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 영성의 본질(모든 성인들의 대축일 강론), 오늘의 복음 묵상에도

[갓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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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그리스도 영성의 본질-영성 생활의 핵심 네 가지

1) 개요

네 가지 본질적인 요소들은 건전한 그리스도교인들의 영성을 뒷받침한다. 이는 보편적으로 주어진 영적 도전들이며 그리스도로부터 계시된 양보 할 수 없는 부동의 진리이자 그분의 제자가 되기 위한 필수 요소들이다. 어떤 것들인가?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세 가지 구체적인 가르침, 즉 기도와 단식 자선을 주셨다(마태오6장 참조). 그것이 영성 생활의 세 가지 핵심 요소이다. 예수께서 뜻하시는 바는 무엇일까? 그분이 말씀하시는 기도에는 개인적 기도뿐 아니라 계명을 지키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바치는 공동 기도도 들어간다. 단식은 넓은 의미의 금욕으로, 금욕 생활 자체에서 오는 기쁨의 삶도 포함한다. 그리고 자선은 다른 사람들과의 사랑은 물론 정의도 포함한다. 좀 더 주의 깊게 살펴보면, 예수님은 건전한 영성 생활을 위해 네 가지 기본적인 실천 사항을 제시하셨다.

-개인 기도와 사적 윤리의식

-사회정의

-마음과 정신의 부드러움

-참된 예배를 위한 공동체

예수님에게 이 네 가지는 본질적인 것으로 그분의 제자가 되는 데 양보할 수 없는 요소들이다. 그리고 우리의 영성 생활을 위해서도 선택할 사항이 아니다. 이 요소들은 영성 생활의 본질을 포함하며 영성의 균형을 제공하고 있다. 우리 삶 안에 네 가지 요소를 가지고 있을 때 그리스도인으로서, 한 인간으로서 건전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면 여기에는 어떤 구체적인 것들이 포함되어 있는가?

각 요소를 세부적으로 검토하기에 앞서 정상적 질서에서 벗어난 것이 무엇인지 보기로 하자. 프로이트는 무엇이 잘못되거나 망가졌을 때 그것을 잘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도 이 말을 염두에 두고 그리스도께서 말씀하신 대로 그 안에 영성의 전체성이 깨져 버린 몇 가지 이야기를 살펴보겠다. 깨져 버린 영성은 무엇과 같을까?

네 가지 이야기가 제시될 텐데 각 이야기마다 그리스도인이 등장한다. 이 인물들은 매우 진실하지만 어딘지 한쪽으로 치우쳐 균형을 잃었다. 그래서 이들은 그리스도 영성의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요소 중 한두 개를 괄호 안에 넣어 협상의 대상으로 삼는다.

2) 불균형의 예화들

가. 개인 기도와 실천과 사적 윤리 의식의 고양, 그러나 정의감의 결여

수년 전 나는 국영 라디오 방송을 듣고 있었다. 전화를 받으면서 진행하는 방송이었는데 매우 신랄한 토론이 벌어지고 있었다. 주제는 교회의 정치 개인 여부였다. 스튜디오에는 로마 가톨릭교회의 주교가 나와 있었는데 사회 정의에 대해 매우 분명한 견해를 가진, 국내에서 신망이 두터운 분이었다. 그는 교회가 정부와 법인 및 기업, 개인이 정의로운 경제. 정치. 사회 질서를 설립하도록 촉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송이 어는 시점에 이르렀을 때 화가 난 여성이 전화를 걸어 주교에게 질문했다.

“존경하는 주교님, 저는 왜 교회와 주교님 같은 사람들이 늘 경제나 가난, 일반적인 건강 문제. 인간의 권리 같은 문제를 설교하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런 것들은 종교가 관여할 일이 아니라고 봅니다. 소수의 극단주의자들과 사회정의를 부르짖는 사람들이 이런 문제들에 마음을 쓰고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 떠맡기려고 하는데, 교회는 마땅히 있어야 할 교회 안에 머무르면서 우리에게 기도와 신앙과 십계명과 종교에 관한 다른 것들을 가르쳐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왜 교회가 마땅히 머물러야 할 교회 안에 있지 않는 것입니까? 어째서 교회가 이런 문제를 정치인들이나 경제인들에게 맡기지 않는 것입니까? 그들은 이런 것들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아닙니까?”

주교는 이렇게 답했다. “당신이 내 물음에 답한다면 나도 당신의 질문에 대답하겠소. 만일 당신이 주교라고 합시다. 매우 신실한 한 여인이 주교인 당신에게 전화를 걸어 말합니다. ‘우리 신부님이 신앙과 기도와 개인의 사적 윤리에 관한 설교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신부님은, 관상 생활을 하는 작은 단체의 수녀들이 수도원 생활에 열중하면서 그런 것들을 하는데 왜 교회의 나머지 사람들까지 떠맡으려고 하느냐는 것입니다. 그리고 기도나 십계명(정의에 관한 계명은 제외하고)은 중요하지 않으며 하느님은 우리가 신앙과 기도 십계명을 지키는 일과 특별히 개인의 사적 윤리를 지키기 위한 작은 투쟁에 중요성을 두지 않으신답니다. 하느님은 오직 세상을 구원하시는 큰 그림에만 관심이 있으시고 우리 개인의 작은 일에는 거의 관심을 표명하지 않는 분이라고 하십니다.’ 당신은 이런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시겠습니까?”

