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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포항 "대정산악회" 테마 산행(장산) 안내
1. 산 행 명 : 포항 대정산악회 제12월 테마산행
2. 행 선 지 : 장산 (강원도 태백)
3. 일 자 : 2012년 12월 2일
4. 출발시간 및 장소 : 2일(일요일) 오전 07:00 (동해자동차공업)
6. 코스 : (11Km, 6시간 소요)
♣ 산행지도
7. 산행회비 : 회원 1인당 30,000원(회비 선납 통장번호 농협 351-0211-485563 예금주 최정식)
8. 산행구성 : 탑(Top) & 가이드(Guide) 라스트(Last) ☞ 이종명 등반대장.
9. 준 비 물 : 1) 점심 도시락, 비상식(행동식), 동계 등산장비
2) 개인장비(장갑(여분장갑), 스페치, 아이젠, 헤드랜턴, 양말)
10. 공지사항 : 1) 우천시라도 진행하며 출발시간을 꼭 확인 하셔요.
2) 음식 및 기타 준비 관계로 참석여부를 출발전까지 꼭 연락 주셔야 합니다.
(본 산악회에서는 아침식사는 제공하지 않으며, 하산주는 제공해드립니다.
단 산행 및 관련 모든행위는 본인 책임임을 양지하시기 바랍니다 또한 본 산악회는
음주가무를 하지 않습니다.)
11. 연 락 처 : 기획이사 ☏ 010-6817-6164 홍보이사 ☏ 010-3535-5766
●장산은 태백시를 나와 화방재를 넘은 뒤 조금 내려오면 옥동천이 시작되면서 오른쪽으로 보이는 화려한 암봉과 능선으로 이루어진 멋진 산이다. 서울에서 태백산으로 가는 길은 특히 영월을 지난 뒤 고개와 강, 숲과 협곡, 고봉과 단애가 연이어 나타나 어느지역의 경관이 좋고 어떤 산이 높고 아름다우며, 어떤 강물이 맑으니하고 말하기가 어렵다. 하나같이 높고 아름다운 산이 연이어져 보임에서 그렇다.
도로변의 개천과 강은 더러 오염된 곳도 있지만 아직도 투명한 맑은 물이 흐르는 곳이 많다. 한없이 패여들어간 푸른 숲이 울창한 협곡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는가 하면 천길 단애를 거만하게 들이대며 올라와 보라고 손짓하는 암봉, 영봉들...고개를 꺾어야 올려다 보이는 가파른 경사위의 푸른 뫼, 정상에서부터 쏟아지다가 잠시 위태위태하게 정지해 있는 회색빛 너덜지대, 크고 작은 골짜기에서 흘러나오는 개천들, 그리고 기억하기조차 힘들 정도로 많은 골짜기들..그러다가 막판엔 드디어 옥동천 계곡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태백산에서 흘러내려온 이 개울은 격류에 씻긴 거대한 둥근 바위와 암반 사이로 청류가 쏟아져 내리고 푸른산능선은 물가에 다가와 화강암의 단단한 단애를 이루고 그 발치는 옥동천의 맑은 계류에 씻겨 하얀 피부를 드러내고 있다. 단애위엔 노송들이 줄지어 있어서 선경이 바로 이곳이지 딴 곳이 아니라는 생각에 흥취가 절로 나게 된다.
지금은 여러번 지나가게 된 터여서 눈에 익은 경관이 되었지만 처음 이곳을 지날 때엔 정말 그 아름다운 경치에 넋이 나갈 정도였다.
그때는 동해안을 따라오다가 태백산맥을 넘어 영월로 나오는 길이었다. 한동안은 그렇게 옥동천과 그 부근의 계곡미에만 주목하다가 옥동천 골짜기가 아름다운 것은 장산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그러고 나서 훨씬 뒤의 일이었다. 장산은 거대한 너덜지대와 정상부의 암릉으로 골짜기 사이로 조금씩 그 미모를 드러내다가 어느 순간엔가 산의 전모를 보여준다. 준봉으로서의 장산의 모습은 산의 이름에서도 나타난다. 문자 그대로 장(壯)한 산이다. 태백산은 화방재에서 산입구까지 일부는 산악도로를 따라 1000여미터높이까지도 차를 타고 올라갈 수가 있어서 산행하기가 수월한 편이다. 그리고 산이 순하고 유장해서 급경사라고 할 만한 곳이 별로 없다.
