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멈출 줄 모르고 왔다 갔다 하는 아침 ‘중년(中年)’을 내걸고 글을 많이 쓴 시인 이채 님의 시가 가슴에 닿습니다. 본명은 정덕희인데, 2005년 ‘한맥문학’ 시부문 신인상 당선으로 시인이 됐고 직업은 패션 디자이너랍니다.
다음은 이채 시인이 낸 시집 목록 ○ 그리워서 못살겠어요 나는 ○ 중년이라고 그리움을 모르겠습니까 ○ 중년의 그 사랑에는 상처를 피한 흔적이 있다 ○ 중년에도 사랑을 꿈꾼다 ○ 중년이라고 이러면 안 됩니까
양하는 독특한 향기로 이곳 제주민들에게 사랑을 받는 채소입니다. 음력 8월이 되면서 땅 위로 솟는 꽃봉오리를 따서 날로 먹거나 장아찌로 아니면 데쳐서 간단한 양념을 해서 먹는데 추석이나 제사 때 채소로도 씁니다.
♧ 양하(襄荷)는 외떡잎식물 생강목 생강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아시아 열대 지방이 원산지이다. 뿌리줄기는 옆으로 벋고 비늘 조각 모양의 잎으로 덮이는데 잎은 바소꼴 또는 긴 타원 모양이고 밑 부분이 잎집으로 되어 서로 감싼다. 꽃은 8∼10월에 황색으로 피고 지름이 5cm이며 꽃줄기에 긴 타원 모양의 꽃차례를 이루며 달린다. 꽃줄기는 뿌리줄기 끝에서 비늘 조각 모양의 잎에 싸여 나오고 포는 좁은 달걀 모양이고 끝이 뾰족하다. 꽃받침은 통 모양이고, 화관은 3개로 갈라지는데 입술꽃잎은 3개로 갈라지고 갈라진 조각 중 가운데 것이 가장 크며, 수술은 1개이다. 꽃이 피기 전의 꽃줄기를 식용하고, 봄에는 잎이 피기 전의 줄기를 식용한다. 한방에서는 뿌리줄기와 종자를 약재로 쓰는데, 뿌리줄기는 여성의 생리불순과 백대하를 치료하고 진해나 거담 효과가 있으며 종기와 안구 충혈에도 사용하며, 종자는 복통이 심할 때 설탕과 물을 넣고 달여서 복용한다. (네이버 백과 참조)
♧ 중년의 그리움처럼 비는 내리고 - 이채
묻으며 살아왔다 잊으며 살아왔다. 때로는 버리며 그래도 늘 그리워하며 중년의 그리움처럼 비는 내리고 무엇이 이토록 텅 빈 가슴인가 하염없이 고여 드는 이것을 어떻게 말할까 이만큼 살고 오늘처럼 비가 내리면 여태껏 살면서 어느 날에도 웃어준 적 없는, 먼 어제로 내가 두고 온 내가 그립다 내가 나를 그리워하는 것보다 쓸쓸한 일도 행복한 일도 없겠지만 소리쳐 불러도 닿지 않는 그곳에 언제나 그대로 나는 서 있고 몸 따로 마음 따로 비처럼 그리움처럼 그렇게 흘러왔다 스스로 가볍지 못하여 쌓이는 무게로 내가 무거워 말라버린 자존심 빗물에 젖어가네 에메랄드빛 향수 강에 이를 때까지 흘러가는 빗물이 이런 마음일까 이제는 낮아진 어깨, 그 위로 중년의 그리움처럼 비는 내리고 아, 조금만 더 나를 사랑했더라면 한번도 안아주지 못한 내 이름을 ♧ 중년의 외로움으로 내리는 비 - 이채 새털 같은 시간들이 한 움큼씩 머리카락처럼 빠져 나가네 숭숭 구멍이 뚫린 가슴으로 삼베같은 비가 내리고 허옇게 보이는 맨살을 타고 콧잔등이 시큰하도록 불어오는 허무네 지나고 보니 솔바람 같은 세월이었다 싸리비로 빗물을 쓸던 아버지가 생각나고 우산을 들고 기다리던 어머니가 그리워진다 흘러가버린 시간의 뒷모습이 젖어가고 외로움에 차가운 빗물이 서글픔에 뜨거운 눈물이 온기가 다른 두 액체가 하나로 흐르는 속내를 누가 알 것이냐 아무도 기다려주지 않는 비 오는 거리에서 남겨진 것이라고는 흠뻑 젖은 홀로였을 뿐 고독하더라도 진실이 좋았기에 하늘은 흐려도 맑은 눈을 가지고 싶었고 바람은 추워도 따뜻한 손을 지니고 싶었다 폭우가 쏟아지는 막다른 골목길에서도 거짓은 싫었지. 그저 초연하고 싶었다네 지혜에 늘 목이 말랐다. 그래서 생각은 열었으되 입은 굳게 다물기로 했지 침묵을 지팡이로 장님처럼 살고자 했다네 다 살지 않았기에 아쉬움이고 더 살아야 하기에 외로움이다 이제 눈을 감았거늘 빗물은 왜 고여드는가 빗물 같은 사랑 빗물 같은 흔적 빗물 같은 눈물 빗물 같은 추억 빗물 같은 세월 마디마디 시려오는 천 갈래의 쓸쓸함이여!
