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봉 억새산행을 다녀왔다.
무장봉이라는 생소한 산 이름은 어느 산악인이 지었다고 한다. 이 산은 토함산에서 함월산으로 해서 동대봉산으로 이어오다 포항 운제산으로 연결되는 경주와 포항 분수령에 있는 이름 없는 산이었다.
1964년 박정희 대통령이 독일을 방문하고 아우토반을 보고나서 경부고속도로를 착안하고, 뤼부케 대통령의 방한 후 낙농목장을 지원받게 된다. 재벌들에게 조세감면혜택을 주면서 대단위 목장을 만들도록 했다. 이때 대관령에 삼양축산 제주도에 KAL제동목장, 경주 양남 오운목장, 삼주개발 도투락목장 등이 작게는 40만평 에서 500만평에 이르는 대규모 목장들이 생겨나게 됐다.
제과업계의 선두주자였던 오리온제과도 그때 당시만 해도 오지 중에 오지였던 평균 해발 500M에 이르는 고지에 오리온목장을 착수했다.
현재까지 남아 있는 그때의 목장은 삼양축산 정도이고 대다수가 골프장으로 탈바꿈했다. 오운목장은 마우나오션 골프장으로, 삼주개발은 주인이 바뀌고 더 아더스C.C가 됐다. 서귀포 제동목장은 KAL에서 비행장을 만들 정도로 긴요하게 활용한 사례가 있는 가 하면 오리온 목장처럼 실패하여 방치된 곳도 몇 군데 있는 것 같다. 대표적인 목장이 삼주개발 도투락 목장이다. 삼주개발 도투락 목장은 보문단지 남쪽에 있는 60만 평의 양장과 암곡동에 400만 평의 대단위목장이 있었다. 양장은 양을 시험 사육하던 축산시험장 경주지장이라는 일제시대부터 있던 국영목장이었다. 봉명그룹 이동녕 회장은 당시 공화당 재정위원장을 하고 있던 3선 국회의원이었다. 지금이야 턱도 없는 일이겠지만 이 축산시험장을 집어먹었다.
이를 기반으로 삼주유업(도투락우유)까지 설립하고 화려한 출범을 했다가 몇년 안 가서 부도가 나서 SBS태영그룹에 넘어가고 말았다. 경주가 운이 없었든지 이동녕 회장이 운이 없었든지, 업보였던지 삼주유업은 남양유업에 넘아가고, 대단위 목장은 덕동댐 때문에 방치되는 운명에 처하고 몰락하고 말았다. 암곡 대단위 목장 부지 중 화산리 쪽에 있는 부지는 태영에서 골프장과 휴양단지를 조성 중이다.
오리온목장은 암곡마을에서 5Km나 되는 계곡길을 진입로로 만드느라 조건이 엄청 불리하고 해발 고도가 500m가 넘는 곳이라 낙농업을 하기에 적지가 아니었다. 겨우 닦아놓은 도로는 태풍만 불면 떠내려가 버려 우유 수송 자체가 안 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처음부터 부지선정이 잘못되었는 데다 회장 타계 후 자식들 간 분쟁과 사내분규로 10대 그룹에 속하던 알자 회사가 쪼그라들고 목장은 넘어가고 말았다.
30년 가까운 세월을 방치한 결과 자생력이 강한 억새가 초지를 덮어 억새 천국이 되니 전국에서 이름난 억새 산행지가 되었다. 덕분에 좋은 계곡에 무장사지도 덤으로 답사하며 하루를 힐링하기 딱 좋은 유명 명소로 탈바꿈했다. 경주국립공원지역에도 포함되어 바뀐 소유주가 개발행위를 할 수 없을 테니 오래도록 억새 낙원은 존재할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사람에게 팔자가 있듯이 땅도 팔자가 있는가 보다. 식수원인 덕동댐이 없었던들 일찌감치 골프장이 되었거나 개발이 되고도 남았을 터이지만 원형 보존이 되어 가을이면 장관을 이루는 억새 때문에 경주의 색다른 명소를 선물해 주고 있다.
개발과 보존은 양날의 칼이다. 설악산 케이블카나 신불산 케이블카 설치를 극력 반대하는 환경단체가 있는 반면 지역발전을 위해 설치를 강력 주장하는 주민들도 있다. 그래서 정치란 어려운 것이다. 만인을 만족시켜야 하니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모름지기 정치인은 소통을 잘해서 타협의 기술을 잘 발휘해야 큰 지도자가 될 것이라 본다.
첫댓글 선배님 무장봉에 얽힌 사연들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