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히틀러 수권법’ 닮은 박근혜 정부의 전교조 법외노조화
인류는 나치 히틀러를 겪으면서 얻은 교훈으로 형식적 법치주의를 넘어 실질적 법치주의로 이행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후퇴하고 있는 듯하다. 형식적 법치주의의 극단적 사례가 나치 히틀러의 수권법인데, 2013년 대한민국에서 ‘악법도 법이니 무조건 지켜!’를 외치며 해고자 노조 배제를 요구하는 박근혜 정부의 전교조 법외노조 최후통첩에서 또 다른 극단을 본다.
2010학년도 경기도 어느 외국어고의 입시 구술면접 ‘나치와 히틀러의 행동을 통해 형식적 법치주의를 비판하라.’는 문제가 출제되었다. 중학생만 되어도 형식적 법치주의의 폐해를 배우는데, 박근혜 대통령과 방하남 노동부 장관은 모르는 가 보다. 전교조 법외노조화 시도와 관련하여 이 문제에 박근혜 대통령과 방하남 장관이 뭐라고 답할지 무척 궁금하다.
형식적 법치주의란 내용과 상관없이 형식적 법률에 따르기만 하면 합법이라는 주장으로 ‘악법도 법이니 무조건 지켜야 한다.’는 것으로 나타난다. 전교조의 법외노조화 관련하여 박근혜 정부의 형식적 법치주의가 왜 문제인지를 히틀러의 집권과 수권법을 통해 살펴보자.
형식적 법치주의는 히틀러 독재의 정당화 도구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는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동주민센터 앞에서 전교조 탄압, 유신회귀 박근혜 정권 규탄 및 항의서한 전달 기자회견을 열었다.ⓒ이승빈 기자
수권법(授權法) 또는 전권위임법은 입법부가 행정부에 입법권을 위임하여 행정부가 입법권을 가지도록 하는 법인데, 1933년 독일 나치 정권의 입법권 위임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유신정권 시절 대통령이 임명하던 국회의원인 유정회도 수권법의 한 변형으로 볼 수도 있다.
나치의 수권법의 정식 명칭은 “민족과 국가의 위난을 제거하기 위한 법률”인데 역설적으로 이 법이 독일을 망하게 했다. 더 황당한 것은 이 수권법이 형식적으로는 합법적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히틀러는 1932년 대선에서 힌덴부르크에게 패배했지만 30%대의 지지를 얻었다. 1933년 1월에 나치당 당수 자격으로 총리로 임명되었고, 1933년 1월 선거에서는 43.9%를 얻어 연방의회 제1당이 되었다.
이 승리를 기초로 히틀러는 1933년 3월 의회에서 찬성 441표와 반대 94표의 압도적 차이로 수권법을 통과시켰다. 정족수 2/3를 넘기기 위해 국가인민당이나 중앙당 등을 협박하다시피 지지하도록 했다. 사민당만 반대표를 던졌고, 나치의 가장 강력한 반대세력이던 공산당 의원 81명 전원은 체포 또는 수배되어 1명도 의사당에 들어가지 못하고 기권 처리됐다.
총 다섯 개 조문밖에 안 되는 이 짧은 수권법은 ‘행정부가 입법권을 가지며, 정부입법은 의회 및 대통령의 권한과 관련된 것을 제외하면 헌법에 위반되어도 유효하며, 법령 해석권을 총리(히틀러)가 가지며, 외국과의 조약에 의회 동의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한다. 이렇게 해서 가장 민주적이고 이상적이라던 바이마르 헌법은 완전히 사문화됐다.
국민의 투표로 다수당이 되고, 합법적으로 총리가 되었으며, 수권법까지 의회에서 압도적인 표 차이로 통과시킨 나치당은 ‘합법적 통치’라는 이름으로 본색을 드러냈다. 수권법 통과로 입법권을 가지게 된 나치 정권은 각종 특별법을 제정하여 민주주의를 유린했다.