그러자 그 여성은 서슴없이 대답했다. “나는 그런 신부의 성무 집행을 정지시키겠습니다.”

주교가 다시 말했다. “그러면 사람들이 나에게 자기네 신부가 사회 정의에 관해 복음이 요구하는 바를 가르치기를 거부한다고 말한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 신부가 사회 정의란 해방 신학을 하는 소수 단체나 좌익분자들이 열중하는 것인데 왜 교회의 나머지 사람들에게까지 덮어씌우려 하냐고 하거나. 예수께서 말씀하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정의는 기도하고 십계명을 지키는 한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까닭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정의를 지키라는 복음의 요구가 기도하고 우리 삶의 질서를 유지하는 것만큼이나 분명하고 거부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매우 흥미로운 대담이었다. 이는 진실하고 신앙으로 가득 찬 사람의 삶에서 일어날 수 있는 신앙의 불균형을 보여 준다. 그 여인처럼 누구나 영성 생활의 본질적인 어떤 것을 괄호 안으로 제쳐 놓는다면 신앙의 불균형을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그 여인이 교회에 정기적으로 나가고 기도하며 기본적으로 질서 있는 개인 생활을 하고 있다 하더라도 영성은 균형을 잃게 되는 것이다. 그녀의 삶에는 그리스도의 제자가 되는 데 중요한 요소가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한쪽으로 치우친 신앙인 것이다. 그리고 이는 그녀만의 문제가 아니다.

나. 사회 정의 실천, 그러나 개인 기도와 사적 윤리 의식 결여

샌프란시스코의 학교를 졸업하고 젊은 신부이던 시절, 나는 경제적으로 매우 열악한 도시의 호스텔에서 원목으로 일하며 학비를 충당하고 있었다. 거시서 그 지역의 젊은 사회사업가 데이비드를 만나 친구가 되었다. 그는 로마 가톨릭 신자였으나 교회에는 가끔 나갔고 평상시 개인적으로는 거의 기도하지 않을 뿐 아니라 성과 결혼에 관한 교회의 윤리적 가르침도 따르지 않고 있었다. 그는 교회의 가르침을 중세기의 것으로 간주하고 공개적으로 업신여겼다. 그렇지만 교회의 사회적 가르침에는 적극 참여했고 정의에 관해서도 열정적이었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봉사에도 앞장설 줄 아는 매우 너그러운 사람이었다.

어느 날 그가 말했다. “신부님은 하느님께서 우리가 아침저녁으로 드리는 기도며 마음을 상하게 한 사람에게 품는 원한, 자위행위, 다른 여성과의 잠자리 등을 모두 일일이 눈여겨보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는 언제나 작고 개인적인 일에 매달려 전체를 등한시하고 있지는 않은가요? 세계 인구의 반이 매일 배고픈 상태로 잠자리에 들고 있지만 아무도 관심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정의지 우리의 시시하고 작은 기도나 종교적 윤리가 아닙니다. 왜 우리는 언제나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들에 매달려 있어야 하나요?”

데이비드라는 젊은이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주교에게 전화를 걸었던 여성과는 정반대의 종교적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그 젊은이도 그녀처럼 그리스도의 제자가 되기 위한 길에서 결코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을 괄호에 넣어 버리고 한쪽으로 치우친 영성을 갖고 있었다. 잘못은 그의 질문에 이미 내포되어 있었다. 하느님은 우리의 사적 기도와 개인적 원한이나 윤리 의식에 관심을 가지고 계실까? 이에 대한 답은 물론 ‘예스’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관심을 갖기에 하느님도 관심을 기울이시며 그로 인해 우리 삶은 달라진다. 따라서 하느님 역시 큰 관심을 가지신다. 실제로 기도하느냐 안 하느냐에 따라 우리 스스로가 크게 달라지기에 하느님 역시 큰 관심을 갖고 계신 것이다. 젊은이나 앞서 언급한 여성이나 그 차이에도 불구하고 같은 부류, 영성의 전체성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다.

