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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 늘 은 울 지 않 는 다 》
※5
"여기 어디 쯤인데..."
"이쪽으로 들어가면 되?"
"잠시만요, 전화 해 볼게요."
청담동에서 제일 물 좋고
잘나간다는 나이트 클럽 앞.
결국은 태준오빠의 성화에 못이겨 오빠의 차를 타고
이 곳까지 납시게 되었다.
[아줌마, 어디야?]
"지금 클럽 앞인데..너 어디야."
[나 클럽 뒤에 야외주차장!]
"알았어,끊어."
제법 신경질적으로 핸드폰 폴더를 닫으며
오빠에게 표지판을 가리켰다.
"주차장쪽에 있다네요."
"주차장은 왜 간거래?"
"알리가 있나요."
꾀병이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제법 아파보이는 태준오빠.
얼굴도 조금 창백해보이고 숨소리도 거친것이
조만간 아파서 쓰러질 것 같다.
"저기 저 놈이지?"
"뭐...그런 것 같아요."
걱정스러운 마음과 함께 도착한 곳은
클럽의 뒷 주차장.
자동차 라이트를 켜고 빵빵,클렉션을 울리면
주차장 구석쯤에 쪼그리고 앉아있던
늘드림이 반갑게 이쪽으로 뛰어온다.
"저 자식 왜 인상을 구겨?"
"그,글쎄요...."
"나 질투하는 건가? 피식."
우리쪽으로 달려오던 늘드림은 갑자기
차 앞에 서더니 인상을 잔뜩 구긴다.
영문을 모르는 나와 태준오빠는
그저 멀뚱멀뚱 늘드림을 바라 볼 뿐이었고
곧 녀석은 내 쪽으로 오더니 차문을 벌컥 열어제낀다.
"아줌마, 혼자 오는 거 아니였어?"
"아, 저 그게....야, 너 옷...!!!"
내게 배신감 느끼는 듯한 눈빛으로
날 바라보는 녀석을 가만히 쳐다보는데
문득 열린 문틈 사이로 빗방울이 스며들고 있었다.
...지금에서야 보이는 늘드림의 꼬라지.
한껏 멋낸 스타일은 추적추적 내리는 가을비 때문에
완전 거지 꼴이 되어버렸고 머리도 축축하고
옷은 잔뜩 젖어서 착 달라붙어있고..
하여튼 꼴이 말이 아니였다.
"하, 아줌마 그냥 가."
"...뭐?"
"나는 이 차 안타고 그냥 걸어갈테니까 아줌마 그냥 가."
"야아..!!!"
태준오빠와 늘드림의 가운데에 껴서는
이쪽저쪽 번갈아 보고 있는데...
녀석은 뭐가 그렇게 승질이 나는건지
차 문을 거세게 닫고는 다시 주차장으로 향한다.
"냅 둬. 저러다 한 번 쓰러져봐야지."
"그래도...추운데.."
"아버지께서 걱정하실라. 너라도 들어가자."
".....그치만..."
쓸쓸한 뒷모습으로
주차장에 들어서는 늘드림.
그를 붙잡고 집에 데려다주고 싶었지만
이건 내 차도 아니였고 또 가지말라는 듯,
옆에서 내 손을 꽉 쥔 태준선배 때문에
차마 늘드림을 데려다 줄 수 없었다.
"택시 탔을거야, 너무 걱정하지마."
"....그래도....."
"자꾸 그러면 오빠가 미안해지잖아..."
고개를 푹 숙인 채
애꿎은 손톱만 잘근잘근 물어뜯었다.
뭔가 초조하고 불안할 때 하는 짓.
어렸을 때 부터 버릇이되어
아직까지도 고치지 못한 버릇이다.
"감기...걸리려나...."
핸드폰을 열어 녀석과의 통화기록을 살펴봤다.
전화가 오자마자 바로 나온 건 사실이지만
그만큼 녀석은 또 기다리고 있었을텐데.
...처음 만난 날,
녀석이 나한테 했던 행동을 생각하면
그깟 감기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그래도...늘드림 등도 다치고
감기까지 걸리면...좀....힘들텐데....
"하....아......"
"...오빠...괜찮아요?"
"....그냥...좀..."
말 없이 운전을 하던 오빠는
잠시 초록불로 바뀐 신호를 틈타
기침을 해댔고 점점 숨을 거칠게 내쉬었다.
