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스 오스트레일리아(South Australia)주
빅토리아주의 바이오다이나믹 와이너리에 이어 이번 기사에서는 사우스 오스트레일리아의 와인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바이오다이나믹 와이너리의 숫자면에서는 아직 빅토리아주가 앞서 있지만 사우스 오스트레일리아는 그 유명한 바로사 밸리(Barossa Valley)가 위치한 호주 와인의 심장부이다. 사우스 오스트레일리아의 대표지역에서 각기 엄선한 바이오다이나믹 와이너리들이고, 바이오다이나믹 와이너리들의 움직임을 통해 기후 변화로 인해 다가올 와인세계의 움직임에 대해 조심스럽게 예측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너링가(Ngeringa)
사우스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상대적으로 서늘한 지역인 아델라이드 힐(Adelaide Hills)에 위치하고 있다. 빅토리아주의 마세돈(Macedon Range)주변이나 태스매니아(Tasmania)와 매우 유사한 기후특징을 보이는 곳이다. 너링가 와인의 와인메이커 에린 클라인(Erinn Klein)은 호주 내에서도 가장 '바이오다이나믹'스러운 배경을 가진 인물이다. 에린의 부모님은 독일 출신으로 슈타이너가 창시한 인지학 그룹의 일원이었고 그는 자연스럽게 슈타이너 학교를 다녔다. 슈타이너학교는 일명 발도르프 학교로 불리우며 바이오다이나믹 농법의 창시자였던 루돌프 슈타이너의 교육철학을 실현하는 학교이다. 화학자였던 그의 부모는 바이오다이나믹 허브를 사용한 쥴리크(Jurlique)라는 천연화장품을 상품화하기도 했다.
가축을 함께 키우기 때문에 그로부터 퇴비를 자연스럽게 얻고 와인양조과정에서는 최소한의 개입을 하도록 한다. 샤르도네(Chardonnay), 비오니에(Viognier), 피노 누아(Pinot noir), 쉬라즈(Shiraz)는 열린 양조통에서 자연적으로 발효된다. 너링가 비오니에는 놀랄만한 깊이의 질감을 보여주며 피노 누아의 경우는 처음에는 약간 조이는 듯한 느낌과 긴장감을 주지만 입안 가득한 야생 딸기의 맛과 향이 곧 처음의 초조함을 부드럽게 완화시켜준다.
무엇보다도 너링가의 최고 와인을 꼽자면 쉬라즈이다. 밝고 옅은 보랏빛 열매와 입안 가득 넘치는 부드러운 우아함, 그리고 검은 탄닌은 너링가 최고의 수작이라고 할만하다. 너링가의 와인은 현재 일본, 대만, 중국에 수출되고 있다.
칼레스키(Kalleske)
바로사 밸리(Barossa Valley)에 위치한 가족이 운영하는 이 와이너리는 200 헥타르 가량의 면적을 갖고 있다. 호주 펜폴즈(Penflods)와 미국 캘리포니아의 켄달 잭슨(Kendall Jackson)에서 경험을 쌓은 와인메이커 트로이 칼레스키(Troy Kallleske)는 2008년 바로사 밸리에서 선정한 올해의 와인메이커에 뽑히기도 했다.
생동감 넘치며 매운 향을 풍기는 쉬라즈와 그라나슈(Grenache)의 블렌딩은 호주에서는 20불 내외의 가격으로 구입이 가능하다. 철광석이 풍부한 그리녹(Greenock) 지역의 포도원에서 생산되는 쉬라즈는 깊고 검은 과일이 양 축을 이루며 대지의 느낌을 듬뿍 담은 풍부한 탄닌이 입 안에 와 닿는다.
포도품종과 와인스타일에서도 혁신과 실험을 계속하고 있고 그 중 대부분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피라톤(Pirathon) 쉬라즈는 바로사 밸리의 이웃 농부들과 친구들로부터 구입한 포도로 만들어지는데 대담하고 힘이 넘치는 쉬라즈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으며, 모파(Moppa) 쉬라즈는 칼레스키의 포도원에서 재배되는 포도로 보다 둥글고 풍성하며 쁘띠 베르도(Petit verdot)와의 혼합으로 향을 더욱 살려준다.
칼레스키는 기존의 유기농에서 현재 바이오다이나믹으로 전환중이며 와인메이커 트로이는 바이오다이나믹의 열렬한 지지자이다.
헨쉬키(Henschke)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호주 와인의 상징인 헨쉬키는 사우스 오스트레일리아의 이든밸리에 위치해있다. 이곳의 서늘하고 높은 고도의 포도원들은 지구 온난화에 직면하고 있고 기후는 점점 바로사 밸리와 닮아가고 있다.
