랑 저녁을 같이먹어야겠다. 언제나 내옆에서 내편이되어주는 친구가 있다는건 참 행복한 일이다. 맨날 다투고 토라져도 지금 이렇게 내옆을 든든히 지켜준 다정이에게 미안하기도하고 고맙기도하다. 우리 자식들의 담임선생님이라는 것과 동시에 이웃사촌이라는, 그사람이 내친구이다정이라는... 수현이는 나와 우리 남편의 소개팅을 주선해준 사람이자, 우리남편의 동기이다. 게다가 같은 병원 사람.. 수현이의 남편은 내 후배다. 물론 남편과 내가 둘을 이어줬다...!! 연하랑 결혼한 대단한녀석... 역시 내친구 답다. 남편과 부부싸움하면 남편욕하러 밤중에 달려가기도했고.. 검사일하면서 이리저리 몸이 많이 힘들때....비타민이 되어준, 내가 바빠서 우리 애들 못챙겨줄때.. 못난 엄마대신 톡톡히 엄마노릇 다해준.. 이런 멋진 친구들과 함께한지도 벌써 30년이 넘었다. 오늘 하루도 사랑하는 남편과 자식들, 소중한 친구들을 마음속에 담아두고 그사람들에게 많은것을 감사해하고 배우고 느끼며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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