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무르익어 간다. 교정을 오르는 발걸음도 무거워진다. 무르익는 봄이 농염이 싫은지 우리의 발걸음에도 무게를 더한다.
미칠 듯이 화려하던 철쭉이 아직은 기세등등함으로 오가는 이의 눈길을 앗고 있고 우리네 시심(詩心)을 자극하지만,
시간의 흐름을 벼텨내지는 못하나 보다.
목련, 개나리, 진달래, 철쭉. 이제 어떤 꽃여인이 나의 시선을 훔치려나 설레는 마음으로 아홉 번째 수업을 즐긴다.
먼저, 금아 피천득 시인의 오월(五月)
오월, 피천득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 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어 있는 비취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
스물 한 살 나이였던 오월
불현듯 밤차를 타고 피서지에 간 일이 있다
해변가에 엎어져 있는 보트. 덧문이 닫혀 있는 별장들
그러나 시월같이 쓸쓸하지는 않았다
가까이 보이는 섬들이 생생한 색이었다
得了愛情痛苦 득료애정통고 - 얻었도다 애정의 고통을
失了愛情痛苦 실료애정통고 - 버렸도다 애정의 고통을
젊어서 죽은 중국 시인의 이 글귀를 모래 위에 써 놓고
나는 죽지 않고 돌아왔다
신록을 바라다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오월 속에 있다
연한 녹색은 나날이 번져 가고 있다
어느덧 짙어지고 말 것이다
머문 듯 가는 것이 세월인 것을
유월이 되면
원숙한 여인같이 녹음이 우거지리라
그리고 태양은 정열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밝고 맑고 순결한 오월은 지금 가고 있다. = 이상 =
금아 피천득 시인의 대표작으로는 인영, 오월, 맛과멋 등이 꼽히는데 그중 오월을 감상한다.
시를 쓸 때는 고전을 알아야 한다. 고전을 통한 현대시의 통찰이 있을 때 우리는 좀 더 철학이 있는 시를 쓸 수 있다.
시에 있어서의 고전의 중요성을 강조하시면서 당,송시대의 8대가를 소개하신다.
당(唐)나라의 한유(韓愈)
유종원(柳宗元)
그리고
송(宋)나라 구양수(歐陽修)
소순(蘇洵)
소식(蘇軾)
소철(蘇轍)
증공(曾鞏)
왕안석(王安石) 등 당나라와 송나라의 뛰어난 문장가 여덟명을 말한다.
두번째 작품. 노천명 시인의 푸른 오월
푸른 오월 / 노천명(1912~1957)
청자(靑瓷)빛 하늘이
육모정 탑 위에 그린 듯이 곱고
연못 창포잎에
여인네 행주치마에
첫 여름이 흐른다
라일락 숲에
내 젊은 꿈이 나비같이 앉는 정오(正午)
계절의 여왕 오월의 푸른 여신 앞에
내가 왠일로 무색하고 외롭구나
밀물처럼 가슴속으로 밀려드는 것을
어찌하는 수 없어
눈은 먼데 하늘을 본다
긴 담을 끼고
외진 길을 걸으면
생각이 무지개처럼 핀다
풀 냄새가 물씬
향수보다도 좋게 내 코를 스치고
청머루 순이 뻗어 나오던
길섶 어디에선가
한나절 꿩이 울고
나는 활나물 홋잎나물 젓갈나물 참나물 고사리를 찾던
잃어버린 날이 그립구나 나의 사람아
아름다운 노래라도 부르자
아니 서러운 노래를 부르자
보리밭 푸른 물결을 헤치며
종달새 모양 내 마음은
하늘 높이 솟는다
오월의 창공이여!
나의 태양이여! =이상 =
시인 노천명은 이 시에서“ 계절의 여왕 5월”을 최초로 사용하였다. 이후로 우리는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 부르기 시작하였다.
첫 번째 연의 ‘청자빛 하늘’ 과 ‘감미로운 첫여름이 흐른다’가 이 시의 나머지를 받쳐주며 시를 이끌어가는 힘이 된다.
세 번째 작품. 문정희 시인의 물 만드는 여자
물을 만드는 여자 /문정희
딸아, 아무 데나 서서 오줌을 누지 말아라
푸른 나무 아래 앉아서 가만가만 누어라
아름다운 네 몸 속의 강물이 따스한 리듬을 타고
흙 속에 스미는 소리에 귀 기울여 보아라.