"아, 안되겠어요..약이라도 사 먹어야 할 것 같은데."
"그냥 집에서..쉬면..되.."
"내가 안되요, 약 먹어요."
두리번 두리번, 차 안에서 이리저리
눈을 굴리며 약국을 찾아보았다.
아픈 사람이 약도 안 먹고
어떻게 감기를 낫겠다는 거야..
"정말 괜찮.다니까...."
"숨 쉬기도 힘들면서 그게 괜찮은 거에요?"
".....괜.찮..은데."
"시끄러워요, 여기 차 세워봐요."
자꾸만 괜찮다며 날 말리는 태준오빠.
그런 오빠의 손을 매정하게 뿌리친 뒤
작은 길가에 차를 세우게 하곤
가방에 챙겨 둔 우산을 꺼내 차에서 내렸다.
"은진아, 오빠 정말..괜찮아!"
"다녀올게요."
그의 언짢은 표정에도 불구하고
난 차 문을 거세게 닫은 후
작은 우산 아래에서 약국을 향해
열심히 걸어갔다.
이래뵈도 차은진,
나 한고집 하는 사람이라구.
"어서오세요."
"아, 저기...감기약.."
"처방전을 떼어와야 하는데.."
다짜고짜 감기약을 바라는 나를
당황스럽게 쳐다보더니 처방전을 요구하는 약사.
...처방전..?
개뿔이 처방전은 무슨.
그냥 약만 주면 되는거지.
"그냥 열 날때 먹는 거랑 기침할 때 먹는거
알아서 주세요."
"사람마다 효과 차이가 있는데.."
"괜찮아요, 두 개씩 주세요."
"....두개 씩이요?"
"네. 약 봉지를 두개로 해서 나눠주세요. 같은 약으로."
고개를 설레설레 지으며
노오란 커튼 안으로 들어가더니
기침약과 해열제를 두개씩 들고오는 약사.
"일단 3일치 지어드렸구요,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시엔
병원에서 처방전을 받아오세요."
"네. 얼마에요?"
"만 원 되겠습니다."
곱지않은 표정으로 약봉지를 건네받은 후
지갑에서 만원짜릴 꺼내어 약사의 손에 쥐어주었다.
...무슨 약이 이렇게 비싸.
약 먹을 돈으로 떡볶이를 먹겠네.
"안녕히 계세요."
"네, 안녕히 가세요."
계속 나를 떨떠름 하게 쳐다보던 약사는
돈을 받고 나서야 얼굴을 활짝 펴며
친한 척을 해댔고 난 언짢은 얼굴로 약국을 나왔다.
"....재수없어."
얼굴도 별로 못 생긴것이
예의까지 없어요.
아니, 약을 달란대로 주면 될것이지
뭘 처방전은 처방전이야..?
...괜히 내가 뒤끝있는 여자처럼 보이게시리.
하여간 정말 맘에 안든다니까.
* * *
"이제..괜찮아요?"
"아....응, 덕분에."
"다행이네요."
태준오빠네 집.
아무래도 약을 혼자 안 챙겨먹을 것 같아서
이렇게 집까지 찾아왔다.
...약까지 다 먹이고 자려고 누운 오빠를 보자니
마음 한 켠이 뿌듯해지는 느낌.
"이제 정말 들어가 봐, 걱정하실라."
"...그러려구요. 그럼 저 먼저 갈게요."
"그래, 오늘 고마웠어."
씽긋.
작게 웃어주는 오빠에게 나 역시도
작게 미소지으며 방 문을 닫고 나왔다.
...거 참 더럽게도 크네.
집이 커서 그런지 방도 더럽게 많아요.
"으휴, 내 팔자야..."
원래 이런 타입 아니였는데
어쩌다가 이 못말리는 두 남자에게
휘어잡혀 사는 꼴이 되었을까....
...강태준과 늘드림.
확실히 다르지만 어딘가 비슷한 두 사람.
알 수 없는 무언가로 날 자꾸
혼란스럽게 만들어.
"아가씨, 여기에요!!"
"아....고마워요, 김비서 아저씨."
태준오빠네 집에서 나오자
반가운 얼굴로 차에서 내리는
김비서 아저씨를 만날 수 있었다.
"아뇨, 할 일을 한 것 뿐인데요."
"그럼 여기서부턴 제가 혼자 갈테니 키 좀 주실래요?"