다. 개인 기도의 실천과 사적 윤리 의식의 고양, 사회 정의 실현, 그러나 마음과 정신의 부드러움 결여

1985년 여름, 나는 벨기에의 브루게(Brugge) 외곽에 위치한 피정의 집에서 크리스티아네 브뤼셀망(Christiane Brusselmans)이 주최한 회합에 참석했다. 그 회합의 주제는 교회론이었으며 각 대륙에서 온 사람들이 분과별 토의 를 하도록 짜여 있었다. 나는 한 그룹에서 기록을 담당했다. 첫날엔 각자 자기 이력을 소개하고 교회에서의 경험들을 나누었다. 우리 그룹에는 아시아에서 온 젊은 수녀가 있었는데 마더 데레사를 많이 닮은 분이었다. 그녀는 전통적인 수도복 차림에 기도 생활에 충실했으며 매일 성체를 영했으므로 아무도 그녀의 개인 생활에 의심을 품지 않았다. 그녀에게는 사실 사생활도 없었다. 삶이 펼쳐진 책과 같아서 하루 24시간 늘 공동체의 누군가와 함께했다. 따라서 개인 기도와 사적 윤리에서도 정직하고 출중하며 모범적이었다. 게다가 라디오 프로그램에 전화를 건 여성과 달리 그 수녀는 교회의 사회적 가르침에 대해서도 결코 이방인이 아니었고 모범적이었다. 그녀는 자신과 자신이 속한 공동체 전체가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하기로 결심을 굳혔으며 그렇기 때문에 이전에 가졌던 많은 안락한 삶을 포기했다고 설명했다. 가령 음식이나 옷, 집, 수돗물 등 편안한 삶을 영위하게 하는 도구들을 포기했다. 이제 그녀는 수녀원에서 짚으로 만든 침상에서 자고 오직 두 벌의 옷(주일용 수도복과 일상용 수도복)만으로 살았다. 주기적으로 단식하고 각종 사치품을 피하고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하며 봉사했다. 그 수녀는 특별히 정치범들을 위한 봉사를 담당하고 있었다. 이는 앞서 언급한 젊은이의 봉사보다 한 단계 나아간 것으로 가난한 사람들과 정의를 위한 스스로의 선택이었다. 그녀와 우리 그룹이 나눈 이야기는 이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이야기는 조금 색 다른 방향으로 나가고 있었다. 우리의 회합은 피정의 집에서 열려 편하면서도 호화롭지는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세계적으로 가난한 곳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도 우리의 현재 환경이 너무 고급스러워 나쁜 표양을 보인다고는 생각지 않았다. 게다가 주최한 사람들은 우리가 강행군을 하도록 일정을 짜 놓았다. 오전부터 오후, 저녁까지의 일정이 빡빡했다. 나흘이 지나자 모두들 지처 버렸다. 닷새째 되는 날 점심 식사 때 크리스티아네가 일어나 그동안 너무 힘들었으므로 휴식을 갖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래서 오후 시간은 자유라고 했다. 우리는 냉방장치가 된 버스를 타고 아름다운 도시 브루게로 들어가 장을 보거나 산책하는가 하면 맥주 한 잔을 기울이며 그날 오후를 보냈다. 저녁 7시에는 멋진 식당에서 오랫동안 맛있는 식사도 했다. 사람들은 기분이 좋았는데, 모두 그렇지는 않았다는 것이 축제 같은 시간을 보낸 후에 드러났다. 다음 날 우리는 시간 손실을 조정하기 위해 모였는데. 꽤 많은 참석자들이 불만을 털어놓았다. 가난을 이야기하면서 우리가 시간과 돈을 너무 경솔하게 많이 허비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젊은 수녀는 조용히 있었다. 미사와 영성체로 그 회합을 끝맺으며, 마침 기도와 강복 전에 모두에게 그 동안 자기가 체험한 깊은 은총이나 어떤 문제에 대해 함께한 그룹과 나누도록 했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 얘기를 하려고 앞으로 나왔다.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나라에 사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그들은 자기들과 다른 세상에 사는 형제자매들을 만나 직접 얼굴을 보고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것이 큰 은총이라고 말했다. 거의 그런 이야기가 주류를 이뤘는데, 아시아에서 온 그 젊은 수녀가 끝 무렵에 마이크 앞으로 나섰다.