가장 먼저 공산당을 해산시키고, 이어서 나치당 외의 모든 정당을 불법화하는 정당법을 만들었고, 지방의회도 나치당으로 채웠다. 수권법 통과에 협조하였던 중앙당과 국민인민당 등은 감옥에 가지 않기 위해서 스스로 해산서를 작성하여 제출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도 모자라, 1934년 8월 힌덴부르크 대통령이 죽자 히틀러는 대통령과 총리를 겸하는 총통 겸 총서기가 되어 1인 독재체제를 완성했다. 수권법과 그에 의한 특별법, 명령으로 자행된 유대인 학살과 만행, 전 세계를 전쟁의 불구덩이로 밀어 넣은 2차 세계대전의 발발은 적어도 당시 형식상의 독일 법률로는 합법이었다. 한시법이었던 수권법은 1937년과 1939년, 1943년에 계속 갱신되면서 나치가 종언을 맞는 순간까지 맹위를 떨치며 민주주의를 질식시켰다.
국민 주권을 빼앗고, 민주주의를 전체주의로 바꾸어 버린 이 수권법이 국민의 환호 속에서 선거로 뽑힌 나치당에 의해 합법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은 역사적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 역사적 아이러니에서 독일 국민들은 교훈을 찾았다.
2차 대전 후 수권법에 따라 권력을 행사했던 정치인들과 관료들과 수권법으로 재판한 법관들을 처벌했다. 전후 독일법의 기본질서는 명목상의 합법적 통치수단이 되었던 나치 시대의 형식적 법치주의에 대한 반성으로 반인권적 법과 명령을 용납하지 않는 것에서 시작했다. 형식적 법치주의가 아니라 실질적 법치주의로 나아가고자 하는 노력인 것이다.
독일 뿐 아니라 전 세계의 대부분의 나라가 이런 추세를 따르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만 아직도 실정법의 이름으로 인권유린을 자행하는 구시대적 법치주의 논리가 횡행하고 있다. 이 형식적 법치주의 유령이 MB정부와 박근혜 정부 내내 ‘법치주의 확립’으로 포장되어 왔는데,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악법도 지켜야 할 법’이라며 전교조와 공무원 노조에 들어대는 해고자 노조원 배제 요구와 법외노조화 시도이다.
박근혜 정부의 법치주의에 대한 무지와 호도
현행법을 만능으로 이해하여 법이라는 형식적 틀만 갖추면 어떤 것도 허용된다는 식의 형식적 법치주의의 전형들로 인권과 정의를 우선시하는 현대 민주주의에서 결코 용납되어서는 안 되는 주장들이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만연하다.
“일제강점기 당시 법에 의해 합법적으로 얻은 재산을 내놓으라고 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재산 지키기에 나선 친일파 후손들의 논리, “국민 91.5%의 찬성으로 만들어진 유신헌법에 따른 판사와 관료들을 문제로 삼는 것은 법치주의 위반” 또는 “유신헌법에 대통령의 긴급조치 발동권이 명시돼 있으므로 긴급조치는 합헌” 등 유신을 정당화하는 주장, 그리고 “전두환과 노태우는 당시 법률에 따른 국민의 선택으로 대통령이 되었기 때문에 이들을 문제 삼을 수 없다”는 5공 정당화 주장 같은 것들이다.
MB에 이어 박근혜 정부는 이 법치주의에 대해서 대단히 큰 착각을 하는 것 같다. 법치주의는 과거 절대군주의 자의적 통치를 막기 위한 장치로 등장한 것으로, 국민에게 법을 지키는 준법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법 집행자가 반드시 법을 지켜야 한다는 원리이다.
민주주의는 국민의 인권과 자유라는 사회정의를 최대한 보장하자는 것이므로 민주사회의 법치주의는 법 집행권자에는 최대의 구속을, 국민에게는 최소의 구속을 의미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현 정부는 이를 잘못 이해하고, 호도하면서 법치주의의 불행이 시작된 것이다.
애초 절대적 권력을 가진 자라도 법률에 복종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출발한 법치주의는 나치 독일에서 보듯 형식주의에 머무는 순간 유대인 학살이라는 인권 유린과 2차 세계대전이라는 세계적 재앙을 불러왔다. 형식적 법치주의는 나치 히틀러뿐 아니라 우리의 군부독재 정권에서도 민주주의나 국민주권을 무너뜨리는 도구로 사용됐다.