빙긋, 웃으며 아저씨께 손을 내밀자
인자한 웃음과 동시에 내 손에 키를 쥐어주는 아저씨.
...어려서부터 내가 제일 잘 믿고 따른 아저씨라서
이젠 정말 가족같이 느껴져.
"전 이만 가볼테니 너무 늦지 않게 들어오십시오."
"네, 조심히 가세요!"
사실 비서라기 보단 거의 집시에 가까운..
그러니까 좋게 말하면 거의 나의 보디가드 랄까.
...여튼 아저씨는 또 한번
인자한 웃음을 남기며 내 차 뒤에 있던
최비서 아저씨의 차에 옮겨탄다.
"기다려라, 자식아.... 누나가 간다."
조심히 비를 피하며
차 안에 타서는 힘차게 시동을 걸고
가방을 옆 좌석에 내려놓았다.
...내가 정말
이게 뭐하는 짓거린가 하면서도
자꾸만 초조해지는 마음에
나는 더욱 더 거세게 액셀을 밟아댄다.
"저,저....저 미친놈이 어딜 기어들어와!!"
목적지로 향하는 초조한 마음에
내 앞을 끼어들던 새까만 차에게
버럭, 소리를 질러댔다.
"으휴, 짜증나..."
나이가 들면 들수록 느는 건
한숨과 주름, 그리고 욕설 뿐.
어쩜 그리 안좋은 것만 늘어가는지
나도 참, 그렇게나 싫었던 학창시절이
가끔씩 그리워지고 있다.
"이 새낀 어디 처박혀있는거야.."
이미 말 했다시피 늘대로 늘어버린 나의 욕설.
아까 찾아왔던 물 좋은 클럽을 서성이며
늘드림 찾는데에 열중했다.
"못 살아, 정말.."
빙글빙글.
무슨 차 광고하듯 클럽 주면을 뱅뱅 도는와중에
큰 규모를 자랑하는 클럽의 옆건물 쪽
훤칠한 누군가가 기대서있는 것을 발견했다.
"...늘...드림?"
※6
일단 차에 시동을 끄고는
우산을 든 채로 차에서 내렸다.
저벅저벅, 건물과 건물 사이 쯤으로
황급히 걸어가려는 무렵...
"이게 누구야, 드림아!!!!!!!!!!!"
나와 맞은편쪽에선 야시시한 옷 차림을 한
20대 중반 여성이 튀어나왔고 그 여성은
클럽에 기대서있던 남자, 그러니까
늘드림으로 추정되는 남자의 품에 폭삭, 안겨버린다.
"드림아, 여기서 뭐해...!!"
"................"
여자의 애교스러운 물음에도
별 대답없이 눈을 살며시 감는 녀석.
...내가 점점 녀석에게로 다가갈 수록
늘드림 옆에 달라붙던 여자는 녀석의 품에
세게 앵겨댔고 내가 그 둘과의 거리를
1m도 채 남겨두지 않았을 즘에는..
"...하....이것봐라.."
진하디 진한 키스타임.
그러니까, 여자가 일방적으로 해버린
기습키스 타임만이 날 반겨 줄 뿐이었다.
"...왜 이래, 누나."
"왜 이러기는...우리 드림이가 너무 이뻐서 그랬지."
다소 거칠게 여자를 떼어내는 녀석.
아직도 나를 보지 못한건지
여자는 애교와 앵김거림을 멈추지 않았고
녀석 또한 자꾸만 신경질을 냈다.
"....내가 방해 한거니?"
또각또각, 힐 소리가 멈추고
난 늘드림과 그 여자에 앞에 당당히 서서는
두 사람에게 물었다.
"...누구세요?"
"....그건 당신이 알 바 없고."
"우리 드림이랑 아는 분이세요?"
자꾸만 내게 질문을 던져대는 여자.
가까이서 보니까 옷만 야시꾸리 한게 아니였어.
아주 화장도 떡칠이고 추워죽겠고만
스타킹도 안 신은 맨다리에 끈나시 까지.
...아주 얼어죽으려고 작정을 했구나.
"그것도 당신이 알바 없잖아."
점점 짜증이 올라왔다.
가뜩이나 비도 오고 추적추적 끈적해 죽겠는데
난 여자랑 놀아났을 늘드림을 생각하여
여기까지 달려온 나 때문에.
"................."
하지만 정작 늘드림은 굳은 표정으로
가만히 날 바라보기만 할 뿐
그 어떤 제스처도 취하지 않았다.
