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시간들이 너무 아까와서 아이들 미술마치자 바로 바다로 향합니다. 아직 기울기가 팍 꺾이지 않았기에 맑은 가을날의 햇살은 뜨겁기까지 합니다. 이런 날은 바다에서 즐겨주어야 합니다. 마지막이 될 것같은 아슬한 나날 속에 오늘같이 햇살듬뿍 날들도 아직은 있어 신산리 앞바다는 예약없이도 우리들 독차지.
연휴끝나니 몰려왔던 사람들 썰물처럼 빠져버린 듯, 갑자기 사람구경이 귀해졌습니다. 오늘은 어디다 대고 사진을 찍어도 온통 파랗습니다. 파란 하늘빛이 바다에 그대로 들어와버려 휴대폰 카메라는 모두 파란색으로 표현해줍니다.
바닷가에 살면서 깨닫게 된 것인데요, 썰물 때라고 무조건 다 빠지는 것이 아니고, 밀물 때라고 무조건 밀고만 들어오는 것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썰물 때도 밀물 때처럼 밀고 들어오되 그 속도를 서서히 줄여가는 것이고, 밀물 때도 빠짐을 반복하다가 서서히 채워간다는 것입니다.
마치 빠삐용이 자연감옥인 섬에서 수없이 바다를 내려다보다 발견해내는 밀썰물의 흐름을 읽어내듯 바다는 요모조모 깨닫게 해주는 것이 많습니다. 밀물 때인 줄 알고 경계했는데 썰물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고, 썰물 때인 줄 알고 안심했는데 밀물임을 알았을 때는 이미 늦어버린 때도 있지요. 벌어지고 있는 현장에서는 밀물과 썰물 구분이 결코 쉽지 않음을 깨닫게 됩니다.
가을바람에 너울성파도가 꽤 높고 이미 입구까지 물이 차있어서 평소의 너른 현무암해변은 잠겨버렸지만 그 바위해변이 어찌될 지 그저 지켜보니 그렇게 몰아치던 파도는 썰물성이었습니다. 언제 파도를 뒤로 물려야 할 지 바다는 정확히 아는 듯 합니다. 그렇게 서서히 모양을 드러내는 우리에게 친숙한 신산리 앞바다는 또다시 가을바다를 펼쳐보입니다.
첫댓글 와~~대표님, 본전 뽑으시니 기분 좋습니다.
바다 사진이 넘 환상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