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쪽을 향해 걷는다.
득량도 바다는 조용하고
그 앞을 지나는 작은 배는 당당하게 소리친다.
펜션에서 나온 나의 형들과 형수들이 아침운동을 나왔다가 돌아간다.
고흥반도의 기다란 산줄기들은 색깔을 달리하고
마지막 남은 불빛은 조용히 자릴 비켜준다.
작은 배 위의 아낙은 귀찮아 팔지 않는다더니
요즘 낙지가 끝물이라 한마리 8,000원이란다.
공판장보다는 싸다며 큰 걸 골라 준다는데
큰 거 몇 마리 흘려 보내고 작은 걸 잡아 넣는 것이 보인다.
옆에 선 남자는 머쓱한지 바다를 쳐다본다.
여자는 주꾸미 한마리 넣어드리라고 인심을 쓴다.
난 텐트로 돌아와 버너에 불을 켜고
라면을 끓이며 주꾸미를 통째로 넣어 데친다.
가위로 붉고 부드러운 살을 자르니 술생각이 나
어제 남은 소주를 스텐컵에 따룬다.
소주를 홀짝이며 비닐 봉지를 타고 오른 낙지를 보다가
그물망에 집어 넣었다.
비닐을 타고 올라온 낙지는 그물을 만나자 재빨리 다시 비닐 속으로 들어간다.
돌아오며 지난 저녁 토라져 돌아간 바보에게 전화하니 받지 않더니
주꾸미 안주에 반주 곁들인 아침을 먹고 있는데,
목욕장 입장권 있으니 가져가란다.
그가 내 목욕을 시켜주었으니
난 낙지를 조성 장모님께 갖다주고 가기로 맘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