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기 전 내 마음

[장성열]

글 쓰기 전 내 마음

신새벽, 난 들떠 있다. 초저녁에 일찍 잠이 들어 밤새도록 꿈 속을 헤매대가 가벼운 흥분 속에 잠이 깼다.

느닷없이 냉동실을 열어 얼어있던 명태를 후라이판에 올려놓고 요리를 시작한다. 전혀 엉뚱한 일을 시작한다.

문을 열어 놓고 바로 앞의 바닷바람을 느낀다.

마치 소풍을 앞에 둔 아이의 설렘이 가득했다. 여행을 떠나 전, 기대에 온 몸은 전률한다.

난, 40 년전, 묵호 삼거리에 다시 돌아왔다.

사고를 치고 강릉의 명문고를 퇴학 당하고 묵호시내 깡패들과 싸움을 벌이던 사고뭉치 사춘기 소년이 되어 있다.

삼거리 금은방 유리창이 박살나고 내가 먼저 선방을 치고 묵호항 방파제로 도망을 가고, 뒤에는 깡패새끼들이 소리치며 쫒아오고 그러면서도 전혀 떨리지 않았던 나는, 묵호항에 가득 찼던 해무를 느끼고 있었다.

지금, 난 과거의 그자리로 돌아온 것이다.

아마, 글을 쓸 것 같다.

20 년전, 단숨에 소설 한 권을 써내려 갔던 그 때처럼.

첫째 딸아이가 막 태어나서 안아주었을 때, 나를 또렷이 보았을 때처럼.

“남동생 대학 보내려고요”

내가 왜 몸을 파냐고 물었을 때 돌아누우며 당연하듯 말했던, 첫 순결을 바쳤던 그녀처럼.

군대에서 나를 괴롭히는 고참 놈을 밤중에 야전삽으로 깨워서 밖으로 끌고 나와 두둘겨 패다가 밤하늘을 쳐다보며 울었던 것처럼.

어디로 갈것인지도 모르겠다. 무엇을 쓸지도 모르겠다.

무작정 묵호 거리를 돌아다니듯, 우에노 공원에서 밤에 고향의 어머니가 보고 싶어 울었던 것처럼.

그렇게 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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