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인년 세밑 단상
임병식 rbs1144@hanmail.net
어느덧 2022년(壬寅年)도 다 저물에 세밑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송구영신(送舊迎新)이란 성어를 떠올리며 감회에 젖기 마련이지만 금년은 그 정황이 더욱 더한 것 같다.
엊그제는 오랜동안 친목 모임을 함께해온 고향친구가 세상을 떠났다. 76세로 세속의 개념으로는 살만큼 살았다고 할 수 있으나 평균수명이 80이 넘어가는 작금의 잣대로 보면 아쉬움이 크다.
고인은 나보다 한 살이 아래다. 마냥 좋은사람으로 불리던 친구인데 술을 너무 즐겨한 나머지 병이 나 병원에 입원하여 알콜중독 치료를 받는다는 말이 들려오더니 급기야는 불치병이 발견되었는지 그만 세상을 등졌다. 부음을 들으니 ‘나도 멀지 않았구나’하는 생각이 불현듯 스친다.
우리는 고교를 졸업하자 모임을 만들었다. 7명이서 청송회(靑松會)라 이름을 짓고 봄가을로 한차례씩 모임을 가져왔다.그 세월이 어언 60년이다. 친구 중에서 세상을 버린 사람이 처음 나온 것이다. 또 한명의 친구도 암이 걸려 오늘 내일 하는 중이다.
어제는 보도를 통해 또 한 사람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저자인 조세희(80세)작가의 부음이 전해졌다. 내가 알기로 그 작품은 첫 작품이자 대표작이며 인쇄(200)를 가장 많이 찍은 작품이다. 그 작품을 수차례 퇴고 했으며 이후로는 일체 펜을 잡지않고 절필을 했다고 한다.
그의 시선은 늘 ‘난쏘공’에서 보여주듯 서민의 삶에 꽂혀있었다. 그래서 농민시위가 벌어지는 현장에서 직접 메고간 사진기로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그는 사진기를 두고 이르기를 ‘찍지 않는 것은 그냥 쇠덩이일 뿐’이라고 했단다.
‘난쏘공’에 등장하는 인물은 키가 117센티, 몸무기 32키로그램의 난쟁이다. 이 난장이는 도시빈민과 서민의 또 다른 이름이다. 작가는 이 난쟁이들이 혹여 상처를 받을지 몰라서 제목을 붙일 때 난쟁이가 아닌 ‘난장이’로 썼다고 알려진다.그런데 그러한 그가 세상을 떠난 것이다. 바로 임인년 세밑에.
금년은 가슴 아픈 대형사고가 터졌다. 바로 10월 29일 밤 11시경에, 용산구 이태원에서 휄로윈 행사를 구경나온 청춘남녀들이 압사를 한 것이었다.이 사고로 158명이 사망하고 196명이 다쳤다.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안전불감증의 극치이다. 사전에 10만명의 인파가 몰릴 것이라고 예측이 되었음에도 관계당국은 수수방관한 나머지 피해를 키운 것이다.
대처는 지극히 실망적이다. 경찰은 경호경비와 마약단속에 치중한 나머지 혼잡경비에 소홀하고, 구청은 형식적인 대비만 했을 뿐이다. 더구나 구청장은 회의도 직접 주제하지도 않고 실무책임자는 술을 마시고 나서 현장가까이 왔다가 그대로 돌아가 버렸다고 한다.
소방서의 대처도 엉망이고 용산역의 대처도 아쉽다. 무엇보다도 아쉬운 것은 경찰은 대처이다. 서장은 상황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해 골든타임을 놓치고, 상황실장은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키는 쪽으로 조치를 취했다. 도로로 쏟아져 나온 인파를 분산시키기는 커녕 오히려 혼잡이 극심한 인도로 밀어 올렸다고 한다. 정보담당관은 정보보고서 삭제를 지시했다. 윗선은 더 수사를 해보아야 한다고 한다. 얼마나 한심하고 무능한 처사들인가.
이것을 보면 2014년 4월 16일에 일어난 세월호 사건이 떠오른다. 그 판박이가 아닌가 싶다. 그때도 즉시 지휘를 하는 콘트롤다워가 없었다. 그런 가운데 피신 시켜야할 선장은 ‘그대로 가만 있으라’고만 외쳤다. 이것은 얼마나 잘못된 것인가.그런데 그래놓고서는 선원들은 생쥐처럼 빠져나와 탈출을 했다. 그것을 떠올리면 증오심이 인다.
그 때문에 얼마나 많은 목숨이 죽어갔는가. 학생들과 민간인을 포함하여 304명이 참사를 당했다. 그 배에는 수학여행차 떠나는 단원고 학생 325명이 타고 있었다. 꿈에 부푼 제주도 여행길이었다.
그 참사에서 교훈을 배울 법도 하련만 8년이 지나서도 또다시 대형 참사가 터지고 만 것이다. 이런 안일무사가 어디있을 것인가. 이런저런 것을 생각하면 마음만 납덩이처럼 무겁다.
그러나 저러나 그런 비극을 안고 한해가 저물어 간다. 부디 액운은 이것으로 종언을 고하고 돌아오는 새해에는 빛과 희망이 넘치는 한해가 되었으면 한다. 그리되기를 기원을 해본다. (2022)
첫댓글 새정부가 들어서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10.29참사 미중패권다툼 경제불황 등등 참으로 다사다난한 임인년이었다 싶습니다 와중에 대학교수들이 택한 올해의 사자성어 과이불개(過以不改)가 우리 정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네요
가뭄이 들어도 국왕 자신이 부덕한 탓이라며 스스로 삼가고 치성을 들이던 시대가 차라리 그리운 시절입니다
송구영신...보내고 맞이하는 게 그저 세월이 아닐진대 과연 나는 무슨 낡은 것을 버리고 어떤 새로운 걸 맞이해야 하는 것인지 생각해보는 세밑입니다
한해 시작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해를 종언하게 됩니다.
금년에도 나라안팎에 어려움이 많은 한해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마루리 잘 하시고 새해에도 건강하며 좋은 글 많이 쓰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