법의 형식상 요건이 아니라 내용상의 정당성을 따지는 실질적 법치주의로 전환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박근혜 정부가 법치주의를 공권력의 의무가 아니라 국민의 의무인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법치를 앞세워 국민들의 자유와 권리를 억압했던 유신과 5공 독재의 과오를 되풀이하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당시 노동·노사관계 공약에서 자유로운 노조활동과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제도개선을 약속했었다.ⓒ박근혜 후보 공약집
악법도 무조건 지키라는 형식주의에 매몰돼 귀 막은 박근혜 정부
지난 14일 고용노동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신계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하여 민주당의 김경협, 한명숙, 홍영표 의원과 정의당 심상정 의원 등은 전교조와 전공노에 대한 노동부의 법외노조화 방침에 대해서 조목조목 따졌다.
ILO(국제노동기구), OECE(경제협력개발기구) 노조자문위, EI(국제교원단체총연맹) 등 국제기구의 권고와 선진국 사례 등 국제 기준, 그리고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 대법원의 해고자와 구직자 노조 가입 허용 판례, 위헌 가능성 등을 근거로 해고자의 노조 가입 가격을 인정하는 법 개정을 촉구하고 전교조의 법외노조화 시도를 중단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그러나 방하남 노동부 장관은 “악법도 법이니 현행법을 지켜야 한다”는 변명만 반복하며 제대로 답도 못했다. “법을 지키는 것이 그렇게 어렵냐”는 방 장관의 목멘 소리가 처량하게 들리기까지 했다. 형식적 법치주의에 매몰되어 옳은 목소리에도 귀를 막고 눈을 감은 것이다.
사실 자유로운 노조활동과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제도개선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자유로운 노조활동과 노동기본권 보장의 핵심은 노조의 자주권 보장이며, 이에 근거하여 노동조합 가입 자격을 노조가 자체적으로 정하는 것이 또한 이것의 구체적 실현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방하남 장관은 이를 부정할 수 있는가? 뒤집어 말하면, 전교조의 법외노조화 시도는 박근혜 대통령이 스스로 공약을 파기하는 것이다.
말로는 법치주의를 강조하는 박근혜 정부는 법치주의에 대한 예의를 지켜야 한다. 해직교사를 노조 가입 자격이 없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 현행 법률이 국민의 자유와 인권 보호라는 사회적 정의에 비추어 정당한지 따져는 것이 실질적 법치주의 구현의 선결 조건이다.
기존의 여성노조, 일반노조, 청년유니온 노조 관련 판결에 이어 최근 발전산업 노조 관련 대법 판결에서 밝힌 것처럼 특정 기업에 소속된 노동자가 아닌 구직자 또는 실업자, 해직자도 초기업 단위 노동조합에 가입할 권리 또는 노조를 결성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 명확하다.
지난 14일 국정감사에서 방하남 노동부 장관도 분명히 “전교조는 초기업 노조”임을 인정했다. 그러니까 교원노조법이라는 특별법으로 만들어졌지만 전교조는 초기업 노조이므로 해직자도 노조원 자격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적어도 법적으로 다투어 볼 여지가 있다는 점은 명백하다.
15일 민변에서 공개한 또 다른 판례인 “조합원 중에 일부가 조합원의 자격이 없는 경우, 바로 노동조합의 지위를 상실하는 것이 아니라 이 때문에 노동조합의 자주성이 현실적으로 침해되었거나 침해될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노동조합의 지위를 상실한다고 보아야 할 것”(1997.10.28, 서울고법 97다 94)에 의하면 노조 지위 상실의 판단 근거는 노동자가 아닌 자가 노조에 포함되어 있느냐 여부가 아니라 그로 인해 노조의 자주성 침해 여부이다.