“저 역시 지난 며칠 동안 은총을 받았습니다. 전에는 꿈도 꾸지 않았던, 하지만 제게 꼭 필요했던 변화를 겪었습니다. 이 회심은 오후 자유 시간이 주어졌을 때 시작되었습니다. 그 시간이 선언되는 순간, 제 안에서 무엇인가가 얼어붙는 것 같았고 저는 화가 치밀었습니다. 저는 생각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얼마나 모욕적인 짓인가? 이것이 시간과 돈 낭비다. 우리는 가난한 사람들의 시간과 돈으로 여기 와 있는데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나? 테라스를 유유히 거닐며 술을 마시고 할러데이 인(Holiday Inn) 같은 비싼 음식점에서 맛있는 음식이나 즐기다니... 저는 화가 났지만 그룹과 떨어지고 싶지 않아 함께했습니다. 저는 그 날 오후 내내 참담했습니다. 길을 가며 가게 창문으로 사치스러운 물품들을 보았고 결국 카페에서 술 한 잔을 마셨습니다. 저는 그 한 잔을 물리치지 못한 것이 매우 서글펐습니다. 저는 처음으로 진 앤 토닉을 마셨습니다. 우리가 할러데이 인에 들어갔을 때 모든 것이 절정에 이른 것 같았습니다. 은으로 된 칼과 포크와 그릇들, 아마포 냅킨을 보자 저는 메스꺼움을 느껴 더 이상 들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밖으로 나와 버스에 올라앉아 다른 사람들이 먹는 동안 가다렸습니다. 꽤 오랫동안 거기서 시간을 보내야 했고 많은 생각들이 떠올랐습니다. 문득 저 자신에게 물었습니다. 예수님도 저기 앉아 먹고 마시며 좋은 시간을 보내셨을까? 저는 그분도 그랬을 것이라는 끔찍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가죽 띠를 맨 세례자 요한이 메뚜기를 먹으며 가난한 사람들의 이름으로 모든 즐거움을 물리치고 저와 함께 이 버스에 앉아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저는 제 안에 세례자 요한과 예수님이 뒤범벅되어 있는 것을 보고 무엇인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제 안에는 차디찬 피가 흐르며 ‘되찾은 아들의 비유(루카15장)’의 형이 된 저는 옳고 그름만 생각하느라 미처 축제는 즐기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 젊은 수녀의 이야기는 정말 무엇인가를 깨닫도록 밝혀 준다. 겉으로 그녀는 예수님과 같은 삶을 살아가는 젊은 여성이다. 기도하고 단식하고 자선을 베풀며 기도와 개인 생활의 조화를 이루고 사회 정의에도 건전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무엇이 결여된 것일까? 그녀의 영성에 부족한 것은 무엇인가? 그녀 자신이 그 답을 발견해 말했다. “‘저는 ‘되찾은 아들의 비유’의 형이 되어 있었습니다.” 예수님이 말씀하셨듯이, 단식은 독기를 품은 모진 마음에서도(그래서는 안 되지만) 가능하다. 그러므로 마음의 부드러움은 개인의 성실한 생활이나 정의에 대한 관심과 함께 영성 생활에서 결코 양보할 수 없는 필수 요소이다. 왜? ‘되찾은 아들의 비유’의 형처럼 된 우리는 T S. 엘리엇이 기술한 유혹에 떨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가장 큰 반역의 마지막 유혹은 잘못된 동기를 성취하기 위해 올바른 일을 하는 것이다.” 예수님의 관점에서는 올바른 진리뿐 아니라 올바른 에너지도 필요하다. 물론 누구나 건전한 삶을 위한 본질적인 요소를 모두 갖추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럼 개인 기도와 사적 윤리, 사회정의, 부드러운 마음 외에 또 무엇이 필요한가? 마지막 이야기를 들어보자.

라. 개인 기도의 실천과 사적 윤리 의식의 고양, 사회 정의 실현,

마음과 정신의 부드러움 유지, 그러나 구체적 공동체에의 불참

친구 한 명은 한 가지만 제외하면 모든 면에서 모법적인 그리스도인이다. 그녀는 신앙의 여성이라고 말할 정도로 결혼에 충실하고 좋은 어머니이자 양심적이고 정직한 사람이다. 그녀는 영적 독서는 물론 매일 기도를 바치고 다른 사람들에게 영성 및 기도 피정을 지도하기도 한다. 개인 기도와 성실성에 일관성이 없지도, 큰 오류도 없다. 그리고 정의에도 무관심하지 않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단체와도 여러 번 함께하고 여러 가지 운동에도 참여했다. 그녀의 가족과 친구들 중에는 그녀를 사회 정의를 위한 열성 활동가로 간주하는 이도 있었다. 게다가 그녀는 따뜻하고 자비로운 사람이기도 하다. 다른 사람과 함께 삶을 즐길 줄 아는 유머 감각이 있었고 포도주 한 병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알고 있었다. 표면적인 삶에서는 좀 모질거나 엄해 보이지만 누군가를 충동적으로 무시하거나 말실수를 해서 걱정시키는 사람은 아니었다. 가령, 정치적으로 부적합한 말을 하거나 세상의 역사를 비극적으로 바꾸어 놓는 사람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녀와 함께하는 것은 비판의 대상이라기보다 축복이 되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녀 앞에서 걱정이나 긴장보다 편안함을 즐길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교회에 가지 않았다. 그녀는 교회 공동체에 참여하는 것이 큰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교회에 대해 특별히 부정적이지도 않았다. 어쩌다 교회에 갈 때도 있었다. 그녀는 차별 없는 무관심주의자에 가까웠다. 교회에 나가는 것이 그녀에게는 중요하지 않은, 적당히 협상할 수 있는 부수적인 일이었던 것이다. 즉, 영성의 본질적인 것이 아니었다. 결국 그녀의 신앙은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부드러운 마음에도 불구하고 균형을 잃었다. 원인이 뭘까? 그렇게나 정직하고 기도하면서 살며, 너그러운 그녀인데 무엇이 그녀의 삶에서 결여된 것일까?

삶의 기초와 현실성, 그리고 필요한 고통은 가족과 같은 본당의 구체적인 생활에 가담함으로써만 얻을 수 있다. 본당 생활에서 우리는 전례(미사)나 다른 여러 가지 행사를 거행할 때 옆 사람을 직접 선택하고 뽑지 않는다. 가족 같은 본당도 무작위로 주어지는 카드놀이의 패처럼 구성된다. 거기에는 이념과 덕망, 장단점을 가진 온갖 기질의 사람들이 포함된다. 올바른 교회 생활이란 좋아하지 않는 일이 생겼다 해서 그것을 박차고 떠난다는 것이 아니다. 마치 혼인 서약처럼 좋을 때나 나쁠 때나 충실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교회 공동체에 머문 채 충실하다면 우리는 예수께서 베드로에게 하신, 그리고 모든 제자에게 해당되는 약속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즉, 자기 손으로 띠를 띠고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었으나 교회 공동체에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다른 사람들이 허리띠를 둘러 원하지 않는 곳으로 끌고 갈 것이다. 교회 공동체가 우리에게서 없애는 것은 새처럼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높이 날아오르려는 그릇된 자유이다. 우리는 스스로 성숙하고 사랑하고 헌신하고, 보아야 할 것들에 있어서 아무런 방해도 없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교회 공동체에 나간 사람은 머지않아 자신의 그 환상이 산산이 부수어지는 것을 체험한다. 그리고 미숙하고 다른 사람의 고통에 무감각한 자신과 정직하게 대면하면서 언제나 겸손해야 함을 발견하며 이러한 사실을 외면하고 도망갈 수 없음도 깨닫게 된다.

