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 성모성지
강헌모
한국 가톨릭문인회 에서 2018년 봄 성지순례가 안내되어 5월 19일에 남양 성모성지로 가게 되었다. 가서 문인 교우 선생님들을 만날 생각을 하니 설레이기도 했지만 아는 사람이 없어서 서먹서먹할 것 같았다.
5월 19일 사당 역 1번 출구 공영주차장으로 7시30분까지 가야 하는데, 그날 나는 개인적으로 가겠다고 사무국장님과 총무님에게 연락드렸다.
서울에 아침 7시30분까지 가려면 전날에 가서 잠을 자야 할지도 모르니 당일에 기차를 예매하고 수원 역으로 가서 시내버스를 타고 남양 성모성지로 갔다. 그곳은 처음 가는 것이 아니고 약 15년 전에 들른 때가 있었다.
성지 가기위해 아침 일찍 일어난 탓에 몸이 피곤하여 핫 초코 한 컵 하려고 자판기앞으로 가니 그것이 없어 코코아를 빼고 있는데, 어느 분이 내게 커피 한잔할 수 있냐고 해서 빼 드렸다. 그것도 하나의 작은 자선일지 모르겠다.
조치원역에서 직원에게 표를 바꿀 수 없느냐고 하니 가능하다고 해서 입석표에서 좌석표로 바꾸고 기차 시간도 15분 앞당겨 탔다. 비록 1시간 정도 열차타고 가는 것이지만 피곤한 탓에 자리에 앉아 가게 되어 마음이 편했다.
수원 역에 도착하여 수원환승센터가 있는 곳을 어떤 사람에게 물으니 가르쳐 주어 쉽게 남양 가는 버스를 탔다. 타고 가는 중에 51사단 정거장이라고 버스에서 안내방송이 나와 내가 군대생활 했던 소속의 부대라는 걸 알게 되었다. 얼마 만에 이 길을 가고 있는가? 20대 시절에 갔던 길이 아니던가. 그런데 지금 50대에 다시 가고 있지 않은가. 잠시 옛 생각을 떠올리며 반가운 생각이 들었다.
남양 성모성지에 들어서니 푸른 잔디와 나무들이 어서 오라고 나를 반기는 듯 했다. 아름다운 자연경치에 기분이 좋게 되었고 평화로워졌다. 푸른 잔디는 잘 가꾸어 놓아서 탐이 났다. 보기에 좋았다. 드넓은 잔디광장에서 야외미사를 할 수 있고 큰 십자고상이 있었다.
나는 생각보다 일찍 남양 성모성지에 도착해서 성모님께 촛불을 봉헌했다. 그러니 마음이 편안했다. 그리고 대충 걷다가 주차장으로 내려와서 가톨릭문인회 차량이 있는 것을 보고 교우문인들을 보려고 길을 걸으며 어떤 분에게 물어 보았다. 해서 가톨릭문인들을 만나니 좋았다. 비록 아는 사람은 없을지라도 말이다. 가톨릭문인 회 사무국장님과 총무님은 전화번호로 알 뿐인데, 그분들과 마주하니 마음이 놓였다.
가톨릭문인회 신부님과 문인선생님들과 단체사진을 찍으니 힘이 났다.
남양 성모성지는 다른 성지와는 달리 십자가의 길을 걸을 수 있는 동그란 모양의 돌들이 있었다. 정교하게 제작된 돌이다. 정성이 많이 들었을 거다.
묵주 알 같이 동그란 돌들을 보고 만지며 묵주기도 하면서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쳤다. 남양 성모성지 담당 신부님께서 십자가의 길 기도 주송을 해 주셨다. 전체 돌면 묵주기도 20단을 바쳐야 하는데, 5단에 해 주시며 설명을 덧붙이셨다. 가톨릭 문인회원들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 온 형제자매님들도 신부님을 뒤따라 기도하며 십자가의 길을 걸었다. 그 모습이 좋았다. 아름다운 순례길이 되었다. 그런 행복한 시간이 다시 올까. 우리와 함께 하시는 주님이 계시기에 가능하리라 본다. 주님의 은총을 듬뿍 받은 것 같아 뿌듯했다. 십자가의 길 기도를 마치고 미사에 참례했다.
남양 성모성지에 있는 신부님은 그곳에서 생활한 지 30년이 되었다고 하며 대성당을 짓는데 기도가 필요하다고 하시며 성모님의 은총을 바라신다. 세계평화를 위해서,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기도해야 한단다. 또 우리 자신이 기뻐야 한다고 하셨다. 이곳으로 초대하고 부르신 것은 성모님이시다 라고 하셨다.
우리 시대의 가장 커다란 질병은 마음이 허전하다. 공허하다 는 것이다. 샬롬은 가득 찼다. 충만하다 의 뜻 이란다. 우리가 기도할 때 주님은 우리와 함께 있다. 기도로서 자비를 바랄 수 있다. 아름다운 순교자가 있는 곳이 남양 성모성지이다. 그곳에는 부부 순교자가 있다. 유요한, 이루갈다이다.
미사를 마치고 점심을 들고 아름다운 남양 성모성지를 뒤로한 채 차량에 올라 궁평항으로 갔다. 그곳에 도착하니 바다와 갯벌이 넓었다. 놀러 나온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궁평 항에서 어느 정도 머물다가 수원 가는 시내버스를 타고 가는데, 내가 군 생활했던 서신면으로 해서 사강을 지나갔다. 예전에 비해 건물들이 많이 생겨서 그곳이 해안 근처인지 육지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가 되었다. 빠른 경제성장을 이룩하여 어촌도 도시화된 느낌이 들었다.
오는 길에 수원 역에서 수녀님 한 분을 보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 가운데 수도자를 본다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어 눈에 띄었다. 오는 기차 편도 잘 연결되었다.
오늘 남양 성모성지에서 아름다운 수목아래에서 한국 가톨릭문인회 교우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또 순례 객들과 함께 묵주기도를 바치며 십자가의 길을 가는 모습은 잊혀 지지 않을 아름다움으로 남을 것 같아 어머니의 따뜻한 품을 느끼게 하는 좋은 시간이 되어 또다시 성지를 찾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왜일까?
2018. 5.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