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도 부장검사 “대부분 검찰은 장관, 실세 간부 아닌 총장 믿는다" 秋 비판
정희도 부장검사 “대부분 검찰은 장관, 실세 간부 아닌 총장 믿는다" 秋 비판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정문 앞에 검찰 응원 화환이 놓여있다. /연합뉴스
현직 부장검사가 ‘라임 사건’과 윤석열 검찰총장 가족 의혹 사건 관련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대해 “총장을 공격해 사퇴라는 결과를 의도하는 정치적인 행위로 의심받을 수 있는 일”이라고 21일 공개 비판했다. 그러면서 “진정한 검찰개혁을 위해 앞으로는 현역 정치인이 법무부 장관에 임명되는 일이 없어야 하겠다는 개인적인 바람을 갖게 됐다”고도 했다.
추 장관의 지휘를 수용한 윤 총장을 향해서는 “최소한의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라도 지켜내겠다는 고심의 결과로 이해, 많이 힘들고 외로우실 것으로 생각된다”고 했다.
◇"정권의 시녀, 충견 비난이 가장 수치스러워"
대검찰청 감찰과장을 지낸 청주지검 형사1부 정희도 부장검사는 이날 오후 검찰 내부망에 이 같은 취지의 글을 올렸다. 정 부장은 “국민의 비난 중 저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은 정권(인사권자)과 검찰의 관계였다. 정권의 시녀, 정권의 충견이라는 비난이 그 무엇보다 수치스러웠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 부장은 2013년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 관련 윤 총장이 좌천됐던 일화도 언급했다. 그는 “총장님은 소위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팀장을 담당하여 수사를 진행했고, 일선 청에 근무하면서 언론으로 그 수사 소식들을 접하며 검사로서 가슴이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며 “당시 대다수의 검찰 구성원들이 당시 검찰총장, 그리고 수사팀장이던 윤석열 검사를 응원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얼마 지나지 않아 결국 당시 총장은 사퇴했고, 수사팀장이던 총장님은 수년간 지방을 전전하게 됐다”며 당시를 “검찰이 이제는 ‘정권의 시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과 기대감이 한순간 부서져 버렸고, 이후 많은 검사들이 ‘인사권자에 대한 공포’를 가지게 된 것 같다”고 회상했다.
정 부장은 현 정부 출범 이후 윤 총장이 영전했던 과정을 지적했던 사실도 언급했다. 그는 “소위 ‘촛불혁명’으로 정권이 교체됐고, 총장님은 화려하게 부활해서 특검 수사팀장,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에 임명되기 이르렀다”면서도 “총장님이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되던 때 어느 선배가 그 임명 절차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글을 보고 지적에 동의하는 댓글을 올렸다”고 했다.
◇현 정부에서 영전 때 ‘정치검사’ 우려했지만 ’2013년 좌천' 다시 떠올라
정 부장은 “그 인사의 메시지가 혹여라도 ‘정치검사 시즌2’를 양산하게 되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고 했다. 윤 총장이 이른바 현 정부의 ‘적폐 수사’를 이끈 공로로 검찰총장에 임명됐다는 비판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나 정 부장은 현재 “총장님을 보면서 다시 한번 2013년을 떠올리게 됐다”고 했다. “현 정권의 신임으로 검찰총장에까지 오른 분이 현 정권 실세를 상대로 힘든 수사를 벌이는 모습, 저로서는 상상할 수 없던 일”이라고 했다.
“2019년 총장님은 현 정권의 실세인 조국(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그 이후 현 집권세력들로부터 계속해 공격을 받고 있다”고도 했다.
◇"검찰은 장관이나 실세 간부 아닌 총장을 믿고 따른다"
그러면서 정 부장은 최근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감찰 착수) 3일만에 소위 ‘검찰총장이 사건을 뭉갰다’는 의혹을 확인하는 대단한 ‘궁예의 관심법’ 수준의 감찰능력에 놀랐고, 이후 전 서울남부검사장이 그러한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고 분명히 밝혔음에도 또 다시 수사지휘권이 행사되는 것을 보고 또 놀랐다”고 했다.
정 부장은 마지막으로 윤 총장을 향해 “법이 정하고 있는 ‘검찰사무의 총괄자’는 총장이고, 대다수의 검찰구성원 역시 법무부 장관이나 실세 간부들이 아닌 총장님을 ‘검찰사무의 총괄자’로 믿고 따르고 있다”며 “총장님이 수사를 통해 보여주신 결기, 강직함을 잃지 않으시는 한 많은 검찰 구성원들이 총장님을 믿고 따를 것”이라고 했다.
◇"꿋꿋이 검찰과 후배들을 위해 버티는 모습, 먹먹하다" 실명 댓글 이어져
정 부장의 글에는 여러 검사들의 실명 댓글이 달렸다. “총장님의 모든 뜻에 동의한다고 말씀드리진 못하지만, 그래도 이 무도함 속에서 꿋꿋이 검찰과 후배들을 위해 버텨주시는 총장님을 보며 가슴이 먹먹해진다. 힘내십시오”, “외부의 어떤 압력과 위협에도 결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정작 총장님의 외롭고 힘든 싸움을 지치게 만드는 건 서슬퍼런 정치권력에 움츠려들어 결기와 당당함마저 잃어가고 있었던 저의 나약함이 아닐까 걱정하고 있었다. 정희도 부장님 좋은 말씀 감사하다” 같은 의견이 이어졌다.
◇"이 시절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도 엄정하게 대한 사실 누구도 부정 못할 것"
안동지청 박철완 검사도 글을 올려 “추미애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는 법상 권한의 행사라는 합법성의 요구는 충족했으나, 수사지휘권 행사가 곧 통상적 검찰시스템 운영의 중단 효과를 가지고 오는 비상조치권이르모 최대한 절제해야한다는 일반론적 요구를 충족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 검사는 “총장님과 장관님의 정치적 싸움 프레임 속에서 이 사태를 보고 해석하려는 사람들에게 떡을 주지 않으셨으면 한다”며 “쿨하게 장관님은 장관의 권한을 행사했고, 검찰총장으로서 검찰이 법치주의의 수호자로서의 역할 다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만 굳건히 지켜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박 검사는 마지막으로 “정치권력이 검찰을 절대악처럼 대하는 이 시절이 노골적으로 드러나게 된 것은 많은 부분 총장님의 역할 덕분”이라며 “검찰이라는 기관이 물리적으로 훼손되더라도 이 시절 검찰은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대하였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것”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