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 전에 본 [효리네민박2]을 보고 몇 자 적는다.
아이돌에 대한 편견이 얼마나 심했는지 참다랗게 깨닫는 요즘이다. 가장 결정적으로 편견을 깼던 건 복면가왕이란 프로 때문인바 '아이돌' 하면 그 전까지 너무도 어리고 철없는, 아직 머리 꼭지에 피도 안 마른 아해들이 부모 잘 만난 덕에 연예인을 잘도 해먹는 거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얘네들은 외모가 받쳐주니 노래를 못해도 전혀 상관이 없는 선택된 아이들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복면가왕에 나온 아이돌들은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노래들을 너무도 잘하는 게 아닌가! 한둘이 그랬던 게 아니라 출연하는 모든 아이돌들이 노래를 기가 막힐 정도로 잘했다.
그리고 그네들이 하나같이 댄스음악에만 올인하고 있지도 않았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좋아했을뿐 아니라 개떡같고 난해하고 어려운 락을 좋아하고 추종하는 친구들도 많았다.
그리고 소유를 비롯한 몇몇 아이들은 생각의 깊이랄지, 행동하는 것들이 연령이 높은 사람들과 비교해도 전혀 밀리지 않을 정도로 성숙한 면모를 보이기도 한다. 물론 그 짧은 예능프로 하나를 보고 전체를 감지하기는 힘들지만. 그게 그네들의 연출이었고 그만 내가 깜박 속아넘어간 건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락을 좋아하고 다양한 재능이 있어도 시대의 조류를 거스르면서 활동을 할 수는 없는 법이란 얘기다. 락을 좋아하고 다양한 악기를 다룰 수 있어도 대세는 떼로 나와 댄스를 추고 노래를 시류에 맞게 불러야 먹히니까 어쩔 수가 없는 법이다. 성향이나 재능은 성공 뒤의 일로 미뤄야 한다.
호기심도 풍부했고 뭔가 목표를 정해놓고 단계적으로 차곡차곡 이뤄나가는 아이들도 등장했다. 그러니까 먹을 것이 없어 굶어죽거나 굶기를 밥먹듯 했던 베이비부머<보릿고개>가 질곡의 삶을 살았다고 하겠지만
그러니까 먹을 것이 없어 굶어죽는 일이 전무한 풍요를 누리는 요즘 세대 아이들도 삶의 무게는 <보릿고개> 못지 않게 험난하다는 점을 말하고자 한다.
다시 말해
아이들은 부모 잘 만나 고생도 모르고 승승장구하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데뷔하는 아이들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걸 전체로 환원하지도 못한다.
어느 시대건 상관없이 아이들도 기성세대처럼 호락호락하지 않는 어려운 삶을 살아내고 있다.
몇 년 전 탤런트 손현주가 강호동의 <강심장?에 출연하여 이런 말을 했다.
요즘 아이들은 너무 죽고싶다는 말을 쉽게 쓴다. 그런 말을 좀 안 했으면 좋겠다.
이는 아이들이 기성세대에 비해 고생도 안 하고 편하게 살은 주제에 니들이 뭔 그딴 소릴 하느냐로 들리기도 한다. 너들이 고생스럽다고 해도 전쟁통에 밥도 못 먹어 굶어죽고 총 맞아 죽고 아니면 부모의 손에 버려져서 죽기도 한 세대와 어떻게 비교할 소냐? 이런 기제들이 깔려 있는 말로 들린다.
그러나 어느 시대에 태어나건 시대의 무게, 삶의 밀도는 별반 차이가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탤런트 이시영이 지금보다 덜 유명했을 때 예능에 나와 자기는 아주 오지의 시골에서 자랐고 어쩌고 저쩌고 하며 산이었던가 시냇가였던가에 가 개구리를 잡고 그것을 불에 구워 먹었던 얘기를 했다. 함께 출연하여 그녀의 모든 얘기를 들은 성동일이 그건 내 얘기야! 어떻게 요즘의 세대인 니가 그런 걸 경험해? 하며 놀라워 했던 걸 기억한다.
그러니까 세월이 좋다는 요즘도 시골오지는 존재하고 그렇게 아날로그적인 삶을 사는 사람이 있다는 걸 방증하는 것 같다.
그리고 또 우리가 하나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있다.
문명이 지극히 발달한 요즘 사람들의 사고와
수백 년 과거의 발달하곤 그다지 상관이 없는 사회에서의 사고나 언행 말이다.
아무래도 과거의 사람들보단 요즘 사람들이 더 수준이 높은 사고나 대화를 할 것이란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있지는 않나?
그게 그렇게 생각만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거라는 추측을 지식인들은 하고 있다. 거기에 나도 동의한다.
그러나 약간의 고저는 있지 않았나 싶은 것이
티비에서 시민의 인터뷰를 들어보면 대단히 수준이 높다는 걸 느낀다. 무슨 말이냐면 저자거리의 사람들이 내놓는 말들의 어휘들이 굉장히 수준이 높음을 느낀다. 시장바닥에서 일하는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어휘력이 풍부할까? 나는 그런 생각을 한다.
어휘력이 과거에 비해 이렇게 외연이 넓고 풍부한 기저엔 학문의 발달도 있겠고
결정적으로 매스미디어의 발달덕이란 점이다.
이야기가 왜 이렇게 또아리를 틀었을까?
[효리의 민박]이 원인이다.
소녀시대의 윤아의 등장을 보고 나는 윤아를 다시 보게 되었다.
한마디로 똑순이 같았다. 살림도 잘 하고 뭔가 고치기도 잘하는 <야무지>였던 것.
집 주인이 말하지 않아도 저가 알아서 척척 살림을 해내는 센스 만점의 아가씨였다.
만지면 부러질 것 같은 연약한 여자가 아니라 아주 똑소리 나도록 괜찮은 여자였다. 효리를 시청하지 않았으면 윤아의 진면목을 나는 영원히 몰랐겠지?
함께 출연한 우리의 박보검은 개인적으로 의외였다.
공손하고 지나치게 매너가 있어 남자라기보다는 그 성정이 차라리 여자쪽에 가깝다고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