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른다
/ 박우현
이십대에는
서른이 두려웠다
서른이 되면 죽는 줄 알았다.
이윽고 서른이 되었고 싱겁게 난 살아 있었다.
마흔이 되니
그때가 그리 아름다운 나이였다
삼십대에는
마흔이 무서웠다
마흔이 되면 세상이 끝나는 줄 알았다
이윽고 마흔이 되었고 난 슬프게 멀쩡했다
쉰이 되니
그때가 그리 아름다운 나이였다
예순이 되면 쉰이 그러하리라
일흔이 되면 예순이 그러하리라
죽음 앞에서
모든 그때는 절정이다
모든 나이는 아름답다
다만 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를 뿐이다
가을의 속삭임
https://m.youtube.com/watch?v=kLxQTzZV9mQ
한 낮
바람 한점 까딱 않는다
후덥지근
더위가 미련 남았나?
새벽에 또 쥐가 났다
이번엔 오른쪽 발목
잠깐 쥐내렸다가 바로 풀렸지만 여간 성가신게 아니다
왜 쥐가 날까?
일기 써 톡을 보내고 집사람에게 고추따러 가자고
차분히 아침을 먹고 동물들 건사한 뒤 내려가잔다
그도 좋은 생각
식은밥 데워 콩나물 국에 말아 한술
콩나물국을 냉장고에 넣어 시원하게 해 놓고 먹으니 맛있다
별 반찬 없어도 한그릇 잘 먹었다
나가서 동물들 먹이를 주었다
엊저녁에 닭장 문을 닫지 않았더니 모두들 밖에 나와 놀고 있다
모이를 모이통에 부어 주니 들어 와 먹는다
녀석들이 배가 고팠나 보다
밖은 자유롭지만 먹을게 별로 없었나?
고추망과 바구니를 리어카에 싣고 아래 고추밭으로
고추대가 싱싱
지금까지 병없이 건재해 있다니 고추 가꾸어 본 중 처음
내가 무얼 어떻게 해주어서 고추가 죽지 않았을까?
예전에 비해 크게 달리 해준 것이 없는 것같은데...
원인을 알아야 내년에도 이렇게 고추 농사를 지을 수 있을 것 아닌가
암만 생각해봐도 모르겠다
고추대는 실하고 좋으며 달린 고추도 많지만 고추 크기가 작다
고추농사 지어 본 중 이렇게 작은 고추는 처음
너무 많이 달려 고추가 작아진 걸까?
그 원인도 모르겠다
익은 고추가 많다
이게 크다면 금방 한바구니 찰텐데 딴 고추는 많지만 바구니가 차질 않는다
두 두둑에서 겨우 바구니 2/3정도 땄다
집사람은 이것만 따도 어디냐고
우리 고추가 크기가 작아서 그렇지 색깔이 참 곱단다
또 병든게 없으니 더욱 좋다고
탄저병약도 작년에 쓰다 남은걸 쓰고 있는데도 아직까지 탄저병 걸린 고추가 없다
올 같이만 고추농사 짓는다면 농사지을 맛 나겠다
딴 고추를 수돗가로 옮겨다 주고 고추밭에 약을 했다
이번 약하는 것이 마지막이라고 하니 집사람은 고추가 좋으니 다음에도 따고 나면 또 하란다
이 좋은 걸 망쳐 버릴려냐고
예전같으면 구월부턴 약을 하지 않았는데 올핸 고추따면 약을 꼭 해주고 있다
상황봐서 해주어야지
배추와 무 등 가을 채소에 벌레가 극성
약을 두번이나 해주었는데 잡히질 않는다
이번엔 진하게 타서 약을 해 주었다
벌레가 잡힐 때까지 2-3일 간격으로 약을 해주어야할 것같다
집사람은 고추를 씻어 그물망에 널어 놓았다
뒷밭에서 풀을 매고 있길래 가 봤더니 알밤 몇개를 주워 놓았다
이른 밤은 벌써 알밤을 떨어뜨리고 있나보다
토요일 쯤 이른 밤나무 밑에 가보자고
표고목에 버섯몇개 붙어 있던데 하나도 없다
우리가 따지 않았는데 버섯이 없어지다니
혹 동물이 먹었을까?
