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정권 때 지진충격 과소평가해 건설
이 참에 문제없는지 종합진단 해봐야
비내진 앵커, 핵압력관 이음부 관심두길
2011년 3월 11일 일본 동북쪽 후쿠시마 대지진 이후 가장 강력한 지진이 한국에 가까운 일본 서쪽 해안의 노토반도에서 발생했다. 새해 첫날 일본 이시카와현 노토반도에서 규모 7.6의 대지진이 발생한 후 9일째에는 진원 인근 해저에서 규모 6.0의 강진이 또 발생했다. 여진치고는 너무 크다. 언제 안정화될지, 아니면 더욱 강력한 지진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지진 발생지역은 액상화가 진행되어 피해 규모가 더욱 컸다. 빌딩은 통째로 쓰러지고, 곳곳에서 물이 솟아오르고, 지반 융기로 노토반도 해안은 4.4㎢가 솟아올랐다. 사망자는 200명 남짓이지만 이러한 지진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아무도 모른다,
이번 지진의 영향으로 우리나라에서도 경주 지진과 같은 또 다른 강력한 지진 발생 가능성이 우려된다. 경주 지진 이후 행안부에서 시행한 동남권 활성단층 조사에서 월성원전 주변 32km 이내 7개의 활성단층이 추가로 발견되었는데 규모 6.5~7.0의 강력한 지진도 발생 가능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우리나라에 경주지진을 능가하는 거대 지진이 언제라도 올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지난 1일 규모 7.6의 강진이 발생한 일본 이시카와현 노토반도 와지마 시에서 건물이 불타고 있다. 이시카와현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번 지진으로 주택, 건물 파괴가 30여건 이상 신고됐으며 화재도 다수 발생했다. [요미우리신문 제공] 2024.01.02. AFP 연합뉴스
원전 사고 가능성 소문만 무성, 입 닫고 있는 일본 정부
지진은 활성단층을 중심으로 발생하는 특징이 있다. 활성단층은 258만 년 전부터 현재까지 지진이 발생한 흔적이 있어서 앞으로도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단층이다. 여기에 과거 3만 5000년 내에 1회 이상 또는 50만 년 내에 2회 이상 지표와 지표 가까운 곳에서 단층 운동변위가 존재하는 단층을 활동성단층이라고 한다. 활동성단층은 지진 활동과 직접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단층이다. 원전 건설 전에 이들 단층의 존재를 조사하여 지진 발생에 대비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윤석열 정부는 제대로 된 단층 조사도 없이 신한울 3, 4호기 건설을 위해 작년에 6조 원을 조기 발주했다. 안전 관점에서 매우 우려되는 조치가 아닐 수 없다. 공사 진행을 당장 중단하고 활단층 조사 등 건설 허가에 필요한 조치부터 순차적으로 충족시키면서 건설을 추진해야 한다.
노토반도 지진의 진원에 가장 근접한 시카원전 1, 2호기를 비롯, 가시와자키가리와 원전 등 진원 반경 250km 이내에 원전이 22기나 있다. 일본 정부는 거대 지진대에 무모하게 설치한 22기의 원전 재가동을 추진하여 이 중 7기가 가동 중이다. 기시다 정부는 이번 지진으로 원전이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있다. 원전 수조에서 방사성 오염수가 넘쳤다느니, 변압기에서 기름이 흘러나왔다느니, 주변 방사선 계측기에 고장이 발생했다는 등 소문이 언론에 흘러나온 게 전부다. 이중 진원에 근접한 시카원전 2호기는 활동성단층 논란에도 불구하고 재가동을 무모하게 추진 중이었지만 이번 지진으로 중단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본 정부는 원전에서 발생되는 이상 상황들을 자국민과 주변국에 신속히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 한국 정부도 일본 정부만 쳐다보지 말고 정보공개를 강력 요구하여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
원전 주변 역사지진 조사(원전부지 반경 일정한 거리에서 과거 지진이 발생된 이력을 조사하는 것. 반경 320km, 40km, 8km 3단계로 조사되며 반경이 작을수록 상세한 평가를 수행함)와 활성단층 조사를 통해 진앙에서 원전 부지까지 도달되는 거리와 매질에 따른 지진파 전달 특성 등을 고려해 원전의 설계지진인 지반가속도를 결정한다. (지반가속도는 원전 부지가 흔들리는 가속도 값을 의미함. 가장 기본적인 가속도로서 이를 기반으로 구조물 설계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설계지진이라고 함.)