노동자 아닌 이의 가입 여부가 아니라 노조의 자주성 침해 여부가 판단 근거라는 이 판례는 노조법 그 입법 취지상 명백해 보인다. 노조법 제2조(정의)는 ‘"노동조합"이라 함은 근로자가 주체가 되어 자주적으로 단결하여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기타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조직하는 단체 또는 그 연합단체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단서 조항으로 “사용자 또는 항상 그의 이익을 대표하여 행동하는 자의 참가를 허용하는 경우, 경비의 주된 부분을 사용자로부터 원조받는 경우,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등의 5가지를 노조로 보지 아니하는 사유로 열거하고 있는 점은 사용자나 외부인으로 인하여 노조의 자주성이 침해되지 않도록 보장하는 것이 입법 취지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니까 전교조에 해직교사 9명이 포함된 것은 전교조가 자체적으로 정한 것이기 때문에 사용자나 외부인이 전교조의 자주성을 침해하는 것으로 볼 근거가 전혀 없으므로 노조가 아닌 것으로 볼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11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민주교육 수호 전교조 탄압 저지 긴급행동 촛불문화제'에서 교사들이 촛불을 들고 해고자를 배재하라는 정부의 규약시정 명령을 반대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법치주의에 대한 예의:‘법외노조 판단은 헌재 판결 이후에’
백 보 양보해 행정부의 관행으로 미루어 노동부가 청와대와 협의아래 내린 전교조 법외노조 최후통첩을 잘못된 것이라고 스스로 철회하기는 난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서로 명분과 실리를 챙기는 타협을 해야 한다. 이것이 행정이고, 이것이 정치이다.
현재 전교조 법외노조 시도의 정당성을 따져볼 수 있는 몇 가지 독립적인 법적 절차들이 진행 중이다. 정부는 이 결과를 보고 최종적으로 판단하되. 이렇게 해서 시간적 여유를 마련한 뒤 국회를 중심으로 전교조와 관련 단체 등의 대화를 통하여 합리적인 해결책을 도모하면 된다.
먼저 정진후 전 위원장(현 국회의원)이 문제의 규약시정 명령을 거부해 벌금 100만원의 유죄 선고를 받은 재판에서 ‘현직 교사만 교원노조 조합원이 될 수 있도록 한 교원노조법 제2조에 대한 위헌법률 제청’을 신청한 상황이다. 대법원이 이에 대한 판단을 내리면 된다.
두 번째, 지난 9월 전교조는 국가인권위에 법외노조 최후통첩에 대한 긴급구제를 신청했다. 인권위는 긴급구제에 대해서는 인권침해 개연성과 계속성, 회복 불가능성 등 형식적 요건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내부 종결하면서 이 사건을 일반 진정 사건으로 전환하여 심사 중이다. 그러니까 국가인권위에서 전교조 법외노조화가 인권침해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을 내리면 이를 참고해 노동부가 최종적으로 법외노조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
세 번째로 가장 중요한 절차인 헌법소원이 진행 중이다. 전교조는 노동부의 최후통첩을 받자마자 곧바로 헌법재판소에 근거가 된 노조법 시행령 제9조 2항과 노조법 제2조 등에 대해서 헌법상의 원칙인 법률유보의 원칙, 과잉침해금지의 원칙 등을 위반한 위헌 소지가 있어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태이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헌법소원 제기 후 180일 이내에 결정하게 돼 있으므로 헌재가 위헌 여부를 판결하면 그에 따라 노동부가 최종 결정을 하면 된다.
헌재 판결까지 전교조 법외노조화에 대한 노동부 최종 판단을 유보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것이 극한대립으로 인한 교육현장의 혼란을 막을 수 있는, 그리고 현재 상황에서 서로가 합의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으로 보인다.
그 사이에 정부와 국회는 국회에 제출된 교원노조법, 노조법에 대해서 당자자, 전문가와 토론하여 조속히 개정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 보수적인 교원단체인 교총도 법 개정에는 반대하지 않으며, 중립적인 기독교 교사단체인 ‘좋은교사운동’도 이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로 전교조 법외노조 여부 판단을 미루는 것이 법치주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 것이다. 이마저도 거부한다면 박근혜 정부는 스스로 형식적 법치주의에 매몰되어 나치가 걸었던 독재의 길, 유신독재의 길로 돌아가겠다고 공개 선언하는 것이란 비난을 피할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과 방하남 장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