우리는 사람이 좋다는 평판을 들으며 규칙적으로 기도하는 사람으로서 사회적인 일에 참여는 하면서 전적인 책임은 지지 않는 사람이 될 수 있다. 그처럼 멋지고 안전한 삶을 구가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꾸준히 교회에 나간다면, 배타적이지 않으며 이웃을 포용하는 이런 삶은 어려워질 것이다. 교회 공동체에 진정으로 참여하는 방법은 카드놀이에서 좋은 패를 가졌을 때 특별한 카드를 버리는 것처럼 예외적 특권을 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3)충만함과 균형을 향한 그리스도교 영성의 네 가지 본질적 요소에 대한 세부사항

어떤 것에 바르게 적당한 이름을 붙이지 못하면 우리는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이 책에서도 앞으로 이름을 붙이는 작업을 해나갈 것이다. 이는 깊이 있는 신학적인 전개를 펼치겠다는 뜻이 아니다. 그보다는 양보할 수 없는 영성의 네 가지 본질적 요소를 무시했을 때 생겨날 문제들을 다루고자 한다.

가. 개인 기도와 사적 윤리

예수님은 개인 기도와 사적 윤리 의식을 아주 개인적인 일이라도 영성 생활에서 양보할 수 없는 것이라고 규정하셨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당신과 함께, 당신을 통해 관계를 맺고 하느님과 개인적인 관계를 위해 ‘숨어서 기도하라’(마태6, 5~6참조)고 하셨다. 뿐만 아니라 그분에게는 우리가 기도를 하느냐, 하지 않느냐가 하느님과 개인적인 관계를 맺는 시험이 된다. 때문에 그분은 우리가 기도를 하고 싶은가. 하고 싶지 않은가의 문제로 보지 않으시고 지켜야 할 하나의 계명으로 규정하신다. , “너희가 나를 사랑하면 내 계명을 지킬 것이다.”(요한14,15~23)복음은 계명을 지키는 충실함을, 환상에서 참 기도를 가려내는 기준이라고 가르치신다. 영성 생활의 뿌리 한 가지가 바로 이 개인 기도요 사적 윤리 의식이다. 과거에는 지금처럼 기도를 강조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과거의 그리스도교 영성 문학을 살펴보면 기도는 언제나 핵심 요소였고 유일한 요소로 간주된 적도 있다. 많은 전통적인 로마 가톨릭 신자들과 개신교의 복음주의 신자들은 여전히 그렇게 믿고 있다. 그들의 영성에서 중심은 예수 그리스도와의 개인적 관계와 십계명을 지키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그리스도인들, 특히 진보적 그리스도인들은 그렇지 않다. 그들과 세속적 문화는 전반적으로 예수님과의 지나친 사적 관계를 위험한 것이라며 두려워한다. 그로 인해 참 종교에서 멀어질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따라서 오늘날 예수님과의 개인적 관계를 말하려면 근본주의자로 여겨질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깊은 신심도 많은 사람들에 의해 보수적인 덕으로 간주되는 실정이다. 진보적인 그리스도인들과 세속적 문화의 견지에서 비판을 받는 개인 기도는 나름대로 장점도 있지만(역사적 이유에서)그 자체에 위험도 내포한다. 개인 기도와 윤리 의식이 종교 안에서 강조될 필요성과는 별도로 그것은 언제나 중요하지 않은, 사소한 것으로 기술된 적이 결코 없다. 보수적 그리스도교의 입장에 대한 신랄한 비판 중 하나가 사랑하지 않으면서도 계명을 지킬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예수님의 분명한 가르침에서와 같이 계명을 지키지 않으면서 사랑하는 척 흉내를 낼 수는 없다. 영성의 지나친 사유화는 물론 위험하다. 영성 생활은 단순히 예수님과 자기의 관계가 아니다. 그러나 영성에서 그 관계가 충분하지 않은 것 역시 못지않게 위험하다. 하느님과의 친교에서 합당한 내면화가 없고, 신앙의 가르침이 뒷받침되지 않은 사적 윤리 의식은 그리스도교를 철학과 이념과 단순한 윤리 강령으로 전락시켜 그 본질을 흐리게 하며 현실적으로 사람들과의 관계를 망칠 위험이 있다.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면 우리는 흉내만 내는 그리스도인이 될 것이고, 설령 열의가 있어도 자녀들에게 신앙을 전수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도 어느 시점에서는 공허함에 빠져 화가 나거나 기만을 당했다는 느낌을 갖게 될 것이다. 결국 모든 것을 내팽개치고 싶은 유혹과 싸우다가 씁쓸함을 맛보게 될 것이다. 성 바오로는 다른 사람들에게 설교하면서 자기 자신을 잃지 않도록 늘 염려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개인 기도와 사적 윤리 의식은 결코 괄호 안으로 사라져서는 안 된다. 헨리 나웬은 이 점을 잘 지적하고 있다. “나는 영적 통찰력에 대한 칭찬을 받을 때 신앙의 공허함을 느꼈다. 사람들이 자기를 하느님 가까이 데려갔다며 감사할 때 나는 하느님께서 나를 버리셨음을 느꼈다. 그것은 내가 마침내 집을 발견했는데 거기에 방이 없는 것과 같다.” 그리스도교의 많은 고전적 영성 작가들과 성인들도 매일의 개인 기도와 깨어있는 생활을 통한 윤리 의식의 고양만이 영성 생활의 진보에 이를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요컨대 개인 기도는 영성 생활에서 첫째로 양보할 수 없는 요소이다.