이 지반가속도는 g(gravity, 중력가속도) 개념이 사용되는데, 1g는 9.8m/sec2으로 우리 몸무게와 직접 비교할 수 있다. 지상의 중력가속도는 지표에서 공중으로 멀리 떨어질수록 약해진다. 중력가속도가 10% 낮아지는 높은 지대에 올라서 무게를 재면 10% 줄어든 몸무게가 측정될 것이다. 즉, 0.9g의 중력가속도만 작용한다. 지진이 와서 땅이 흔들리는 척도를 지반가속도로 표현한다. 수평 0.1g의 경우 몸무게 1/10의 수평 힘이 가해진다. 원자로 철판용기와 같은 500톤의 구조물에 수평으로 0.2g가 작용하면 용기에 100톤의 엄청난 힘이 수평으로 가해지게 된다. 예를 들면 1만 톤에 해당하는 원자로 건물 전체에 작용한다면 2천 톤의 어마어마한 힘이 원자로 건물에 수평으로 작용할 것이다. 따라서 기기의 내진설계를 통해 지진 하중이 발생되어도 잘 고정되어 이탈없이 견고하게 지지되고 고유 안전기능이 유지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제적인 표준을 적용한다.
20년 전의 지진 특성 보고서 근거로 건설된 월성 2, 3, 4호기
월성원전 부지에는 캐나다에서 개발한 중수로(CANDU6) 원전이 4기 있다. 최근 공익제보자에 의해 비내진 앵커 사용에 따른 안전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기기의 고정점이 취약하면 지진에 과도하게 흔들리고 심하면 파괴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월성원전 주변에서 새롭게 발견된 활성단층으로 월성원전 부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최대 지진의 재평가가 요구된다. 군사독재 시절 0.2g로 표준화 설계된 CANDU6 원전을 월성에 건설하기 위해 제대로 된 역사지진 조사와 활단층 지질조사도 없이 Duff가 작성한 1977년 월성1호기 지진 특성 보고서에 근거하여 20년 뒤에 건설된 월성 2, 3, 4호기까지 전부 설계지진을 0.2g로 결정했다. 2016년 경주지진 이후 행안부 단층 조사에서 발견된 활성단층으로 볼 때 월성원전의 내진설계에 사용된 0.2g 지반가속도는 과소평가된 것이다. 반드시 재평가하여 압력관 등 주요 안전설비의 내진 건전성을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월성 원자로 핵심 부품인 내경 10cm, 두께 4mm의 핵연료 압력관 380개의 양단이 종단이음부에 용접되지 않고 롤확장법(Roll Expansion Joint)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매우 취약한 부위이다. 캐나다 설계사는 미 핵규제위원회(US NRC)에 핵연료 압력관 채널 설계를 인허가 신청했으나 안전상 이유로 거부되었다. 롤확장법에 대해 미국기계학회 압력용기 NB-3649.1 코드 기준에서는 원자로 배관에 사용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필자가 월성 2, 3, 4호기 원자로 설계 참여할 때 해당 부위는 주막응력(Primary Membrane Stress, Pm)의 안전여유도가 거의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압력관에서 발생하는 여러 응력 중 주막응력의 안전여유도가 없다는 것은 구조건전성 관점에서 가장 안 좋은 불행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즉, 0.2g를 초과하면 대변형을 유발하고 핵재난에 해당하는 대규모 파단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관료라지만 안전 우려하는 과학적 사고마저 버려서야
따라서 지진 위험성이 고조되는 이때 월성원전 가동을 전면 중단시키고 조속한 지반가속도 재평가를 시행해야 한다. 2016년 9월 12일 발생한 경주 지진 이후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보고한 지진 후속조치에서는 0.2g를 초과할 지진 가능성과 이에 따른 기기구조물의 취약성과 문제점, 그리고 앵커볼트 정밀진단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그야말로 관료적이고 형식적인 평가였던 것이었다. 안전을 묵살하는 관료적 사고를 버리고 안전을 우려하는 과학적인 사고를 장착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무리일까? 사전에 철저히 대비해야 하지 사후에 아무리 안전을 강조해 봐야 아무 소용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