●그러나 장산은 우선 숨이 턱 막혀오는 암릉과 막다른 골목처럼 길이 없어보이는 깊은 협곡과 너덜지대만이 보일 뿐 정상으로 쉽게 인도해줄 오솔길 같은 것은 있을 법하지도 않아 보인다. 물론 산 저쪽은 사정이 어떤지 알 수 없었다. 그래도 언젠가는 장산을 한번 오르리라 했다. 태백산은 당일 산행이 가능한 산이다. 당일로 갔다온 게 3,4회는 된다. 그런데 장산을 당일로 갔다 올 수 있을까? 그 장산을 95년 여름에야 오를 수 있게 되었다. 옥동천에 텐트를 치고 하루밤 묵을 예정이었으므로 가능해진 것이다. 옥동천 아래 백운(?)산장에서 올라가는 코스가 있다고 들었지만 나는 아예 주능선으로 이어진 능선-옥동천 큰 소(사진참조)에 하얀 발목을 적시고 있는-을 타기로 했다. 길은 있는 듯 없는 듯했다. 나중에야 알게된 것이지만 이 코스로 장산을 오르는 미련한 사람은 없는 모양이었다. 험악하고 까다로운 능선이었기 때문이기도 했겠지만 해발 높이가 높은 산뒤 쪽에서 순한 능선을 타고 올라오는 아주 쉬운 코스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 코스가 이날 내가 올랐던 코스의 감동과 경관을 보는 즐거움을 안겨줄 수 있었을지는 의문이다. 이 암릉은 위로 올라갈수록 세미 클라이밍이 필요할 정도로 입석지대와 쇄석지대, 그리고 슬랩이 나타난다. 주로 절리된 바위들을 손잡이로 하여 올라가는데 바위를 잡을 줄만 알면 산행에는 별다른 무리가 없다. 하지만 94년과 같은 무지무지한 더위에 반드시 준비했어야 할 물을 갖고 오지 않아 애를 먹었다. 능선산행이 될 것으로 짐작은 했지만 가다가 실개천이 있는 골짜기 하나는 걸릴 줄 알았던 것이다.
●어쨌든 끝없는 암석, 쇄석, 입석, 잡목숲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가다가 거대한 상수리나무 숲이 있고 쇄석과 입석이 묘하게 어우러진 암봉 아래로 골짜기를 따라 불어오는 바람이 엄청 시원한 곳이 있어서 옷을 벗어 땀을 말렸다. 지금 생각하면 하얀 늦여름 햇볕아래 희게 빛나는 쇄석들과 훅훅 찌는 더위와 깍다귀같이 얼굴을 찔러오는 잡목숲의 귀찮은 가지들밖에는 별달리 생각나는 것들이 없지만 예의 그 암봉아래 시원한 거목들의 그늘은 한겨울 산행때 어느 산이건 골짜기 작은 구석에 사랑방속처럼 따뜻한 코너가 마련되어있는 것처럼 한여름에 쉬원한 바람이 부는 산그늘, 나무그늘이 마련된 곳이었던 것이다.
이곳에서 거의 세시간 가까이 올라오면서 지쳐버린 심신을 재충전할 수 있었던 것은 다행한 일이었다. 암릉은 점점 험해지고 있었고 골짜기는 점점 깊어져 갔다. 옥동천계곡의 암반이 희게 빛나다가 암릉너머로 사라져 버린다. 태백산이 눈에 들어오고 먼산들도 속속 그 자태를 드러낸다. 장산 아래쪽 (옥동천 하류방향)의 장산을 닮은 아우뻘인 산의 정상암부도 눈에 들어온다. 장산의 이 암릉코스양쪽이 다 너덜지대를 이루고 있어서 한 동안은 바위밖에 보이지 않는 곳도 있다.
