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탄강과 임진강 도보(두 번째-2)
(포천 화적연∼운산전망대, 2022년 8월 27일∼28일)
瓦也 정유순
오후에는 오전의 피로도 달랠 겸 가까운 산정호수에 가서 몸을 달랜다. 개혁군주 궁예(弓裔)가 부하였던 왕건(王建)에게 쫓기어 최후 항전을 하다가 최후를 맞이한 명성산(鳴聲山, 922m) 아래에 인공으로 만든 호수가 산정호수다. 산정호수(山井湖水)는 1925년 영북영농조합의 관개용 저수지로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축조되었으며, 현재 한국농어촌공사가 소유 관리하고 있다. ‘산 속에 있는 우물’이란 뜻으로 산정호수라는 이름이 붙었다.
<산정호수>
포천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산정호수는 병풍과 같은 웅장한 명성산을 중심으로 호수 양 옆에 망봉산과 망무봉을 끼고 있다. 주변경관이 수려해 수도권에서는 즐겨 찾는 관광지로 호수 주변의 산책로는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안성맞춤이다. 우물 같은 맑은 호수와 주변의 빼어난 경치로 보트와 놀잇배, 겨울철 썰매, 스케이트, 아이스하키 등으로 수도권 시민의 관광유원지로 이용되다가 1977년 국민관광지로 지정되었다.
<산정호수 둘레길>
우리가 호수 주변의 상가를 지나 오리배 선착장 옆으로 하여 시계 반대방향으로 호수둘레길로 접어든다. 약 3.2km의 호수 둘레길 산책로는 관광객이 즐겨 찾는 곳으로 찌든 삶에 지친 사람들의 심신을 건강하게 치유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모 방송국의 드라마 촬영장이었던 돌담병원 앞 호수 반대편인 서북방향으로는 망무봉(442m)이 호수를 에워싼다.
<산정호수와 망무봉>
원래 이곳도 38도선 이북 땅이었으나 한국전쟁 휴전으로 수복된 땅이다. 휴전되기 전까지 밀고 밀리는 격전지로 당시 국군 6사단이 중공군 5차 공세를 막기 위해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곳이었다. 그 후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전사자 유해발굴을 실시한 결과 136위의 유해와 유물 300여점이 발굴되었다고 한다. 과연 한국전쟁은 누구를 위한 전쟁이었을까? 같은 민족끼리 왜 가슴에 총칼을 겨누었을까? 호국영령들의 영전에 삼가 명복을 빈다.
<산정호수와 분수>
호수의 북쪽방향으로 들어서면 남쪽의 망봉산(383m) 아래 수면 위로는 시간에 맞춰 분수(噴水)가 춤을 춘다. 망봉산은 조망이 아름다운 산임에도 불구하고 산정호수 건너편 명성산 명성에 가려 그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산꾼들에게는 꽤 알려진 산이라고 한다. 가을의 문턱이라 그런지 가족 단위로 산책 나온 사람들이 많고 노부모님 손을 잡고 자연의 기를 만끽하는 모습들이 정겹다.
<산정호수와 망봉산>
호수를 돌아 남쪽 뚝방으로 들어서면 명성산이 한 눈에 다 들어온다. 명성산은 울음산이라고도 한다. 전설에 의하면 왕건(王建)에게 쫓기어 피신하던 궁예(弓裔)가 이 산에서 피살되었다고 하며, 궁예가 망국의 슬픔을 통곡하자 산도 따라 울었다고 하는 설과, 주인을 잃은 신하와 말이 산이 울릴 정도로 울었다고 하여 울음산이라고 불렀다는 설이 있는데, 울음산을 한자[울 명(鳴)자와 소리 성(聲), 뫼 산(山)]로 표기한 것이다.
<산정호수와 명성산>
뚝방을 건너면 궁예가 말을 타고 천하를 호령한다. 당시의 궁예는 신선한 개혁가였다. 신분을 따지지 않고 능력에 따라 인재를 등용하는 백성들의 나라를 원했다. 새 나라 고려에서는 능력에 따라 관직을 맡아 나라의 기초를 닦는 데 나름대로 기여한다. 나라의 기틀이 잡히는 사이에 어느덧 기득권 세력으로 변모한 그들은, 이번에는 자신들이 고려의 진골이 되어 자손 대대로 영화를 누리기 위해 송악의 호족인 왕건을 앞세워 모반을 일으키고 사민평등을 고집하는 궁예를 몰아낸다.
