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을 허수아비로 풍자한 걸개그림 '세월오월' 전시 불가가 정부의 압력에 의해 이뤄졌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 2014년 지역예술인들이 '세월오월' 대형 프린트 작품을 펼치고 있다. 전남일보 자료사진
지역 문화계는 2016년에도 박근혜 정부의 홀대로 힘든 한 해를 보냈다. 아시아 최대 문화시설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문화전당)이 개관 1주년을 맞았지만 정부의 무관심 속에 쓸쓸한 생일을 맞아야 했다. '최순실 게이트' 여파 속에 박근혜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풍자한 홍성담 작가의 걸개그림 '세월오월'이 정부의 외압 때문에 2014 광주비엔날레에서 전시되지 못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줬다. 김영란법의 직격탄을 맞은 공연계는 해외 공연 확대 등 자구책 마련을 위해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홍성담 '세월오월' 정부 외압 드러나
지난 2014년 박근혜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풍자한 홍성담 작가의 '세월오월' 작품 전시불가 배경에 "김종 문체부 2차관 등 정부의 입김이 있었다"는 윤장현 광주시장의 뒤늦은 고백에 지역 문화계가 발칵 뒤집혔다.
당시 작품에는 박근혜 대통령을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기춘 비서실장의 조종을 받는 허수아비로 묘사한 부분이 포함돼 있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문창극 전 국무총리 지명자 등이 웃고 있는 모습도 담았다.
정부가 '세월오월' 전시를 막았다는 소식을 접한 광주민족예술단체총연합과 광주민족미술인협회ㆍ광주미술협회 등 문화단체는 성명을 통해 "문화예술인들의 표현과 창작의 자유를 더 이상 막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단체는 "문체부가 차관을 통해 지난 2014년 당시 광주비엔날레 특별전에서 홍성담 화백의 '세월오월' 작품을 전시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것이 윤장현 시장의 기자간담회를 통해 드러났고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홍성담을 배제하고 제재 조치를 지시한 내용이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을 통해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작품이 전시되지 않았고 작가들이 작품을 철거하며 항의하는 사태로 이어졌다"며 "민주화의 성지인 광주에서 이러한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많은 시민들은 참혹해 하면서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며 "문체부는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을 지고 진상을 철저히 조사하고 문화예술가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홍 작가의 '세월오월'은 세월호 참사 3주기를 맞아 내년 4월께 광주에서 재전시가 추진 중이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개관 1주년
지난 11월25일 개관 1주년을 맞은 문화전당은 창ㆍ제작 콘텐츠 확보 및 관광객 유입 등 흥행 면에서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반면 '광주정신' 등 지역 연계ㆍ협력 사업은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문화전당은 개관 이후 다양한 전시ㆍ공연 콘텐츠를 마련해 많은 관람객을 끌어 모았다. 지난 1년간 문화전당을 찾은 방문객 숫자는 10월 말 현재 260여만명에 달한다.
문화전당은 개관 1주년 페스티벌을 열고 △아시아를 위한 심포니 △ACT 페스티벌 △ACC in flux △아시아 무용단 공연 △국제 심포지엄 등 1주년을 기념하는 다양한 국제 행사를 선보였다.
그러나 창ㆍ제작 과정에 있어 지역과의 긴밀한 연계와 협력 부족, 옛 전남도청 별관 훼손 논란으로 야기된 5ㆍ18단체와 갈등으로 민주평화교류원 개관이 차일피일 연기되면서 '반쪽 개관'이란 오명을 쓰고 있는 점은 하루빨리 해결해야 할 과제다.
박근혜 정부의 문화전당 홀대 논란 속에 전당장 선임이 미뤄지고, 조직 운영과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도 문화전당의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 중 하나다.
●'제8기후대' 광주비엔날레 성료
2016광주비엔날레가 '제8기후대(예술은 무엇을 하는가?)를 주제로 9월2일부터 11월6일까지 열렸다. 37개국 101작가(팀)가 참여해 현대미술작품 252점을 선보였다.
이번 비엔날레는 1년 6개월 간의 준비과정과 광주 현장 중심의 방법론을 시도, 새로운 비엔날레의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국내외 언론과 전문가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특히 31명의 세계적인 작가들이 광주 현지에서 광주의 역사와 정체성을 담은 작품들을 제작하면서 광주의 브랜드를 국제 사회에 알리고 광주만의 특색을 예술에 녹여냈다는 평가다.
본전시 기준으로 26만2500명이 찾아 2014년 18만명보다 33%가량 늘었고, 2012년 비엔날레 22만8400명보다 많은 관람객을 기록했다. 지역과의 접점을 넓히는 다양한 프로젝트도 눈길을 끌었다.
반면 여전히 '어려운 비엔날레'라는 지적도 뒤따랐다.
'인간이 상상적 능력을 통해 도달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하는 '제8기후대'가 다소 난해하고 추상적이어서 주제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등 과제를 남기기도 했다.
●시립예술단 잇단 해외공연
시립 예술단체의 해외 공연이 호평을 받았다. 특히 광주시립발레단은 중국 광저우시의 초청으로 광저우 국제 오페라하우스 무대에서 '봄의제전G.'를 펼쳐 현지인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아시아 발레단 최초 단독 유료 공연으로 진행돼 단순 방문공연이 아닌 중국 관객들의 평가를 받는 자리로 그 의미가 더욱 컸다.
광주시립교향악단은 지난 6월 일본 동경예술극장에서 '광주시향 창단 40주년 기념 해외연주회'를 가졌다. 티켓 유료 판매 등의 실험적 도전에도 1800여명이 객석을 채워 성황을 이뤘다. 이날 음악회 지휘봉을 잡은 김홍재 울산시향 상임지휘자는 지난 달 오랜 기간 공석으로 비어있던 광주시향의 신임 상임지휘자로 선임됐다.
●'미디아아트 플랫폼' 구축
올해 광주문화재단은 미디어아트창의도시 미디어아트 플랫폼을 구축했다. 재단은 광주시가 2014년 미디어아트 분야에서 '유네스코 창의도시'로 지정된 이후 지난 5월부터 국고 10억, 시비 10억 등 20억원 규모로 '미디어아트 관광레저 기반구축 사업'에 본격 착수했다.
그 결과 지난 달 빛고을시민문화관 일대에 홀로그램 극장, 미디어놀이터, 홀로그램 파사드, 미디어아트 아카이브, 미디어아트 융복합전시장, 미디어아트 디지털 갤러리 등 6개 미디어아트 특화공간을 선보였다. 3개월 간 시범운영과 사용자테스트를 거쳐 내년 3월 1일 공식 개관할 예정이다.
이들 미디어아트 플랫폼이 본격 운영을 시작하면 새로운 문화예술장르로 주목받고 있는 미디어아트를 선도할 광주의 대표 공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