● 쇄석이라 홀드가 적절하여 올라가기는 안성마춤이지만 정상은 아직도 30여분을 더 올라가야 할 모양이다. 삐죽삐죽 솟은 절리형 입석으로 된 암릉과 몇 그루의 고목, 몇 그루의 왜소한 소나무로 이루어진 정상암봉은 30여분을 더위와 피로에 지친몸으로 접근하려 하는데도 그냥 그자리에 있었다. 정상바로 아래는 엄청난 덩굴숲이 하나 있어서 길을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드디어 정상이다. 열명이 앉을 수 있을만한 넓이의 이 산 정상을 올라오는데 걸린 시간은 4시간을 넘어 있었다. 이산의 특징은 암릉과 쇄석, 너덜지대로 이뤄진 암산이라는 점과 골짜기가 깊고 숲이 울창하다는 점, 백두대간에서 조금 비켜 서 있지만 1400미터가 넘는 고산이라는 점, 태백산, 함백산이 인근에 있고 가리왕산등이 있는 고산지대의 중심에 있다는 점, 옥동천이 내려다 보인다는 점, 함백, 태백이 유장한 육산의 풍모인 반면 이산은 암산이어서 부근 산들 중에서 빼어나다는 점 등이다.
●장산에서는 시간에 쫓겨 - 당일치기 산행이 아니어서 시간이 모자란다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 산행시간이 무한정 길어지면 무더위에 탈진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정상에 도달했을 때는 이미 스태미너가 상당히 떨어져 있었다. 아마 100미터만 더 올라가야 했다면 조난했을지도 모른다. 정상에 오른뒤 나는 소나무그늘 아래의 자그마한 풀밭에 드러누웠다. 바람이 시원하게 두뺨을 쓰다듬는 것을 느끼며 싱그러운 풀냄새를 맡았다. 나무가지사이로 푸른 하늘을 바라보는 것은 아늑한 위안이었다. 유행성 출혈열을 조심하려면 산야에서 풀밭에 눕지 말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들쥐가 장산꼭대기에 까지 올라올리는 없으리라. 그러나 그런 모든 것을 떠나 휴식을 위해서이긴 하지만, 오직 그곳 정상의 풀섶에 지친 몸을 눕히고 싶은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온몸이 운신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지쳐있기도 했지만 진달래나무, 작은 풍상에 부대낀 소나무아래 작은 공간의 무류의 청정성, 풀잎 하나에도 가장 혹독한 그러나 가장 깨끗한 자연의 품에 안기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하나의 의식(ceremony)일 수도 있었다. 따라서 오래 누워있을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숨가쁘게 올라온 역정은 정말 자연그대로의 모습으로 충만된 길이었다. 코스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서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사람이 적은 것이 장산이었다. 그것은 정상에서 동으로 뻗은 주릉인 암릉길에서도 증명이 되었다. 길이 아주 희미했던 것이다. 여러가지 이유로 장산을 찾는 사람들은 주로 태백시에 사는 사람들 정도일 듯했다. 암릉을 따라가면 좌우로 엄청난 단애를 거느린 암릉이 있다. 길을 내려가는 듯하다가 거대한 - 해발 높이로 1350에서 800미터까지는 되는 듯했다 - 너덜지대를 하산길로 정하기로 한다. 너덜지대는 걷기에 따라서는 위험한 하산로일 수가 있다. 나는 내발의 민첩성에 의존하기로 한 것이다. 올라온 암릉길로 하산할 경우 엄청나게 시간이 걸릴 것이다. 도저히 속도를 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시간을 세이브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그리고 너덜지대는 트인 공간(열린 공간)이라 어느곳에서나 조망이 좋았다. 너덜지대 주변은 노송들이 청청한 잎들을 역광에 반짝이게 하고 있는 것은 대단한 유혹이었다. 그런 광경을 보면 뿌리치기가 어렵다.
●그리고 이렇게 거대한 너덜지대를 본 것도 처음이었다. 삼악산의 의암수력발전소옆에 작은 돌로 이뤄진 너덜지대가 있다. 가만 서 있어도 돌무더기와 함께 미끄러지는 너덜지대였다. 피아골로 내려가는 지리산의 너덜지대, 조령산의 너덜지대, 설악폭포가는 길의 너덜지대등이 있지만 대부분은 가로질러 가는 길이다. 엄청난 높이의 너덜지대는 내려가기에는 지겨울 정도로 규모가 컸다. 하지만 햇살을 피할 수 있는 늙은 소나무 아래의 그늘은 한없이 아늑했고 그 그늘은 시원했다. 연일 35도를 오르내리는 지난 여름 더위를 생각하면 너덜지대의 평균온도를 짐작할 수 가 있을 것 같다.