그 소리에 세상의 풀들이 무성히 자라고
네가 대지의 어머니가 되어가는 소리를
때때로 편견처럼 완강한 바위에다
오줌을 갈겨주고 싶을 때도 있겠지만
그럴 때일수록
제의를 치르듯 조용히 치마를 걷어올리고
보름달 탐스러운 네 하초를 대지에다 살짝 대어라
그리고는 쉬이 쉬이 네 몸 속의 강물이
따스한 리듬을 타고 흙 속에 스밀 때
비로소 너와 대지가 한 몸이 되는 소리를 들어보아라
푸른 생명들이 환호하는 소리를 들어보아라
내 귀한 여자야 = 이상 =
시인 문정희는 1947년 전라남도 보성에서 태어나
서울여자대학교 대학원 현대문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동국대학교 석좌교수로 활동중이다.
1969년 월간문학 시 '불면', '하늘' 당선으로 문단에 들어와 2015년 제8회 목월문학상과
제47회 대한민국문화예술상 문학부문을 수상하였다.
이어지는 교과서. 페이지 24를 본다.
정지용 작품 홍역(紅疫)중에서
눈보라는 꿀벌떼처럼
닝닝거리고 설레는데
어느 마을에서는 홍역(紅疫)이 척촉(躑躅)처럼 난만(爛漫)하다.
위의 시는 두 개의 비유로 씌여져 있다.
① 꿀벌 떼처럼 닝닝거리는 눈보라
② 척촉처럼 난만한 홍역
이를 산문으로 풀어보면 다음과 같다.
‘한겨울 눈보라가 사정없이 휘몰아치는데, 어느 마을에서는 홍역이 유행병처럼 번져
마치 산에 철쭉꽃이 여기저기 핀 것과 같다.
위의 산문적 진술과 시적 비유를 비교해 볼 때, 우리는 시적 이미지가 독자들에게 얼마나
심적 효과를 선명하게 자극하는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매주 공부를 할 때마다 쌓여가는 시에 대한 개념이 이제는 더 무서워진다.
작품을 써야 하는데 그 무게감이 나를 억눌러서 한 편 한 편 쓰기가 겁이 난다.
그리고 이어지는 임성수 선생의 신작 발표. 마직막 연을 읽는 우리 모두는
선생의 시심에 감동의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그리고 또 이어지는 숙제. 교수님의 시집 ’어머니의 고백‘에서
한 작품 읽고 독후감 쓰기. 옴메 걱정이다.
봄이 여름을 부르느라 화려한 자태의 철쭉을 잠재우려 애쓰고,
지나는 이들의 옷꺼풀을 한꺼풀씩 벗겨내는 만춘(晩春)이다.
화려한 봄날에 결혼식을 올린 송희수 선생의 딸 결혼식으로 이야기 꽃을 피우며 점심을 먹는다.
젤 선배인 김옥희 선배가 사 주시는 점심은 백미(百味)중의 백미다.
커피는 또 어떤가?
“옥희 선배님. 잘 먹고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셔서 오래오래 함께 공부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우리는 선물을 받았다. 이성애 선생의 수제 샴푸와 바디워시. 지난번 수제 비누.
조만간 나는 봄보다 더 멋져 질 것이다. 가을의 남자로 다음 봄을 녹일란다.
“이성애 쌤. 감사합니다”
백석대에서는 이성애 쌤의 수제 비누 선물에 감사의 마음을 한가득 담아 스카프를 보내 왔다.
빠질수 없는 간식. 주린 배로 공부하면 허기져서 안된다.
임선영 쌤의 꽈배기, 도너츠 간식. 주숙경 회장의 견과류로 두뇌 회전을 가속하니 “오메, 공부가 절로 된다”
봄이 우리를 떠나기 전 야외수업을 하기로 했다. 5월 23일. 장소는 남이섬. 버얼써부터 설레고 기다려진다.
2022. 5. 2. 월. 가천대 시창작반 총무 임병옥 정리.
첫댓글 오늘도 숙제 아닌 숙제 하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멋진 총무님. 신나는 연휴보내셔요.
우와~ 멋진 오월의 수필...
잘 정리된 수업 내용과 사진을 올려주신 임 총무님, 늘 수고가 많으십니다.
점심과 커피까지 대접해주신 김옥희 선생님, 감사합니다.
임선영 선생님의 꽈배기와 주숙경 회장님의 견과류 간식이 맛있었습니다.
이성애 선생님, 바디워시와 샴푸 선물을 또 주셔서 감사 감사합니다.
행복이 가득한 월요일입니다.
노천명 시인의 <푸른 오월> 시 감상으로
여왕의 계절을 아쉬움 없이 보내볼까 합니다.
많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해주시는 교수님 언제나 감사합니다.
김옥희님의 풍성한 점심과 이성애님의 귀한 선물, 회장님과 총무님 수고에 고마움을 전합니다~♡
미개한 농장 탓을 돌리며 이제사 댓글 답니다~
긴 글 마다 않고 수업내용 정리하는 총무님~ 고마워요 ~
교수님의 가르침 내용을 정리 하는 건 한편의 수필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