지금까지 이런 일이 없었는데 귀신 곡할 일이다
참외 넝쿨은 모두 죽어 버렸다
올해 모두 10여개 따 먹었다
그래도 아직 참외가 달릴 수 있을 건데 넝쿨이 죽어 버리다니...
난 참외를 가꾸지 못한다
아침 한나절 땀 꽤나 흘렸다
샤워하고 나니 상쾌하다
잠한숨 자고 나니 12시가 다 된다
점심이나 지어 먹자며 쌀 씻어 앉혔다
집사람은 가지를 쪄서 무친다
바둑 유트브 한편 시청
아직도 모르는 수가 넘 많다
요석과 폐석 급소 자리 버림돌 전투 침입 삭감 사활 등등
바둑이 늘지 않더라도 최선을 다해 두었으면 좋겠다
저번 바둑대회에서 셋째판에 실수한게 떠 올라 그 자릴 다시 생각하며 놓아 보았다
바로 끝낼 수 있는 찬스에서 한칸 뛰어 받아 돌이 끊겨 버리고 돌려치기 단수를 보지 못한채 그냥 붙여 선수로 살려주면서 오히려 내 돌이 몰리며 바둑을 진게 넘 아쉬었다
평소 내가 잘 알던 수인데도 막상 대회라니 그게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바둑이 어려운가보다
가지나물에 밥을 비벼 맛있게 한술
집사람이 가지를 몰쌍하게 데쳐 무쳤다
제자 전화
내가 차 중고를 알아본다고 했더니 중고를 사지 말고 새 차로 뽑는게 좋다고
중고는 차의 이력을 정확히 모른단다
딜러도 한사람만 소개받지 말고 여기저기 알아 보는게 좋단다
관심갖고 자세히 말해주니 고맙다
강서방 전화
중고차를 알아보는데 만키로 정도 탄 차들은 거의 새차 값과 같단다
집사람이 새차로 구입하는게 어떠냐니 차라리 그러시는게 좋겠단다
나온지 1-2년된 차들은 새차와 중고가 차이나지 않으니 새차로 구입하라고
후배딜러에게 서비스를 잘해 드리라고 부탁하겠단다
집사람이 딜러와 전화하여 차를 구입하겠다며 일단 계약금을 보내겠다니 신분증을 보내주면 계좌번호를 보내겠단다
신분증을 폰으로 찍어 전송해 주었다
문사장 전화
저녁때 별 일 없으면 빠가탕 끓여 오겠다고
아이구 맛있겠다
내가 파크볼 치고 오면 좀 늦을지 모르겠다니 전화하시란다
널어 놓은 고추를 담았다
한번 더 말려 고추방아를 찧어야겠단다
집사람은 고추 마른 상태가 어느 정도 되어야 고추를 빻을 수 있는지를 잘 안다
난 그리 보아도 건성
대덕으로 침맞으러
도착하니 이미 몇분이 와서 침을 맞고 있다
고화백도 와서 침을 맞고 있다
집사람은 머리 아프고 힘들어 침을 맞기 싫다고 했는데 샘이 그 말을 듣고 머리에 침을 놓아 준다
아팠던 머리가 시원해지는 것같다고
난 다시 쥐가 난다니 저번에 쥐가 나지 않는다하여 다른 침을 놓았는데 다시 저번처럼 놓아야겠단다
오늘은 오른쪽 발과 손 머리에 침을 맞았다
쥐를 잡고 난 후 다른 아픈 곳을 치료 하잔다
제발 쥐가 나지 않았음 좋겠다
집사람이 파크볼이나 치러 가자고
해넘어 가려면 한두어시간 정도 남았으니 파크볼 쳐도 좋겠다
황룡파크장에 가니 대만원
홀마다 기다리는 팀이 많다
우리도 기다려 첫홀부터
두 번째 홀에서 그만 오비
왜 이리 오비를 잘 내는지
