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비는 종이었다"
- 조두진 기자의 "누가 매국노인가?"에 대한 < 나의 견해 >
조선망국의 역사는 간단하게 단정할 성질이 아니라는 생각을 합니다. 조선이 망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500년간 고착된 신분제(양천제)가 혁파되지 못한데 있습니다.
임병양란 이후 신분제도가 혁파되고 실학을 도입하고 만인 주권사상이 도입되었어야 했는데 신분제도의 붕괴를 국가조직의 붕괴로 본 당시 지배계층인 사대부들의 미개로 인해 신분제도는 더더욱 굳게 고착되어버렸습니다. 진정으로 나라를 걱정하시는 분은 면천제를 적극 도입할 것을 주장한 서애 유성룡이 남긴 징비록을 한번 읽어 보실 것을 권합니다.(인간이 모인 그 어떤 사회도 공동체 정신이 무너지면 그 사회는 해체되는 것임)
조선이란 나라가 이씨의 소유물이냐 사대부의 소유물이냐를 두고 싸우다가 조선 후기(영 정조 이후: 영조 사망이 1776년인데 천부 인권설로 미국이 독립선언한 해가 바로 그해이니 양국의 정치사상 수준을 한번 비교해 보시길)에 사대부(안동 김씨) 소유물로 고착되어 버린 것을 대원군이 등장하여 사대부들의 구심체 기능으로 변질되어서 백성들의 고혈을 빨던 전국의 서원을 철폐하는 개혁 정치를 단행하게 됩니다. 그 정책으로 대원군은 백성들로 부터 열렬한 지지와 환호를 받았지만 그는 다시 조선을 이씨의 소유물(절대 전제군주국)로 만듭니다. 대원군도 개혁과 개방의 필요성을 몰랐을 리가 없습니다. 그러나 나라가 개방되면 이씨 왕조가 몰락할까봐 입헌 군주제로의 개혁과 서구 문물을 받아들이는 개방을 못하고 쇄국 정책을 실시합니다. 지금 북한이 개혁 개방을 못하는 이유와 꼭 같습니다. 그는 국내 정치적으로 조선이 다시 민씨의 나라가 될까 봐 민씨 일족을 응징하는데 에너지를 집중함으로서 그나마 남은 국력마저 전부 다 소진 시켜 버립니다. 대원군이 만인평등 사상을 몰고 온 천주교(서학) 탄압에 앞장선 것도 사대부를 규합하여 절대왕정의 복고를 꿈꾼 때문입니다.
서학이 서세동점의 앞잡이라는 이유로 탄압(천주님의 품안에서 모두가 한 형제 자매라는 교리와 우상을 섬기지 말라는 교리를 무부무군의 종교라 몰아세우고 대대적인 학살을 단행.)을 받자, 다시 천민(민중)의 힘으로 나라를 구하려는 동학이 일어나지만 정치조직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청국군대에 의해 궤멸되고마니 청과 일본의 각축장이 된 조선은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그대로 망하고 맙니다.
(임진왜란때 나라를 구한 것도 천민들입니다.천민은 병역의무가 없었는데 유성룡이 왜적의 수급을 베어오면 양인으로 신분을 바꿔주는 면천제를 도입 합니다만 전쟁이 끝나자 조정은 약속을 져버립니다. 그 배신의 정치로 인해 인조 때 병자호란이 일어나자 백성들은 조정에 등을 돌립니다. 인조는 삼배구고두례의 굴욕을 치루고 목숨을 부지 합니다. 그 오랑케 나라가 국호를 청으로 바꾸고 원세개를 앞세워 조선으로 군대를 끌고와서 대원군을 체포하여 천진으로 압송합니다. 삼배구고두례보다 더 치욕적인 굴욕을 당하지만 누구도 그걸 굴욕이라 여기지 않았습니다. 그때 원세개의 나이 불과 23세 입니다. 동학혁명은 중국의 태평천국의 난과 흡사 합니다.)
변화와 개혁은 민중의 의식과 정치 지도자들의 의식을 바꾸게 할 시간이 필요 합니다. 계몽의 시간 입니다. 그걸 일거에 힘으로 해치우려는 것이 혁명이고 혁명보다 더 급진 적인 것이 전쟁입니다. 전쟁은 생각의 충돌을 무기로 해결하는 것입니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신분제가 혁파된 나라인가? 나라의 진정한 주인은 누구인가? 하는 물음은 독자들 스스로가 자문자답해 보시길 원합니다. 그 이유는 나라가 개인의 마음 속에서 "내 나라"라는 인식이 들어야 진정한 애국심이 생기는 때문입니다.