<궁예 기마상>
산정호수에서의 짧은 시간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지만 다음 일정을 위해 몸은 포천시 영북면 운천리 부소천 광장으로 이동한다. 부소천(釜沼川)은 포천시 영북면 산정리 안턱재에서 발원하여 남서쪽으로 흐르다 소회산리에서 한탄강으로 합류하는 지방하천이다. 한강수계의 지방하천으로 임진강의 제2지류이며 한탄강의 제1지류이다. 하천의 수계는 본류인 부소천과 소하천인 호현천으로 이루어져 있다.
<부소천교>
부소천이란 이름은 하천이 흐르는 곳에 <가마[부(釜)]> 같은 <소(沼)>가 많이 있어 이를 한자화 한 것이라고 한다. 즉 부소천은 한자로 가마와 같은 못(소)이 있는 하천이라는 의미다. 하천유역의 대부분이 산지를 형성하며, 본류 주변으로는 농경지 및 일부 주택지로 형성되어 있다. 현무암 침식 하천의 형태로 한탄강과 가까워질수록 용암 대지가 형성되어 있고, 현무암 침식 하천의 형태와 주상절리협곡의 형태를 보이고 있다.
<부소천 협곡>
<부소천과 한탄강의 해후>
부소천교를 건너 한탄강주상절리길을 따라가면 강 건너에 보이는 협곡들은 오전에 걸었던 4코스인 멍우리길이고, 지금 걷고 있는 길은 3코스인 벼룻길이다. 한탄강 벼룻길은 강이나 바닷가로 통하는 벼랑길을 가리키며, 한탄강 옆 절벽을 따라 폭포와 협곡, 마을을 잇는다. 벼룻길은 부소천협곡에서 비둘기낭폭포까지 약6km 정도의 코스로 90분정도가 소요된다. 참고로 한탄강주상절리길은 1코스 구라이길, 2코스 가마소길, 3코스 벼룻길, 4코스 멍우리길로 구분되며 총 27.9㎞에 이른다.
<한탄강 주상절리와 명성산>
<한탄강 주상절리>
오전에는 멍우리협곡의 겉을 보았다면 지금은 강폭만큼 떨어진 거리에서 주상절리의 단애(斷崖)를 보다 더 정확하게 볼 수 있다는 행운도 함께한다. 그리고 주상절리 절벽인 하식애(河蝕崖) 중간에 하식동굴(河蝕洞窟)들이 여러 개가 보인다. 하식동굴들이 지금은 절벽의 중간에 자리하고 있으나, 옛날에는 물이 동굴 높이에서 흘렀다는 이야기다. 과거의 한탄강은 바닥을 향해 깎아내리는 하방침식(下方浸蝕) 작용이 강하여 하천의 깊이가 더 내려가 지금의 하천과 같은 위치까지 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한탄강 주상절리>
<한탄강 하식동굴>
부소천교를 건너와 얼마나 걸었을까? 한탄강대화산교 아래를 지나면 한탄강전망대가 나오고 하늘다리가 나온다. 2018년 5월 완공된 <한탄강 하늘다리>는 길이 200m, 너비 2m, 높이 50m인 흔들다리 현수교다. 한탄강 주상절리 협곡을 조망할 수 있는 스카이워크가 세 군데 마련되어 있어 흔들흔들 구름 위를 거니는 착각에 빠지게 해준다. 다리가 불안하게 흔들리기는 해도 성인 1500명이 동시에 건널 수 있도록 안전하게 설계됐다고 한다.
<한탄강 하늘다리>
그리고 지금 우리가 걷고 있는 이 길은 2020년 7월 7일에 <한탄강유네스코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 구간이다. 한탄강유네스코세계지질공원은 우리나라 최초로 강을 중심으로 형성된 지질공원으로서, 협곡, 소, 폭포, 주상절리, 단층, 습곡구조 등의 다양한 지질구조와 지형들을 관찰할 수 있는 곳이다. 총 면적은 1165.61㎢로 화적연, 비둘기낭 폭포, 아우라지 베개용암, 재인폭포 등 26곳이 지질·문화 명소로 등재되었다.
<세계지질공원 표지석>
한편, 세계지질공원은 유네스코가 인증하는 지질공원으로 미적 가치, 과학적 중요성 및 고고학적·문화적·생태학·역사적 가치를 가지고 있는 곳이다. 유네스코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되면 세계지질공원망(Global Network of National Geoparks) 회원으로 등록되고 4년마다 심사를 받게 된다. 공원망 표지와 한탄강 유네스코세계지질공원 표지석이 있는 비둘기낭폭포캠핑장에 도착한다.
<한탄강세계지질공원>
https://blog.naver.com/waya555/222864529737
첫댓글 포천[산정호수] 약40년전 미원재직시 마인드콘트럴한답시고,미원사장을비롯하여
미원간부들이[산정호텔]에서하룻밤을지샌추억이있다.내인생에잊을수없는
추억이였지요. (사진은이순신장군상) 등제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