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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들의 합의로 현경이 원혁이의 유골은 새로 지어지는 성전 마당에 수목장으로 안치될 예정이다. 그때까지 한균 목사 사택에 소중이 보관돼 있다. | ||
‘단장(斷腸)’. ‘몹시 슬퍼서 창자가 끊어지는’ 그 고통은 사랑하는 아들과 딸을 먼저 보낸 부모의 심정을 말하는 게 아닐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절망과 고통. 경험하지 못한 이들도 벌써 눈시울이 붉어진다.
교회 행사에 참석했다가 불의의 사고로 사랑하는 딸과 아들을 읽은 두 부모가 그 아픔을 신앙으로 승화시키고, 교회를 더욱 결속시켜 보는 이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오히려 담임목사와 교인들을 걱정하고 교회가 마련한 위로금을 건축헌금으로 드리며 새로 지은 성전에 아이들의 이름으로 된 공간을 헌납하기로 한 것이다.
재작년 11월 현경이의 생일날. 선물을 받고 기뻐하는 현경이. 사진 중앙. | ||
동부연회 춘천지방 평화교회(담임목사 한균)의 현경(10), 원혁(6)이 부모가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평화교회 교인들은 지난 8월 15일 젊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화천 사창천으로 물놀이겸 야외 나들이를 나섰다. 이른 장마로 물이 좀 불어나긴 했지만 잘 아는 지역이라 어른, 아이가 어울려 물놀이를 했다.
큰 튜브에 함께 탔던 아이들 6명이 급류에 휩쓸린 건 한순간이었다. 한균 목사와 교인들이 물에 뛰어들어 간신히 4명의 아이들을 구해냈다. 그러나 현경이와 원혁이는 끝내 빠져나오지 못했다.
현경이의 시신은 바로 다음날 찾았고 원혁이는 하루 늦은 17일 발견했다. 함께 눈물흘리며 교인들은 교회에서 두 아이의 장례를 치렀다. 화장을 한 두 아이의 흔적은 현재 한균 목사의 사택 2층에 소중하게 보관돼있다. 새로 건축되는 성전 마당에 ‘수목장’을 하겠다는 부모의 제안을 교회가 받아들인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이런 불의의 사고가 나면 교회가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부모들이 교회와 자신들의 아픔을 받아들이지 못해 결국 교회를 떠나기도 한다. 그러나 현경, 원혁이의 부모는 달랐다.
“사건이 일어나자 마자 바로 목사님과 교회가 생각났습니다. 이런 일로 믿지 않는 이들로부터 오해를 받을까 싶어서였지요.”
현경이가 쓰던 일기장과 독서록. 엄마의 권유로 쓰던 성경 쓰기장이 눈에 띈다. | ||
원혁이 부모 역시 마찬가지였다. 원혁이 엄마, 김원순(32) 집사도 “천국에 대한 책을 읽으며 언젠가 우리도 천국에 가서 만날 것을 믿기에 더욱 기도생활에 힘을 쏟고 있다”고 전했다. 현경, 원혁이의 부모들은 교회가 위로금으로 전달한 5천만원을 고스란히 건축헌금으로 바쳤다.
방한칸뿐인 조립식 건물이 현경이네 다섯가족이 살던 집이다. 이들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신앙생활에 더욱 열심을 내고 있어 다른 교인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 ||
원혁이 부모는 모태신앙으로 어려서부터 주님을 영접했기에 어려운 일 앞에서도 담대할 수 있었다. 사고 소식을 듣고 달려온 원혁이 할머니는 아들과 며느리를 앉혀놓고 “절대 이번 일 때문에 목사님과 교인들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처신하라”고 당부했다고.
이처럼 사고를 당한 두 부모들의 놀라운 신앙과 헌신에 교인들도 다시한번 결속하고 힘을 모으는 계기를 삼고 있다. 한균 목사는 “어려운 일을 당한 집사님들이 목사와 교회를 먼저 걱정해주는 모습에 걱정했던 교인들이 오히려 은혜를 받고 있다”며 “내년 완공을 예정으로 힘을 모으는 건축을 위해 모두가 불이 일 듯 합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