다섯 번째 홀에서 두분이 치고 나가시길래 거기에 합류
홀마다 기다려야 하니 더디게 간다
오늘은 고관절은 크게 아프지 않는데 앉았다 섰다하기가 불편하다
걸을 때도 허리가 비틀린 것처럼 아프다
왜 이러지
볼 치기가 꽤나 어렵다
두 번째 돌면서 걷는게 불편스러워 난 그만 쳤으면 좋겠다
집사람은 한바퀴 더 돌고 가잔다
난 못돌겠다며 아웃
파크볼 치는게 재미있지만 아프니까 짜증이 난다
집사람은 다른 사람과 좀더 치고 나오겠단다
사람들이 많으니 빨리빨리 움직여지질 않는다
어쩜 천천히 즐기는 것도 좋으리라
문사장에게 전화
아무래도 내가 좀 늦을 것같다고 하니 이미 끓여 놓았으니 늦으시더라도 말씀하시라고
승훈동생을 만났다
승훈동생에게 파크볼 치며 오비났을 때 타수를 어떻게 세냐고 물으니 오비를 내면 벌타로 2타 추가란다
첫타에서 오비 났으면 오비난 볼을 치면 4타가 된다고
어? 어제 정구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는데 내가 잘못알고 있나?
내가 정구가 말한 걸 말하니 구장마다 규칙을 다르게 정할 수 있으니 그럴 수도 있단다
구장마다 다르게 규칙을 적용한다는건 맞는 말이 아니지
이거 참 헷갈린다
집사람이 내가 기다리고 있으니 치다가 아웃
해도 이미 넘어가 더 칠 수도 없겠다
그래도 사람들은 볼을 친다
여럿이 어울려 즐겁게 운동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파크볼이 아닐까?
집사람에게 승훈동생은 오비 내면 2벌타가 주어진다고 하더라니 자기도 그렇게 들었단다
왜 정구와 다른지 잘 모르겠다니 우리가 책에서 찾아 보잔다
집에 와 닭장 문단속하고 나니 문사장이 왔다
빠가탕을 끓여 왔다
옆집 임사장님도 오시라고
임사장님이 빠가탕을 드신다고 하여 일부러 끓여 온 것같다
빠가탕을 잘 끓였다
임사장님은 약간 짜다고 하시는데 난 그런대로 입맛이 맞다
여기에 밥말아 안주하며 막걸리 한잔
배부르게 잘 먹었다
탕이 많이 남아 임사장님에게 좀 가져다 드시라니 오늘 먹은 것으로 만족하시단다
남은 걸 내가 다 먹으려면 며칠은 먹어야할 것같다
워낙 즐기는 음식이라 오래 먹어도 괜찮겠지
파크볼 해설 책에서 오비에 대해 찾아 보니 오비를 내면 2벌타가 주어진다고
파3에서 오비내고 파로 끝났다면 3에다 2벌타를 더해 5타를 친 것이 된다고
그럼 승훈동생 말한 내용이 맞다
내가 알고 있던 내용이 틀렸다
틈나는 대로 파크볼 해설책을 읽어 보면서 파크볼에 대한 상식을 알아야겠다
집사람이 차 계약금을 보내라며 계좌 번호를 준다
계좌번호로 계약금을 보냈다
하루 일과 대충 정리한 뒤 잠자리로
쥐나지 않고 푹 잤으면 좋겠다
안개가 동네를 삼켰다
님이여!
가을이 소리없이 익어갑니다
오늘도 님에겐 최고의 아름다운 날로 기억 될 수 있는 날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