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은 글입니다.
도쿠가와(德川)와 다카이치(高市)
이번 일본 총선은 다카이치에 의한, 다카이치를 위한, 다카이치의 선거였다. 자민당 당선자 대부분이 다카이치 총리 덕에 당선되었다고 할 정도.
일본 총선 결과는 한국, 무엇보다 한국의 보수우파에게는 아주 각별한 의미가 있다. 중요한 교훈을 준다.
한국은 좌파들에게 정권을 내주었다. 그들이 시진핑에게 절절매며 나라를 절망의 구렁텅이에 몰아넣고 있는데도 높은 지지를 보내고 있다. 그런데도 한국의 보수우파들은 아직도 이재명 등 좌파의 실체와 궁극 목표를 제대로 깨닫지도 못하고 있다.
왜 일본 국민들은 다카이치에게 그토록 많은 표를 몰아주었는가? 왜 좌파 세력을 거의 절멸로 몰아갔는가?
한국인의 눈에는 다카이치의 의석 2/3 확보보다 좌파 절멸이 훨씬 더 중요해 보인다.
일본인들의 선택은 곧 지방선거를 앞둔 한국 사회, 특히 보수우파들에게 더없이 소중한 참고가 될 것이다. 또 오랫동안 정치인 선택에서 크나큰 실패를 거듭한 보수우파들에게는 깊은 성찰의 기회가 될 것이다.
1) 다카이치가 집권 겨우 3개월 만에 ‘기습 총선’을 결단했다. 일본 국민들은 “쓰레기 대청소 총선”이라 불렀다. 중국에 아첨·아부하는 좌파 정치세력을 말끔히 정리하기 위한 선거라는 것.
그러면서 이 선거를 ‘세키가하라 전투’라고도 했다.
일본 역사상 최대 규모의 내전이며 일본 역사의 중요한 분기점이 된 세키가하라 전투. 1600년 10월 21일,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동군과 죽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측근 이시다 미츠나리의 서군 사이에 벌어진 대회전이었다. 동군은 순식간에 서군을 궤멸했다.
도쿠가와는 드디어 천하를 평정했다. ‘에도 막부’를 세웠다. 막번 체제는 260여 년간 일본을 지배했다.
오늘날에도 '세키가하라'는 역사의 고비, 운명을 결정짓는 중요한 시합·사건 등을 가리키는 관용구로 쓰인다.
2) 대부분 좌파인 일본 매체들은 이 ‘레이와(현 천황의 연호)의 세키가하라’가 425년 전 도쿠가와처럼 다카이치의 승리가 되지 않도록 안간힘을 다했다. 그들은 다카이치 이긴다면 “선명한 보수 노선으로 방향을 틀 것. 자민당 의원들도 불안해한다”고 당내 분열을 부추겼다. “브레이크를 잃은 다카이치 정권이 폭주할 경우, 일본 경제는 미지의 혼란으로 돌입할 위험을 안고 있다”고 어깃장을 놓았다.
‘포퓰리즘’을 얼토당토않게 ‘대중인기영합주의’라는 한국 매체들처럼 감세를 포퓰리즘 정책이라 비난했다. 심지어 “일본의 끝의 시작이 될지도 모른다”는 극단의 표현까지 했다.
다카이치가 현대 정치에서 도쿠가와의 에도 막부 같은 체제를 만들 수는 없는 일. 그러나 좌파들은 도요토미 세력을 몰락시켰던 세키가하라 전투를 연상했다. 선거 전부터 큰 두려움에 떨었다. 마침내 공포는 극한의 현실이 되었다.
좌파들도 선거 결과가 일본 열도를 세게 흔들 지진이 될 것으로는 예상했다. 그러나 그렇게 강도 높은 지진이 덮칠 줄은 몰랐다.
다카이치의 세키가하라 승리. 1600년에는 도쿠가와의 동군이 서군을 궤멸했다. 2026년에는 다카이치의 보수우파가 좌파를 궤멸했다. 역사에 길이 남은 대승리. 새로운 일본 정치의 서막이었다.
3) “청소가 끝났다.” 다카이치의 세키가하라 전투가 끝나자마자 어느 일본인은 그렇게 적었다. “쓰레기 대청소 총선”의 목적을 이뤘다는 뜻.
465석 가운데 316석. 중원 정수의 2/3, 1955년 창당 이래 사상 최다. 단독 헌법 개정 가능. 다카이치 장기 정권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도쿄의 경우 24년 총선에서 11석밖에 건지지 못했으나 전체 30개 선거구에서 모두 승리. 좌파들이 득세하는 서울 등 수도권을 생각해 보라.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자민은 비례대표에서도 압도의 지지를 얻었다. 예상하지 못한 결과. 비례명부에 등재한 후보자가 모자랐다. 할 수 없이 14석을 다른 당에 넘겨주고 말았다. 그 의석을 합치면 단독 330석이 될 수도 있었다.