이날 장산과 옥동천이라는한 비범한 자연경관을 하룻만에 맛본 것은 특별한 축복을 받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장산과 옥동천을 제대로 보려면 내가 오른 능선으로 올라가서 너덜지대로 내려오더라도 7시간정도의 일정이 필요할 것 같다. 그리고 자일등 간단한 장비도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충분한 물과 간식을 준비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그날 고전했던 것은 더위 때문이라기보다는 물과 간식이 충분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사진:장산 정상에서 내려다 본 옥동천과 태백시로 가는 31번도로
너덜지대를 지나 한참 내려오니 개울이 시작되고 물이 졸졸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대개의 경우 모든 산은 정상에서 500미터 내지 1000미터쯤 내려오면 물이 있게 마련이지만 장산의 경우엔 너덜지대의 규모 때문에 물의 상한선이 훨씬 아래로 쳐져 내려간 셈이었다. 옥동천으로 내려와 백운산장 위의 텐트까지 계류를 따라 내려가는 재미는 여름철산행의 쫑파티감으로서는 최선의 코스였다. 예년에 없는 더위와 카바캉스의 물결로 깨끗한 옥동천은 옛말이 되어버리고 말았지만 - 그리고 옥동천면의 도로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부근 자연이 훼손된 점도 있었지만 - 그럼에도 큼직큼직한 바위들과 하얀 암반 사이로 흐르는 물은 맑기만 했고 수없이 널려진 소와 담은 푸르기만 했다. 거대한 바위를 오르내리며 혹은 소안으로 몸을 담그며 물길을 가로질러가거나 노송이 멋있게 서있는 단애아래 하얀 암반을 지나며 사이다처럼 맑은 거품을 쏟아내고 있는 작은 폭포를 보는 재미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설명해야 한다면 그것은 대단한 고역일 것이다.
엄격히 이야기 해서 옥동천은 한두개 산의 산골짜기를 흐르는 개울이 아니다. 규모는 철원의 한탄강 상류, 지리산의 화개천하류, 내설악의 백담계곡 하류정도의 크기와 수량 그리고 규모를 가지고 있다. 큰 둥글둥글한 바위가 많기로는 중산리(지리산)의 법계천이나 내대리의 내대천, 백무동초입의 계류, 백담계곡의 중허리부분과 비슷한 경관을 보인다.
●자연을 좋아한다는 것이 무엇인가? 뙤약볕 속에 물부족으로 갈증을 느끼며 돌밭이 대단히 많은 장산을 오르내리는 것이 자연을 좋아하는 행위인가? 옥동천의 가장 하얀 암반위에 퍼질앉아 청류에 발을 담그고 이런 저런 생각이나 하며 이따금 단애 위 노송위의 하늘에 떠가는 구름을 보는 것이 자연을 좋아하는 최선의 방법인가? 그러나 이것 한가지는 확실하다. 나는 언제나 올라가지 않을 수 없으리란 것 말이다. 정상의 한 작은 왜소한 소나무를 스치는 바람소리를 듣고 싶고 커지는 가슴으로 정상의 조망을 즐기고 싶고 여름이면 여름, 가을이면 가을, 겨울이면 겨울 독특한 모습을 보이는 능선들을 내려다보고 싶고 근경과 원경 모든 것을 조망하고 싶고 그리고 허전하지만 한편으로는 뿌듯한 어떤 회한어린 듯한 정상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감정을 느껴보고 싶은 것 뿐이다. 정상이 모든 것을 설명해주는 것은 아니다. 정상에 서면 근경은 정상직하의 골짜기를 내려다보는 것 뿐이고 모든 경관은 원경으로 멀어져 있어서 차라리 단조로운 것이 정상의 풍경이다. 괜찮은 중경이 보이는 것은 정상에 따른 능선봉이 주위에 있을 때 만이다. 그러나 정상엔 그곳에만 있는 분위기가 있다. 그것을 느껴보고 싶은 것이다.
●장산은 태백시를 나와 화방재를 넘은 뒤 조금 내려오면 옥동천이 시작되면서 오른쪽으로 보이는 화려한 암봉과 능선으로 이루어진 멋진 산이다. 서울에서 태백산으로 가는 길은 특히 영월을 지난 뒤 고개와 강, 숲과 협곡, 고봉과 단애가 연이어 나타나 어느지역의 경관이 좋고 어떤 산이 높고 아름다우며, 어떤 강물이 맑으니하고 말하기가 어렵다. 하나같이 높고 아름다운 산이 연이어져 보임에서 그렇다.
