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케이노 외 1편
- 반지
이순현
용암이 솟구치는
분화구는 둥글지
반지도 둥글지
테두리를 둥글게 하는데
이바지하는 것들,
압력분출,
인장균열,
먼지구름,
유황가스,
마그마폭발,
오금이 저리는,
바닥이 활활 타는,
솟구치는 용암의 뿌리는
어디까지 연결되어 있는지 알 수 없지
마음의 뿌리는 화산보다 깊어서
분기공이자 분화구인
반지는 차가울 수 없지
자기가 뛰어내릴 곳은
자기 구멍밖에
다른 그 어디에 자기를 던질 수 있을까
눈을 떠도 감아도 환히 보이는 다이빙 포인트
인당수보다는 깊고 어둡겠지
등골이 오싹해질 거야
부글거리는 분화구로 굴러떨어지는
작은 돌멩이 앞에서도
매번 천지가 창조되는
내 구멍
내 분화구
바닷가에 앉아
노래를 불렀다
바다가 가까이 다가왔다 하얀 물방울로 화음을 맞추며
파도는 소리 없이 들어왔다 소리치며 나간다
노래가 다 빠져나올 때까지 너는
물가에 서 있는 갈매기처럼 바다 쪽을 바라보고 있다
죽음을 어디다 버릴까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다
수평선에 가로누운 분홍 띠가 묽어진다
지금 입은 옷이 수의가 될지도 몰라
앞을 가로질러 뛰어가는 아이들은 같은 무늬 옷을 입고 있다
아무도 자기의 죽음이 어디에 숨겨져 있는지 모른다
모르는 곳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너는 끝까지 듣지 못했다
자갈 사이로 빠져나가는 노래를
이순현
1996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내 몸이 유적이다, 있다는 토끼 흰 토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