와인메이인 남편 스테판(Stephen)과 포도 재배자인 아내 프루(Prue)는 호주의 대표 와인생산자이다. 리슬링은 자연 그대로의 청명함을 간직하고 있고 헨싱키의 레드는 호주 최고라고 표현해야 할 것이다. 요한스 가든(Johann's Garden)은 그라나슈와 쉬라즈의 고급스럽고 현대적인 블렌딩의 수작이고 시릴 헨쉬키 카베르네(Cyril Henschke cabernet)는 놀라울만큼 잘 조각되었고 힐 어브 그레이스(Hill of Grace)는 겹겹의 복합성과 끝나지 않을 것 같은 피니쉬를 간직하고 있다.
이렇듯 현저하게 독보적인 와인을 내놓고 있는 헨싱키이지만 기후변화의 어려움앞에서는 대책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바이오다이나믹 농법은 포도 재배자인 프루가 이전부터 계속해 오던 최고의 포도밭을 유지시키기 위한 논리적인 선택이었다. 바이오다이나믹 워크샵을 경험한 프루는 토양의 건강한 조건에 촛점을 맞추는 점에 주목했고 그것이 미생물과 박테리아들의 활동을 증진시키고 포도나무에도 역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경험했다. 그리고 스스로 다가올 미래에 대한 대안으로서 지속가능한 농업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점트리(Gemtree)
사우스 오스트레일리아의 최대 도시 애들레이드 남쪽으로 30여 킬로미터 떨어진 맥라렌 베일(McLaren Vale)에 위치한 130헥타르 규모의 가족운영 포도원이다. 포도 재배자로서 친환경적인 농법에 매우 열정적인 점트리의 구성원들은 제초제 대신에 10헥타르 규모의 땅에 가축을 키우고 있다. 또한 바이오다이나믹 농법을 주변에 널리 알리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들 역시 바이오다이나믹 농법 적용이후 달라진 포도의 질을 확인하고 있으며 와인양조 과정에서도 기타 첨가물을 전혀 넣지 않는 천연 발효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쉬라즈와 템프라뇨, 샤르도네, 비오니에 등이 재배되고 있으며 와인메이커 마이크 브라운(Mike Brown)이 새롭게 시도한 문스톤 사바냉(Moonstone savagnin)은 생동감 느껴지는 레몬과 흰복숭아, 배향이 매력적인 와인이다. 블러드스톤 쉬라즈(Blood stone), 태티 로드 까베르네 멀롯 (Tatty Road Cabernet Merlot), 시트린 샤르도네(Citrine Chardonnay) 등은 한국에도 수입되고 있으니 지속가능한 미래를 내다보며 열정적인 바이오다이나믹의 전도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점트리의 와인을 직접 맛볼 수 있을 것이다.
호주의 바이오다이나믹 와이너리 연재 기사의 마지막 편으로 최대도시 시드니(Sydney)를 중심으로 한 뉴사우스웨일즈,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 그리고 남단의 섬 태스매니아주의 와이너리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라크힐(Lark Hill)
시드니에서 남서쪽으로 250킬로미터 떨어진 행정수도 캔버라(Canberra) 지역에 위치한 와이너리이다. 캔버라 지역은 작은 규모의 부티크 와이너리들로 잘 알려져 있고 최근에는 리슬링(Riesling)으로 각광받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라크힐은 2003년부터 바이오다이나믹 농법을 적용하기 시작했고 2008년에는 완전한 바이오다이나믹 포도원으로 인증을 받았다. 가족이 운영하는 이 와이너리의 구성원들은 생화학과 같은 과학분야의 배경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들은 포도재배에서 와인양조과정까지 모든 과정을 측정한다고 한다. 특히 관행농법으로 재배된 포도와 바이오다이나믹 농법으로 자란 포도의 주스는 그 성분에서 매우 큰 차이를 보인다고 한다. 바이오다이나믹 포도주스의 경우 효모에 유용한 높은 영양성분을 함유하고 있다. 낮은 영양분을 갖고 있을 경우는 매우 힘든 발효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효모는 설탕을 전환시키느라 고투를 벌이게 되고 이 과정에서 아황산수소염과 같은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낳게 된다. 결국 영양분이 풍부한 좋은 포도주스가 깨끗한 발효를 가능하게 하고 건강한 효모의 세포분열을 증진시키는 것이다. 이것이 라크힐이 바이오다이나믹에 집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리슬링과 피노 누아(Pinot noir), 그뤼너 벨트리너(Gruner Veltliner)에 있어서는 지역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클로나킬라(Clonakilla)
캔버라 지역에 위치한 이 와이너리의 와인메이커 팀 커크(Tim Kirk)는 독실한 카톨릭 신자이다. 그에게 있어서 와인양조는 포도주스가 와인으로 변화하는 발효의 과정을 통해 신의 사랑과 현존을 느끼는 것이다. 1991년 프랑스 북부 론(Rhone)지방을 방문하고 그곳에서 기갈(Guigal)의 꼬뜨 로띠(Cote-Rotie)를 맛보고 난 후, 그는 와인의 아름다움과 존엄성에 경의를 표하게 된다.
