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김장김치
이헌 조미경
며칠 전에는 영하의 날씨로 무척 춥더니, 이번 주 부터는 다시 봄이 찾아 온 처럼 기온이 포근하다.
그렇지만, 계절은 겨울로 향하는지
주위에서 김장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간다. 겨울의 초입이면 늘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시래기 된장국의 구수함을 시원한 수제비가 그리운 날이면
잃어 버린 기억을 소환 추억의
손맛을 기억 하고 따라 하고 싶은 욕망이 있다.
추운 겨울이 시작 되기전 엄마는 집 뒤 텃밭에서 뽑은 무와 배추를 가지고 가족들이 겨우내 먹을 김장을 하셨다.
김장을 하는 날은 동네 아주머니들이 우리 집에 모여 다함께 배추 속을 함께 만들고 맛이 있는지
짜게 되었는지 품평회를 가지 셨다.
김장 하기 하루 전, 아버지는 마당 한 귀퉁이를 삽으로
구덩이를 여러게 파셨다. 집안일에 무심한 아버지는
할머니와 엄마의 성화에, 김장독을 묻기 위해마당에 구덩이를 파는 일을 미루고 미루셨다.
엄마는 항아리를 수돗가에서 씻어 두셨는데
모든 준비가 끝나면, 가을 걷이가 끝난 볏단을 깨끗이
씻어 배추 물기를 빼셨다.
김장 하는 날은 마을 잔치처럼 동네 아주머니들이 막 김장한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운, 김장 김치를 양푼에 담아가는 것을 학교에 다녀오는 길에
보았다.
김장은 엄마들의 월동 준비로 기억 된다.
동치미를 비롯해서, 석박김치 갓김치 파김치등은
온가족의 맛있는 밑반찬이 되었으니, 그시절을 떠올리면 고단한 삶을
살다 가신 엄마의 어깨가 떠오른다.
그러나 요즘은 예전처럼 김장을 많이 하지 않는다.
함께 먹을 가족도 줄었지만 무엇 보다 식생활의 변화는
밥 보다는 간편하고 달잘지근한 빵을 많이 먹게 되었고, 바쁜 현대인은 집 밥보다 외식을 많이 하게 되어 자연이 김장 김치를 적게 먹게 되었다.
해마다 11월 중순에서 하순이 되면, 김장 했냐 묻는 친구들의 말에
나는 아직 못했는데, 사실 시간이 없어, 라고 했다.
언제나 마음은 김장을 해야 하는데, 하고 생각은 하는데
할 엄두가 나지 않아 남들이 하고 있는 것을 구경하는
구경꾼이 되어 시간만 흐르고 있다.
요즘 마트 앞에는 속이 꽉찬 배추가 쌓여 있고, 먹음직스럽게 보이는
동치미 무우와 총각 무가 빼꼼히 나를 보라보는데
나 자신 김장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김장 김치 담그는 일은 주부의 일이지만 난 주부 일보다는 바깥일이
우선이 되어 게으름을 피우고 있다.
매년 겨울이 다가오면
시간을 내야지 마음 먹지만 금방 다가오는 대학원 과제는
다른 곳에 마음을 두지 못하게 한다.
올 해도 김장은 그냥 모른체 하고 공부와 글쓰기에 매진 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