도로변의 개천과 강은 더러 오염된 곳도 있지만 아직도 투명한 맑은 물이 흐르는 곳이 많다. 한없이 패여들어간 푸른 숲이 울창한 협곡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는가 하면 천길 단애를 거만하게 들이대며 올라와 보라고 손짓하는 암봉, 영봉들...고개를 꺾어야 올려다 보이는 가파른 경사위의 푸른 뫼, 정상에서부터 쏟아지다가 잠시 위태위태하게 정지해 있는 회색빛 너덜지대, 크고 작은 골짜기에서 흘러나오는 개천들, 그리고 기억하기조차 힘들 정도로 많은 골짜기들..그러다가 막판엔 드디어 옥동천 계곡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태백산에서 흘러내려온 이 개울은 격류에 씻긴 거대한 둥근 바위와 암반 사이로 청류가 쏟아져 내리고 푸른산능선은 물가에 다가와 화강암의 단단한 단애를 이루고 그 발치는 옥동천의 맑은 계류에 씻겨 하얀 피부를 드러내고 있다. 단애위엔 노송들이 줄지어 있어서 선경이 바로 이곳이지 딴 곳이 아니라는 생각에 흥취가 절로 나게 된다.
지금은 여러번 지나가게 된 터여서 눈에 익은 경관이 되었지만 처음 이곳을 지날 때엔 정말 그 아름다운 경치에 넋이 나갈 정도였다.
●그때는 동해안을 따라오다가 태백산맥을 넘어 영월로 나오는 길이었다. 한동안은 그렇게 옥동천과 그 부근의 계곡미에만 주목하다가 옥동천 골짜기가 아름다운 것은 장산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그러고 나서 훨씬 뒤의 일이었다. 장산은 거대한 너덜지대와 정상부의 암릉으로 골짜기 사이로 조금씩 그 미모를 드러내다가 어느 순간엔가 산의 전모를 보여준다. 준봉으로서의 장산의 모습은 산의 이름에서도 나타난다. 문자 그대로 장(壯)한 산이다. 태백산은 화방재에서 산입구까지 일부는 산악도로를 따라 1000여미터높이까지도 차를 타고 올라갈 수가 있어서 산행하기가 수월한 편이다. 그리고 산이 순하고 유장해서 급경사라고 할 만한 곳이 별로 없다.
●그러나 장산은 우선 숨이 턱 막혀오는 암릉과 막다른 골목처럼 길이 없어보이는 깊은 협곡과 너덜지대만이 보일 뿐 정상으로 쉽게 인도해줄 오솔길 같은 것은 있을 법하지도 않아 보인다. 물론 산 저쪽은 사정이 어떤지 알 수 없었다. 그래도 언젠가는 장산을 한번 오르리라 했다. 태백산은 당일 산행이 가능한 산이다. 당일로 갔다온 게 3,4회는 된다. 그런데 장산을 당일로 갔다 올 수 있을까? 그 장산을 95년 여름에야 오를 수 있게 되었다. 옥동천에 텐트를 치고 하루밤 묵을 예정이었으므로 가능해진 것이다. 옥동천 아래 백운(?)산장에서 올라가는 코스가 있다고 들었지만 나는 아예 주능선으로 이어진 능선-옥동천 큰 소(사진참조)에 하얀 발목을 적시고 있는-을 타기로 했다. 길은 있는 듯 없는 듯했다. 나중에야 알게된 것이지만 이 코스로 장산을 오르는 미련한 사람은 없는 모양이었다. 험악하고 까다로운 능선이었기 때문이기도 했겠지만 해발 높이가 높은 산뒤 쪽에서 순한 능선을 타고 올라오는 아주 쉬운 코스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 코스가 이날 내가 올랐던 코스의 감동과 경관을 보는 즐거움을 안겨줄 수 있었을지는 의문이다. 이 암릉은 위로 올라갈수록 세미 클라이밍이 필요할 정도로 입석지대와 쇄석지대, 그리고 슬랩이 나타난다. 주로 절리된 바위들을 손잡이로 하여 올라가는데 바위를 잡을 줄만 알면 산행에는 별다른 무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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