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야구단 합격한 이대은]
美 마이너 7년, 日선 2군 다승왕… 국내선 '프리미어12'때 스타 돼
"WBC서 달라진 제구력 보일 것"
지난 20일 서울 신사동에서 만난 이대은(27)은 한 시간 남짓 인터뷰 동안 미간을 두 번 찡그렸다. 그만큼 강조해 말하고 있단 표시였다. 첫 번째는 내년 3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이야기를 할 때였다. 4년 전 1라운드 탈락 수모를 겪은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명예 회복을 노린다. 하지만 곳곳에서 이탈 선수가 나와 사정이 여의치 않다. WBC 최종 엔트리에 포함된 이대은은 "쉽지 않겠지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만큼 '무조건 이긴다'는 마음으로 뛰겠다. 작년에 한 번 겪었으니 두 번째 무대에선 더 잘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대은이 말하는 작년 무대란 11월 야구 국가 대항전인 '프리미어12'(한국 우승)다. 신일고 졸업 후 마이너리그(시카고 컵스 산하)에서 7년, 일본 프로야구(NPB)에서 2년을 거친 그는 이 대회를 통해 '전국구' 스타가 됐다.
외국 생활을 오래한 이대은은 처음엔 대표팀 유니폼이 낯설었다. 전체 선수단 20여명 중 그가 아는 이는 고교 선배 김현수와 일본에서 함께 뛴 이대호 정도였다. 이대은은 "한 달간 동고동락하며 형·동생들과 친해진 게 가장 큰 자산"이라고 했다.
국가대표가 준 '선물'은 더 있다. 국제무대에서 공을 세운 이대은에 대한 옹호 여론이 높아지면서 상무·경찰야구단 입단 기회가 열렸다. '국내 프로야구를 거치지 않고 해외 진출한 선수가 곧바로 상무·경찰야구단에 입단할 수 없다'는 내용의 KBO 규정이 지난 10월 개정된 것이다. 왼쪽 목에 새겼던 문신(가족 이름 이니셜)이 문제가 되며 경찰청 지원에서 또 낙방했지만 그는 결국 문신을 지우고 얼마 전 최종 합격 통보를 받았다.
'삼수(三修)' 끝에 경찰청야구단에 합격한 이대은을 두고 일부에선 '특혜가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 얘기를 꺼내자 이대은의 미간에 두 번째로 주름이 잡혔다. "문신은 어차피 입대 전 지울 생각이었기에 1차 제거 수술 후 신체검사를 받았어요. 하지만 완벽히 지우지 못해 탈락했고, 이후 피부를 절개·봉합한 뒤 다시 지원해 합격했죠." 힘주어 답을 하던 이대은은 "(경찰청에서) 계속 야구를 할 수 있게 도와주신 분들에게 보답하려면 공을 더 열심히 뿌리는 길밖에 없다"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WBC는 이대은에게 중요하다. '구속 빠른데 제구 안 되는 투수'란 꼬리
표를 뗄 기회이기도 하다. "제가 좀 기분파거든요(웃음). 시즌 중 웨이트 운동을 할 때 컨디션에 따라 편차가 심했어요. 운동량이 들쭉날쭉하니 제구도 기복이 심했던 거죠." 올 시즌 웨이트 운동량을 일정하게 맞춘 이대은은 일본 리그 2군 무대에서 다승왕(10승8패)을 차지했다. 삐걱대는 WBC 대표팀에서 이대은이 버팀목이 될 것으로 팬들은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