미당이 "애비는 종이었다"로 시작되는 시 <자화상>을 발표하니 문학적 비유법을 이해 못한 사람들이 미당의 족보를 조사했다고 합니다. 당신이나 나나 핏줄을 거슬러 올라가면 절대 다수가 종의 아들이란 은유적인 표현입니다. 미당의 외침은 우리의 출신 성분이 모두 종의 자식으로 태어나서 자유를 갈구하고 있음에도, 글 좀 배우고, 돈 좀 벌고, 학벌 좀 따고, 벼슬 좀 높아졌다고, 도토리 키재기 하는 줄도 모르고서 자신은 사대부의 자식으로, 조상 대대로 특권의 피를 이어온 성골의 자식으로 여긴다는 죽비소리입니다. 그래서 힘 없는 시인이 "세상은 가도가도 부끄럽기만 하드라."고 외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현실 정치가 좌파 우파로 구분되어 정치적으로 다투고 있는 것도 다른 일면으로 보면 대한민국 건국 후 70년 정도 지나니(안동 김씨 세도정치 기간은 60년 입니다) 새로운 신분제가 형성되어 고착되고 있고 또 다른 사회적 문제를 낳고 있다는 증거로 볼 수가 있습니다.
북한은 김씨 왕조 세습국가로 시대를 역행하는 지구상의 유일한 동토입니다. 개혁과 개방의 기미가 전혀 보이질 않습니다. 그러면 우리 대한민국은 어떠합니까?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 부터 나오는 나라." 입니다.
정말 우리 삶의 현실이 그러하도록 꾸준히 구태를 개혁하고 인류의 복지와 안녕을 위해서 나라(국민의 의식)를 새로운 이념과 새로운 사상으로 적극 개혁 개방 해 나가야 합니다. 전 국민에게 "대한민국이 나의 나라"라는 인식이 들도록, 국가가 정말 "나"라는 개인을 사랑하고 있구나 하는 것을 피부로 느끼도록, 우리 모두의 의식이 개명 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변화하려는 노력을 지금 우리가 하지 않으면 우리의 자화상은 "가도가도 부끄럽기만 한 자화상"이 될 뿐입니다.
정치권력은 의사결정 권력이며, 경제권력은 실질적인 생존 권력입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는 이 두 가지가 절대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이 두 권력을 "피의 세습"이나 "선민사상" "패거리 사상"으로 고착화 시키버리면 만인이 인간답게 살아가야 할 공동체가 자기 욕망에 집착하는 소수의 인간들에 의해 점령되고 말아 절대 다수의 삶이 파괴 됩니다. 그게 가장 큰 부정부패입니다. 좌파든 우파든 부정부패와 결합되는 사상은 구성원 모두가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내야 할 공동체를 파괴하는 봉건적 사상이자 매국적 사상임으로 척결해 나가야 합니다. 공정한 룰이 사라지고 모든 권력(결정권)을 소수가 독점해버리는 그런 세상에서 내 아들과 내 손자가 대를 이어서 종으로 살아간다는 상상을 해 본다면 어떤 세상을 우리가 바람직한 세상이라 할 것인지 명약관화해 지는 것입니다. 진짜 매국노는 좌파 우파가 아니라 자기 욕망에 사로잡혀서 민주적 공동체를 파괴하는 사상을 가진 자라고 함이 가장 바른 표현 일 것입니다. 미당의 시 자화상은 미당 자신의 자화상이 아니라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자화상입니다. 한번 감상해 보시길 권하며 게재합니다.
자화상<自畵像>/ 서정주
애비는 종이었다.
밤이 깊어도 오지 않았다.
파뿌리같이 늙은 할머니와 대추꽃이 한 주 서 있을 뿐이었다.
어매는 달을 두고 풋살구가 꼭하나만 먹고 싶다하였으나......
흙으로 바람벽 한 호롱불 밑에
손톱이 까만 에미의 아들.
갑오년이라든가 바다에 나가서는 도라오지 않는다하는
외할아버지의 숯많은 머리털과
그 크다란 눈이 나는 닮었다한다.
스물세햇동안 나를 키운 건 팔할八割이 바람이다.
세상은 가도가도 부끄럽기만 하드라.
어떤 이는 내 눈에서 죄인을 읽고가고
어떤 이는 내 입에서 천치天痴를 읽고가나
나는 아무것도 뉘우치진 않을란다.
찬란히 티워 오는 어느아침에도
이마 우에 언친 시의 이슬에는
몇방울의 피가 언제나 서꺼있어
볓이거나 그늘이거나 혓바닥 느러트린
병든 숫개만양 헐덕어리며 나는 왔다.
(2017. 1.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