나. 사회 정의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정의 구현에 자신이 부름 받았다는 사실을 알고 놀라는 것 같다. 그러나 이 또한 기도하며 질서 있는 개인 생활을 영위하라는 예수님의 계명처럼 영성 생활에서 본질적이고 양보할 수 없는 요소이다. 복음서를 통틀어 이 점에 대한 예수님의 가르침은 시종일관 매우 강력하다. 성경 10줄은 직접적으로 가난에 대한 말씀이 나온다. 하느님은 가난한 사람들을 향한 우리의 응답을 물으신다. 루카 복음서엔 6줄 중 1줄이, 야고보 서간엔 5줄 중 1줄이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말씀이다(물론 약간의 형식적 차이는 있다)> 이처럼 정의를 실천하라는 부름은 하느님과의 관계에서 빠뜨릴 수 없는 부분이다. 유다인의 성경에서도 마찬가지다. 기원전 800년 무렵 유다의 예언자들은 가르침의 중심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두었다. 예언자들은 신앙의 질이 백성이 사는 땅 위에 세우는 정의의 성격에 달렸다고 가르쳤다. 또한 정의는 그 사회에 속한 가장 약한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판단할 수 있다고 보았다. 즉, 과부와 고아들, 낯선 사람들에 대한 대접이다. 유다 예언자들은 하느님과 함께 서 있느냐 아니냐는 기도와 마음의 진실성 여부가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허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점에 대해서는 예수님도 이의 제기하지 않으셨다. 오히려 헌걸음 더 나아가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하시고 그들과 당신 자신을 일치시키시며 그들을 어떻게 대접하느냐에 따라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천국과 지옥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준 음식과 물과 옷가지와 거처할 곳, 즉 얼마만큼 정의를 실천했는지에 달렸다고 말씀하셨다(마태25, 31~46참조). 가난한 사람을 대접한 것이 곧 하느님을 대접한 것이므로 예수님은 그들을 먼저 선택하라고 하셨다. “네가 점심이나 저녁 식사를 베풀 때, 네 친구나 형제나 친척이나 부유한 이웃을 부르지 마라. 그러면 그들도 다시 너를 초대하여 네가 보답을 받게 된다. 네가 잔치를 베풀 때에는 오히려 가난한 이들, 장애인들, 다리 저는 이들 , 눈먼 이들을 초대하여라. 그들이 너에게 보답할 수 없기 때문에 너는 행복할 것이다. 의인들이 부활할 때에 네가 보답을 받을 것이다.”(루카14, 12~14) 먼저 가난한 사람에게 손을 펼치는 것, 이것이 영성 생활의 본질적 요소이다. 물론 이는 새로운 가르침이 아니다. 모든 그리스도교가 방법은 조금씩 달라도 언제나 그렇게 가르쳤고 언제나 가장 적절하게 표현하면서 그렇게 살려고 노력했다. 그리스도교 역사상 많은 오점에도 불구하고 교회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자랑스러운 면도 지니고 있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병원, 고아원, 급식소, 학교 등을 맨 먼저 설립한 것(세속 사회가 그 책임을 떠맡기 훨씬 이전에)이 바로 교회 이며 노예 제도의 폐지도 교회의 역할로 돌릴 수 있겠다. 개신교, 해방 신학, 오늘날 사회에 대한 가톨릭 교황의 회칙들, 그 밖에 여러 그리스도교는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을 개인의 신앙에서 빠뜨릴 수 없는 부분으로 가르쳤다.