465석 가운데 자민과 유신·국민·참정 등 보수우파 정당들의 의석수를 합치면 395석. 전체 85%. 특히 이민을 강력히 제한하겠다며, ‘보수 포퓰리즘 정당’임을 공식 선언한 참정당은 2석에서 15석으로 늘었다.
그러나 한국의 보수우파 층이 가장 깊이 들여다봐야 할 부분은 자민당 압승이 아니다.
입헌민주·공명의 중도개혁연합은 172석에서 49석, 공산당 8석에서 4석. 사회민주당 0석. 주요 좌파 정당들 의석수는 전체 11%. 그야말로 좌파는 부스러기만 남았다.
한국에서는 가능할까?
4) 다카이치 압승은 다카이치라는 인간에 대한 매력만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다. 여자라서 여성 표, 소셜미디어 활용으로 젊은이 표. 본질을 모르는 분석이다.
높은 인기를 만든 것은 그녀의 보수주의 이념과 정책 능력, 시진핑과 트럼프였다. 그 요인들이 서로 맞물려 강력한 폭발을 일으킨 것.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일본 유권자들은 다카이치를 선택하면서 그런 부분들을 잘 알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 지도자를 고를 때는 감성·지성·이성의 세 차원에서 분석·평가해야 한다. 그 세 가지를 종합한 뒤 결정해야 한다.
감성은 느끼며, 지성은 이해하고, 이성은 판단한다.
5) 감성
정치인들은 국민의 감성을 자극하고 감성에 호소하기 위해 숱한 노력을 한다. 감성은 사람에 대한 감정·느낌을 말한다. 직관·공감·인상·품성·분위기를 중시한다. 한눈에 정치인들을 알아보는 수단이며, 그들의 호소력에 반응하는 통로다.
일본 유권자들은 다카이치의 인간성에 반했다. 늘 웃는 부드러움. 트럼프 대통령 옆에서 팔짝팔짝 뛰던 60대 중반의 발랄함. 이세신궁을 참배하면서 자신의 정치 스승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영정을 들었던 의리. 그러면서도 정치 생명을 건 선거전에서 야당을 전혀 비난하지 않는 대범함. 천하고 졸렬한 중국의 비난 공세에 꿈쩍도 하지 않는 당찬 기백. 일본인들을 두루 매료시킨 모습들이었다.
한 유명 연예인은 “다카이치에게는 성실하고 긍정적이며 상쾌한 공기가 흐르고 있다. 사람이 사람을 믿을 때는 이런 상쾌함이 전해져서 마음이 움직이게 되는 것”이라고 소셜미디어에 적었다.
그러나 일본 유권자들의 감성을 가장 깊게 건드린 것은 그녀의 가방·볼펜·슬리퍼. 그 검소함의 미덕에 일본인들은 열광했다. 일부러 꾸민 것이 아니었다. 자연스런 일상이 만든 대단한 호소력이었다.
다카이치가 어딜 가든 들고 다니는 검정 가방은 나가노 현의 공예품. 국회에서 의원들 질문을 받아 적던 분홍 볼펜은 미쓰비시 제품. 모두 해외 명품이 아니란 점 때문에 일본인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일하는 여성의 동경이 되었다.
‘다카이치 활(活)’이란 신조어가 생겼다. ‘사나에 마니아’들이 그 두 가지를 구매하는 열풍을 가리키는 표현.
거기에다 다카이치가 총리 관저로 이사할 때 신은 ‘설타(雪駄·일본 전통 신발)’는 짙은 인간미를 드러냈다. 운동복 차림으로 맨발로 설타를 신은 모습에 “간사이(교토·오사카 등) 아주머니 느낌이 난다, 파격이며 소탈하다”는 등 폭발 반응이 일어났다. 그 신발은 고향 나라현의 수공업 제품.
회사는 “9년 전 제품을 지금까지 애용해 준 것은 정말 영광이다. ‘사나에 설타’로 불리며 주문이 급증해 감당을 못할 정도”라고 했다.
시골에서 만들어진 평범한 물건들을 사랑하는 최고 정치 지도자에 일본인들의 감성은 크게 움직였다. “정이 있고 정의감도 강하다. 신뢰할 수 있는 정치인,”
그러나 모든 젊은이 또는 여자들이 ‘다카이치 활(活)’을 아는 것은 아니다. 고교·대학생 조사에서 39.0%만이 알고 있을 뿐이었다.
18-29세 92%, 30-59세 85%. 한국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놀라운 다카이치 지지는 단순히 유행을 따른 것이 아니었다. 감성 만에 젖은 판단이 아니었다.
6) 지성
정치는 이념의 산물. 정치는 이념의 실천·구현을 위한 전쟁이다. 정치 지도자가 어떤 이념 정체성을 가졌느냐는 정치에서 가장 중요하다.
좌파는 이념을 위해 살고, 이념을 위해 죽는다. 보수우파가 좌파를 이기기 위해서는 자신들의 정치 지도자가 분명하고 확실한 보수주의 정체성을 가졌는지를 엄밀하게 검증해야 한다. 그리고 그 정체성을 추구하는 정책 능력을 갖췄는지 판단해야 한다. 그 검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