현재 클로나킬라의 쉬라즈, 비오니에(Viognier) 블렌딩은 호주 최고의 와인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다. 화이트 와인의 경우 강철의 느낌과 라임향을 간직한 리슬링, 깊은 구조감의 비오니에가 주목할만하다.
힐탑스 쉬라즈(Hilltops Shiraz)는 호주의 거대 와인기업 사우스콥(Southcorp, 현재의 포스터Foster's그룹)이 포기했던 포도원에서 2000년 첫 빈티지가 나왔는데, 호주에서도 손꼽히는 쉬라즈 중의 하나가 되었다.
비오니에와의 블렌딩 없이, 줄기가 완전히 제거된 상태에서 포도송이만을 사용해서 만드는 새로운 스타일의 클로나킬라 쉬라(Syrah)는 자연발효와 함께 한 달 이상의 침용기간을 거친다. 이 와인은 야생적이고, 동물적인 느낌과 함께 강한 허브, 검은 과일, 견고한 탄닌을 함께 지니고 있다.
컬린(Cullen)
거대한 호주 대륙의 서남쪽 끝, 마가렛 강(Margaret River)에 위치한 와이너리이다. 마가렛 강은 프랑스의 보르도(Bordeaux), 특히 뽀므롤(Pomerlo)지역과 유사한 기후 특성을 가지고 있다. 컬린 가족은 1966년부터 이 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
품질과 통합, 지속성이라는 세 가지 철학이 이 가족운영 와이너리의 정신을 대표한다. 불교신자인 와인 메이커 반야 컬린(Vanya Cullen)은 1990년대부터 토양과 포도나무의 건강함이 사라져가는 것을 지켜보며 자신의 포도원을 유기농법으로 전환하기 시작했고 현재는 바이오다이나믹이 적용되고 있다.
다이아나 매들린 카베르네 멀롯(Diana Madeline cabernet merlot)의 경우 더욱 깊은 복합성, 여러 겹의 층을 보여주고 있고 맨건 레드(Mangan red)의 경우는 집중도와 응축성에 있어서 굉장한 잠재력을 나타낸다. 맨건 레드는 멀롯(Merlot), 말벡(Malbec) 그리고 쁘띠 베르도(Petit verdo)의 블렌딩이다.
스테파노 루비아나(Stefano Lubiana Wines)
호주인들에게 태스매니아 섬은 한국의 제주도와 같은 의미로 다가온다. 한국인들에게 제주도가 휴양과 이국의 정취, 아름다운 자연풍경을 만끽하는 곳이라면 태스매니아는 뜨겁고 건조한 호주 대륙으로부터의 은신처 역할을 한다. 상대적으로 서늘한 기후의 태스매니아에서는 리슬링과 샤르도네, 피노 누아가 주로 생산된다. 섬 전체에 걸쳐서 160여개의 와이너리, 1500헥타르의 땅에 250여개의 포도원이 분포해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스테파노 루비아나 와이너리는 태스매니아의 주도인 호밧(Hobart)의 북서쪽 더웬트 계곡(Derwent Valley)에 위치해있다. 일반적으로 예상하는 태스매니아의 기후보다는 살짝 덥고 건조하다.
스티브(Steve)와 모니끄(Monique) 루비아나, 두 사람은 과감하게도 네비올로(Nebbiolo)나 쉬라즈 같은 품종도 시도하고 있다. 모니끄는 소규모 와인생산자들의 존립을 위해 꾸준히 목소리를 높여 온 인물이기도 하다. 그녀는 현재 와인메이커 연합과 같은 단체들이 슈퍼마켓 와인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기업들의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비판을 해 오고 있다. 다양한 와인, 높은 수준의 와인을 생산하는 소규모 생산자들의 입지를 점차 줄여가고 있는 현재의 산업체제 전반에 대해 계속 논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소규모 생산자로서 스테파노 루비아나의 와인들은 지난 몇 년 사이에 그 품질을 높이 평가받고 있다. 다채로운 빛깔의 스파클링(Sparkling), 폭발적인 풍성함과 견과류의 느낌을 갖고 있는 콜리나(Collina)라 불리는 샤르도네, 검고 건실하며 위엄있는 피노누아, 사소(Sasso)는 스테파노 루비아나의 3대 간판 역할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