따라서 가난한 사람들을 돕고 그들과 함께하는 것은 정의 구현을 위한 그리스도인의 영성에서 언제나 필수 부동의 가르침이었다. 보수적인 그리스도교도들과 더불어 오늘날의 문화는 아주 강하게 이를 정치적 문제라고, 종교의 중요한 요소는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나 예수님은 가난한 사람들을 무시하고 불의가 자행되는 곳에서는 당신과 관계를 가질 수 없다고 분명히 잘라 말씀하셨다. 만일 영성의 사유화로 가난한 사람들과의 관계를 끊고 정의를 요구한다면, 그것은 단순히 개인적인 치료 요법이나 예술의 형태일 뿐이다. 더 나쁘게는 불건전한 도당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우리는 사회에서 가장 나약한 사람들을 어떻게 대접하고 있는지, 일상생활에서 얼마나 배려하고 있는지 분명하고 정직하게 들여다보아야 한다. 그렇게 해서 지기 성찰과 불편을 지속적으로 숙고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하느님과 올바른 관계를 맺을 수 없다. 이는 단지 소수의 해방 신학이나 페미니스트, 사회 정의가 우리에게 떠맡기려는 문제가 아니다. 또한 선택해도 되고 안 해도 될 문제도 아니다. 예수님이 최후 심판의 기준으로 삼으신 복음의 가장 중요한 핵심이다.

다. 마음과 정신의 부드러움(온유)

성덕은 감사의 마음과 관계가 있다. 성인이 되기 위해서는 감사함으로 마음이 끓어 넘쳐야 한다. 이미 언급했듯이 키르케고르는 성인이란 한 가지 일을 의도하고 그 일에 충실한 사람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 정의에는 동기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즉, 하고자 하는 일 뒤에 숨어 있는 참된 에너지 말이다. 우리는 나쁜 목적을 위해서 좋은 일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을 위한 일도 이기적으로 자비로움을 이용해 할 수 있다. 큰 대의를 위해서는 죽을 수도 있다. 그러나 마음의 상처나 유치한 영웅심으로도 그럴 수 있는 것이다. 단지 투쟁하고 싶은 에너지에 의해서도 진리의 전사가 될 수 있다. 분노나 죄의식, 과대망상 때문에 자기 이익을 위해 온갖 좋은 일을 할 수 있다. ‘되찾은 아들의 비유’ 의 형처럼 수년 동안 빈틈없이 충실할 수 있으나 그 마음이 원한을 품을 수도 있는 것이다.

성덕은 옳은 일을 신념을 갖고 하듯이 마음이 온유해야 하고 그 에너지 또한 적합한 것이어야 한다. 해방 신학의 아버지 굿,타보 구티에레스(Gustavo Gutikerrez)는 건전한 영성을 갖기 위해 세 가지 방법으로 영혼이 양육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첫째, 개인 기도와 공동 기도를 하고 둘째, 정의를 실천하며 셋째, 생활 안에서의 실천들(친구와의 우정이나 포도주를 마시는 것, 창조적이고 건전한 여가 등)로 마음에 온유와 감사가 넘치도록 영혼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또한 그리스도인은 사랑과 정의로 세상을 변화시켜야 할 임무가 있다고 했다. 그런데 분노에 가득 차거나 죄책감에 빠져 행동한다면 그것은 결코 성공하지 못한다고 했다. 오직 마음 안에 감사가 넘치는 사람들만 세상을 영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예수님 역시 분명하게 표현하셨다, ‘되찾은 아들의 비유’에서 우리는 두 가지 모습으로 아버지의 집에서 멀리 떨어질 수 있다. 즉, 불충하고 나약한 작은아들이거나 모질고 분노한 큰아들이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것은 아버지의 자비(마음에 감사가 넘칠 때만 나올 수 있는 감정이입)이다. 온유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라는 복음의 초대는 계명을 지키고 사회 정의를 실천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로 양보할 수 없는 부동의 진리이다. 이 요청은 완전한 단식의 방법이기도 하다. 금욕 또한 몸(육체)에 관한 규율이자 감정에 관한 규율이자 감정에 관한 규율이다. 뚱뚱하거나 독소에 물들지 않은 잘 관리된 육체라도 그 마음에 분노와 원한이 가득 찼다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되찾은 아들의 비유’의 큰아들처럼 계명을 지키고 정의를 실천한들 모질고 원한이 가득하면 그 충성이 과연 무슨 소용이겠는가?

진보주의자들이나 보수주의자들 모두 이 부분을 쉽사리 무시한다. 그들은 문제가 너무 긴급하고 예민하다면서., 또는 세상이 너무 사악하고 상황이 어쩌고 하면서 분노와 원한을 정당화한다. 그러면 우리는 미국의 시인 윌리엄 스태포드(William Stafford)의 경고대로 ‘잘못된 하느님의 집을 향해 가면서 우리의 별을 잃을지 모른다.’ 잘못된 하느님은 현대의 우익과 좌익이다. 즉, 우리가 종종 그렇듯이 격양되고 원한을 품고 불안과 일중독에 빠진, 신경질적이고 기쁘지 않은 하느님이다. 그런 하느님은 영적 탐구의 결과로 만나는 하느님이 아니다. 또 노리치의 줄리안(Julian of Norwich)이 힘주어 말한 미소 짓고, 긴장을 풀고, 놀라운 동정심으로 가득 찬 듯한 하늘에만 계시는 하느님도 아니다. 그리고 알베르 카뮈(Albert Camus)의 말처럼 좌익이나 우익, 그 밖의 적들이나 자기를 따라다니는 뿌리 깊은 악의 화신들에 대한 진짜 복수를 통해서만 행복해질 수 있다는 그런 신 도 아니다.

