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도 인지는 모르나 올해 70세가 되신 아버지께 '올해는 예쁜 여자친구 생기세요~' 라고
세배를 드린적이 있었다.
어느날인가 본가에서 인사를 드리고 나오면서
"아버지도 무료하게 지내지 마시고 노인대학 같은곳에도 나가보시지 그러세요~"
"그렇지 않아도 컴퓨터 교실같은곳에 한번 다녀보려고 한다"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말씀을 하신지...
낮에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노인 두분만 계신지라 밤이고 낮이고 전화가 오면 일단은 걱정스럽다.
"네..아버지.."
" 어 그래~ 나 지금 컴퓨터 교실 댕겨오는길이다.."
"아..그러세요? 잘하셧어요.."
"너..어디 컴퓨터좀 남는거 읍냐? "
" 제 사무실에 하나 있어요..아부지..~~
제가 바쁜거 끝나면 하나 같다 드릴께요"
"그래~그러렴..급한거 아니니까..천천히 시간나는데로
같다줘라~"
"예~"

사무실에는 사용하지 않는 윈도우98 버젼 컴이 하나 있었다.
마침 처분도 하기 그렇고 해서 두엇던건데..잘되었다 싶었다..
그리고 또 몇달이 지나는동안 나는 또 까맣게 잊고 있었다.
어느날 본가에 가게 되었는데..
창밖을 보고 계시던 아버지가 길에 버려진 책상 하나를 가리키며
"저거 고쳐가지고 컴퓨터 책상하면 좋겠지?"
"아!!..좋네요..ㅡㅡ;;"
그리고 또..몇주가 지났을까?
기억속에 문득문득 아버지께 컴퓨터를 가져다 드려야 한다는 생각이
자꾸만 난다....

'오늘은 점심먹고 아무리 바빠도 컴퓨터 가져다 설치 해드려야지..'
점심을 먹고 만사를 제쳐두고 구석에 먼지뭍은 컴퓨터를 끄집어 냈다.
아는 컴퓨터 사장님에게 중고 모니터 하나를 얻어서 케이블 챙기고 본가로 향했다.
그런데 왜이리 불효자식같은 느낌이 드는지..
부모님에게 새 컴퓨터 하나 못사드리고 버리다 못한 컴을 가져가고 있으니..ㅡㅡ..
자식놈들은 XP 의 게임 팍팍 돌아가는 컴을 가져댜 주면서
아무리 컴을 모르고 자판을 익힌다 하더라도 윈도우98 이 깔려 있는 오래된 컴을
가져다 드리는것이 못내 씁쓸하기만 했다.

본가에 가보니 언제부터 놓여있었는지..버려진 책상을 뚝딱거리셔서 고쳐놓은 책상이
방에 벌써부터 자리하고 있었다.
얼마나 기다리셨을까..? 오늘 오기를 정말 잘했다 라는 생각을 했다.
"아버지 이거요..아주 좋지 않은 컴이예요..아주 옛날 건데요..그냥 자판 연습하세요~..
그리고 뭐 잘 안되면 제가 와서 고쳐드릴께요..그리고 좀더 연습하셔서 잘 하시면 새걸로
바꿔드릴게요.."
"그래..됐다..야..자판만 연습하면 되지..뭐.."
"......"
"근데 요즘 새거는 을마나 하냐?"
"비싸요..아부지........."
케이블 연결하고 키보드며 마우스 연결하고 켜드리니..이것저것 만지시며
한글을 띄워서는 당신의 이름석자를 톡..톡..톡..치시면서 웃음가득한 얼굴로
나를 보셨다.
"바빠서 저 이만 가요..아부지.."
"야..너 좋아하는 돼지 껍데기 무쳐놨는데 그거 먹고 가라.."
"아뇨..바빠서요.."
"그럼 싸가라.." 라며 그룻에 담아주셨다..
사실 아부지가 만들어 주시는 돼지껍데기 무침은 우리 가족 모두가 좋아하는
인기식품이다...
돌아오는 길에..자꾸 얼마전 아버지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야 요즘 컴퓨터 없는 사람들 없더라..친구네도 가보니까 다 있더라~'
혹시라도 친구분들 컴과 비교하면서 마음다치지 않으시려나..?
아부지 열공하세요..전 열심히 돈벌어서..새컴 하나 사드릴께유~~
첫댓글 컴퓨터 계 하자~~~
ㅎㅎㅎ 좋죠~컴퓨터든 카메라든..한 100만원정도의 계면 좋을듯..
아버지 마음이 보이네요.. 아들 신경쓰일까봐.. 말은 못하시구서리. ㅎㅎㅎ 책상 먼저 구비해놓으신 모습이 어르신께 이런말 함 안되지만 ~ 넘 귀여우세요!! ㅎㅎㅎ 이궁!!! 빨리좀 갔다 드리지..... 글구 돼지껍닥 먹구싶당 !! 자상한 아부지네요 ~~~~
ㅎㅎㅎ 어렸을때 돼지껍데기에 대한 기억이 있어요..진짜 술 많이 드시고 어린 저를 데리고 가서 먹이던 돼지껍데기였는데..
나두먹구싶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