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이에 주례사 !
이 나이에 주례를 맡게 되었다. 그것도 84학년도 충고 3학년 때 담임을 했던
정지식 부국건설 대표이사의 장녀 결혼 주례다. 아무나 설 수 없는 자리라 사
양을 했으나 제자 사랑을 많이 받기도 했고 거절할 수 없는 처지라 수락을 했다.
새롭게 탄생하는 신랑 신부의 축복을 비는 마음으로 목욕재계하고 주례사를
썼다. 사위가 운전하는 승용차를 타고 결혼식 당일 8시 30분에 출발을 했다.
12시 결혼 주례를 서기 위해서였다. 가보니 하객들이 엄청나게 많이도 오셨다.
주례사
연말이라 공사 간 두루 바쁘신 일이 많으실 텐데 사랑으로 비롯되는 이 자리를 빛
내주시기 위해 왕림해 주신 친지 친척 그리고 내빈 여러분께 신랑신부 양가 혼주를
대신하여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제가 영광스런 이 단상에 오르게 된 것은 신부의
아버지를 고3 때 담임했다는 사제지간의 인연 때문입니다.
오늘의 주인공인 신랑신부는 중등학교 교사로 만난 하늘이 맺어준 천정배필
(天定配匹)이라 생각합니다. 주례라기보다는 인생 선배로서 신랑신부에게
몇 마디 당부하고자 합니다.
사람은 일찍 철드는 사람도 있지만 평생 철들지 못하고 소풍 길 마치는 사람도
있습니다. 또 나같이 이 나이에 늦철이 들어 후회하고 사는 사람도있습니다.
신랑신부는 다음의 말에 명심하여 후회하는 일 없이 살아주기 바랍니다.
첫째로 ‘있을 때 잘해!’입니다.
보통 사람은‘소중한 사람’이 곁에 있을 때는 소중한 줄 모르고 살다가 소중한
사람이 곁을 떠나게 되면 그제서야 소중한 것을 깨닫게 됩니다. 부모님이 천 년
만 년 사실 것 같아도 인생 소풍 길 마칠 날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습니다.
부모님 살아계실 때 잘 하십시오.
고사에 나오는 중국 초나라의 노래자 같은 분은 나이 70에 색동옷을 입고 부모님
앞에서 춤을 추었다 합니다. 부모님을 기쁘게 해 드리기 위해서 입니다.
이게 바로‘반의지희(斑衣之戲)’고사입니다.
신랑 신부는 현대판 노래자가 되어 부모님 살아계실 때 기쁘게 해드리고 걱정
하시는 일없이 마음 편안하게 해드리기 바랍니다. 전화도, 찾아뵙는 일도 자주 하며,
용돈까지 챙겨드리는 등등의 일을 소홀이 하지 말아 달라는 얘기입니다.
둘째 며칠 전에 저희 집에 시골서 쌀자루 택배가 배달됐습니다. 쌀자루의 끈이 풀기
어려워 가위로 끈을 잘라 낸 적이 있습니다. ‘가위의 양날이 힘을 합치고 마음을 함께
하는 육력동심(戮力同心)’의 위력에 맨손으로 끊지 못하는 끈을 잘라냈습니다.
인생은 꽃피고 새우는 화창한 봄날도 있지만, 비바람에 폭풍한설 몰아치는 고난의
날도 있습니다. 그런 때 부부는 가위의 양날과 같이 일심동체가 되어 육력동심
(戮力同心)으로 난관을 극복해 나아가기 바랍니다.
셋째, 인도의 시성 타고르는 ‘감사의 분량이 행복의 분량’이라 했습니다. 신랑신부는
‘감사와 사랑’이 주식이 되다시피 살아주길’ 바랍니다.. 감사하며 살면 감사할 일이
생깁니다.또 영국의 성직자 토머스 플러는 말하기를 ‘결혼 후에는 상대방의 단점에는
한쪽 눈을 감고 사는 지혜를 가지라’고 했습니다.. 단점을 지적하는 10번의 꾸중보다는
1번의 칭찬이 약효 만점입니다.
넷째, 신랑 신부는 가슴이 따뜻하고 화목하게 살아오신 양가 부모님처럼 주변의
불쌍한 사람들을 내 가족처럼 따뜻한 가슴으로 보듬어주고 살아주길 바랍니다..
신부의 아버지인 정지식 부국건설 대표이사는 ‘내가 고3때 담임을 했다고 대천에다
전원주택을 지어준다’고 했습니다. 삭막한 세상에 훈훈한 얘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매사에 보은하려는 마음, 따뜻한 가슴으로 살아가려는 그런 부모님의 마음 잊지 않고
살아주길 바랍니다. 이상으로 주례사에갈음합니다.
2024년 12월 21일
주례 남상선
신랑신부여 !
월하빙인(月下氷人)이 특별히 맺어준 가연(佳緣)이니 빙인(氷人)의 마음이
무색하지 않도록 알콩달콩 잘 살아 주기 바랍니다.
첫댓글 주례는 정말 아무나 설 수 없는 자리인데, 제자분의 여혼에 주례를 맡으셨다니 참 뜻 깊으셨을 것 같습니다.
감동의 주례사입니다.
모두가 있을때 잘 해야지요...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는것.
저도 부모님이 천년만년 사시는줄 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