라. 참 예배를 구성하는 기반으로서의 공동체

위대한 종교인 버나드 로너건(Bemard Lonergan)은 무엇이 종교적 회심을 형성 하는지 그 판단 기준을 설정하려고 시도했다. 그는 순수한 종교적 회심에는 종교적, 유신론적, 그리스도론적, 교회적, 윤리적, 지성적 차원이 있다고 했다. 이 차원들은 한꺼번에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결국 하느님을 만나 거기서 진면모를 밝히게 되고 교회적인 것을 포함해 역사적 예배 공동체와 관련된 모든 구체적인 요소들 안에서 위에 열거한 각각의 차원을 모두 대면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이에 대한 예수님의 말씀은 지선이 부족하지도 애매하지도 않다. 하느님은 우리를 개인적으로 부르시지 않고 공동체로 부르신다는 것을 예수님은 명백히 가르치셨다. 개개인의 관계가 개인과 하느님의 관계처럼 중요하기 때문이다. 즉, 예수님에게 하느님을 사랑하는 계명과 이웃을 사랑하는 계명은 결코 분리될 수 없는 것이다. 게다가 이웃을 사랑하라는 가르침은 결코 추상적이지 않다. 하늘에 계신 하느님을 예배하는 것은 곧 지상 공동체에서의 구체적 예배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볼 수 없는 하느님을 사랑한다면서 볼 수 있는 이웃을 배척한다면 이는 거짓말이라고 하신다. 사람은 구체적 공동체(궁극적으로 교회 공동체)안에서만 참으로 하느님을 사랑할 수 있기 때문이다(요한6장 참조). 따라서 그리스도인이 신앙의 역사적 공동체에 구체적으로 개입한다는 것은 영성 생활에서 양보할 수 없는 부동의 진리이다. 그러나 이것이 현대인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일 수 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시대가 교회와 영성을 분리시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하느님은 원하지만 교회를 원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은 하느님을 탐구하는 가운데 물려받은 요구 사항 중 하나를 괄호 안으로 집어넣는 것이다.

한 세기 전, 개신교 신학자 프레데릭 슐라이어마허(Frederick Schleirermacher)는 『Speeches on Relogion for Those Among the Cultured 쫴 Despise It』라는 책에서 이 문제를 밝히려고 했다. 그는 교회가 약점을 지닌 것은 사실이지만 거기서 떨어져 나와 하느님을 탐구하는 개인은 삶을 직시하지 못한 채 비현실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교회 없는 신앙은 신앙이라기보다 개인의 환상에 불과하다. 로너건이 말한 대로 진정한 회심은 결국 살아 있는 교회의 은총과 더불어 교회 안에 존재하는 더러운 오물도 함께 받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영성은 궁극적으로 공동체성을 띤다. 불교나 힌두교, 이슬람, 도교는 그리스도교나 유다교와 달리 그 본질적 구성이 교회적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하느님을 찾는 것은 개인적인 탐구가 아니다. 하느님은 지극히 높고 궁극적인 존재이시므로 개인에게는 벅찬 대상이다. 영성은 하느님의 얼굴을 공동체 안에서 찾는 작업이다. 그것은 오직 역사적 공동체 안에서만 가능하며 그래야만 한다.

3. 하느님과 함께 지상에서 생활하기

영성은 어떤 면에서 균형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리고 영성에서 본질적으로 중요한 것에 관심을 기울이면 균형을 얻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균형이 영성의 마지막 목적은 아니다. 우리는 신처럼 고결하게 지상에서 균형을 이루며 살고자 한다. 창조주이신 하느님과 함께 창조를 지속시키고 싶고 구세주와 함께 구원사업을 계속하고 싶은 것이다. 이는 하느님의 세상 완성을 거들고 싶은 우리 안에 심어진 희망이다. 그리고 영성 생활의 가장 중요한 열쇠는 바로 이 소명을 따르는 것이다. 그럼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는 어떻게 지상에서 고결하게 공동 창조주처럼 살 수 있을까?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된 사람이 세상과 그 안의 모든 것을 구원하시는 하느님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어떻게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소명을 완수할 수 있을까? 그것은 계속되는 하느님의 강생의 한 부분이 됨으로써 가능하다.

[이광순(에디나)]

그러지 않아도 그날 강론 시간에 펜이 없어 안타까웠는데 (그래서 이렇게 신부님 강론을 올려놓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정말 좋으네요. 감사드리고..

[김윤희(안나)]

나도~ 감사...

[김영작 그레고리오]

신부님 대단히 고맙습니다. 다시 묵상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니 정말로 고맙습니다.

[조희남데레사]

다시한번 자신을 되돌아볼수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나엄마]

강론하실 때의 나의 마음은 어떠했는지 다시 한번 생각 하게됩니다.

[서영분(루이즈)]

틀 안에서 보이기 위한 신앙 생활은 아니였는지 ...빈껍데기 안에 속이 텅빈 그저 봉사한다 하며 남의 아픔을 외면하진않았는지 말씀의 수녀님처럼 예수님이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하셨을까 하며 다시한번 나를 돌아보는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