♧ 중년의 가슴에 찬바람이 불면 - 이채 날마다 덮는 건 밤마다 덮는 이불만이 아닙니다 떨어지는 꽃잎에 잊혀진 사랑도 덮고 소리 없는 가랑비에 그리운 정도 덮고 구름위의 꿈도 덮고 산새 좋은 가슴도 덮습니다 오는 해는 늘 하늘에서 뜨는데 지는 해는 왜 가슴으로 내리는가 눈물이 나는 밤엔 별빛마저 흐려지니 침침해진 시야에 아득한 세월입니다 중년의 가슴에 찬바람이 불면 다가오는 것보다 떠나가는 것이 더 많고 가질 수 있는 것보다 가질 수 없는 것이 더 많고 할 수 있는 일보다 용기 없는 일이 더 많아 어제 같은 지난날이 그립기만 합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강물도 넘치지 않을 가슴은 넓어졌어도 그 가슴에 찬바람이 불면 왜 이렇게 눈물은 깊어만 지는지 지나온 세월이 그저 허무하기만 합니다
♧ 중년의 가슴에 비가 내리면 - 이채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그대, 푸쉬킨의 가슴이여 사랑이 그대를 아프게 할지라도 눈물을 흘리거나 상처를 받지 말라 중년의 가슴에 비가 내리면 삶도 사랑도 고요한 슬픔과 애잔한 아픔이 되어 청춘을 거처온 인고의 가슴에 성숙한 눈물이 빗방울처럼 맺힙니다 뜨거운 가슴앓이에도 지난날의 삶은 엄숙했고 사랑은 밤마다 꽃잎으로 쌓여가는 외롭고도 아름다운 나만의 야상곡이 되었지만 중년의 가슴에 비가 내리면 인내의 끈으로 묶어놓은 고독한 연민의 정이 꿈틀거리며 풀려나와 빗물에 바닥까지 젖어들고 때론 끝없이 내리는 빗줄기에 가슴둑이 무너져 조용히 눈을 감고 밤새 소리 없이 흐르는 깊은 강물이 되기도 합니다 살다가 얼굴을 붉혀야만 하는 삶이 때론 마음을 아프게 하고 상처를 피할 수 없어 후미진 가슴 숨어서 울어야 했던 눈물 중년의 가슴에 비가 내리면 삶도 사랑도 어느덧 빗물처럼 흘러내려 덧없는 가슴 닫고 철썩이는 푸른 바다에 홀로 떠도는 빈 배를 띄웁니다
♧ 중년에도 사랑을 꿈꾼다 - 이채 반은 흐리고 반은 맑은 어느 날의 하늘처럼 삶과 사랑의 간이역에서 누구를 기다리는 시간 앞에 잠시라도 뽀얀 안개 빛 사랑을 꿈꾼다 비가 오면 비에 젖고 눈이 오면 눈에 덮인 세월의 물살에 쓸리고 쓸린 가슴이어도 때론 초로의 나그네 되어 방랑을 꿈꾸는 사랑을 하고 싶다 늘 짊어진 하루의 무게마저 미련 없이 내려놓고 알지 못하는 그 누구라도 좋으리 단 한번 스치지 않았어도 서로의 가슴을 채워 줄 사랑이라면 따뜻한 눈빛만으로도 서로의 가치를 짐작할 수 있고 원숙한 가슴으로 진실을 읽을 줄 아는 중년의 세월, 그 간이역에서 한번쯤 은은한 안개꽃 사랑을 꿈꾼다 달빛도 내리지 않고 별빛도 다녀가지 않는 그 어느 날 밤의 외로움과 고독처럼 멀고도 먼 혼자만의 길에서 때론 중년에도 누구와 사랑을 꿈꾼다
♬ Help Me Make It Through The 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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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원문보기 글쓴이: 김창집
첫댓글 내친 김에 중년의 분위기에 푹 빠져 봅시다~~~~~~~~~~~~!!!! ^^*
전 중년의 외로움을 느끼고 싶지 않은데요~벌써 저도 중년의 문턱앞에 썼습니다. 이를 우째요?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