...더 짜증이 난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태준오빠 곁에서
오빠 잠드는 거나 보고 집에 갈껄.
"...약 값이 아까워서 준다."
"................"
"이거 잘 처먹고, 우리 다신 보지 말자."
우두커니 벽에 기대 서있는 녀석.
그런 녀석의 손에 약봉지를 꾸욱 쥐어준 후
쌀쌀맞게 뒤를 돌아 다시 차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부글부글...
점점 짜증이 끓어오르는 소리가
크게 마음속을 맴돌았다.
"....아줌마...."
우산을 접어가며 차 문을 열 무렵,
언제 따라온건지 늘드림이
내 오른쪽 손목을 낚아채며 날 불러댔다.
".....왜 임마."
"이거, 나 먹으라고 사온거야?"
"................."
어서 녀석의 손을 뿌리치고
차 안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몸도 다 젖고 아파보이는 모습의 녀석은
힘이 남아 도는건지 점점 더 세게
내 손목을 죄여왔다.
"와... 그럼 나 졸라 감동먹어야 되는거네?"
".............."
"근데.. 아줌마가 너무 늦게와서..."
"................"
"내가 너무 오래 기다려서......"
어디가 아픈건지, 아니면 슬슬 졸음이 오는건지.
자꾸만 풀려가는 녀석의 눈.
...큰 눈과 어울렸던 작은 실 쌍꺼풀은
거의 자취를 감추고 있었고
녀석은 눈을 감았다 떴다를 반복하며
내 손목을 풀어주었다.
".....야, 너 취했냐?"
"아줌마가....나....너무 오래...기다리게..해서..."
"나 진짜 미치겠네.. 야, 눈 떠."
"그래서...감동은....안........받..을래..."
쿠웅.
점점 사라져가던 녀석의 쌍커풀과
점점 감기던 녀석의 눈은 결국 생을 마감했고
녀석은 그 큰 키와 몸집을 내 아담한 몸에
맡기고는 그렇게 쓰러지고 말았다.
"나 참... 늘드림...늘드림!!"
"..............."
"늘드림, 일어나 봐.. 늘드림!!"
아무리 불러봐도 묵묵부답.
자신의 큰 키를 주체하지 못하고
내 어깨에 자신의 얼굴을 박아버린 녀석.
....찰싹찰싹, 녀석의 등과 어깨
그리고 얼굴을 두드려보지만
정말 쓰러진건지 녀석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아오.. 내가 진짜 미친다."
그저..내 어깨에 거칠게 뿜어대는
녀석의 숨소리 외엔, 녀석이 살아있다는
증거를 내줄만한 게 존재치 않았다.
"씨...저기요!!"
"...나요?"
"그럼 너 말고 누구요?"
도끼눈을 부릅뜨고 내게 걸어오는 여자.
아까부터 날 죽일듯이 째려보던
그 20대 여성은 내 쪽으로 도도하게
걸어오더니 눈을 치켜뜨며 되묻는다.
"나 뭐요?"
"얘 좀 차에 눕히게 도와줘."
"...내가요?"
"말 좀 알아먹어!!!너 말고 누가있니, 또!!!"
분명, 생긴 건 나보다 훨 늙어보이는데
나는 반말을 하고 여자는 존댓말을 하며
내 외침에 나를 돕기 시작한다.
"이,이제 됐...죠!"
"오케이, 고마웠고."
"..............."
"웬만하면 옷 좀 딴걸로 입어라. 그게 뭐냐, 여자가."
뒷자석에 녀석을 눕힌 후,
손을 탈탈 털며 내 옆에 여자에게 말했다.
...인상을 찡그리더니 휙, 돌아서선
다시 나이트 안으로 들어가는 여자.
"아우.... 진짜 차은진, 아주 되는 일이 없구나."
이미 젖을대로 젖어버린 옷.
우산은 뭐 거의 무용지물이 되어선
내 옆좌석에 버려지듯 내팽겨쳤다.
"더럽게 춥네...."
다시 차에 시동을 걸고
히타를 빵빵하게 틀었다.
...따뜻한 바람이 차를 감싸고 돌 무렵
나는 뒷자석에서 떨고있을 녀석이 안쓰러워
히타를 뒷쪽으로 향하게 했다.
"후..........."
한숨을 내쉬며 액셀을 힘차게 밟았다.
부릉부릉, 차가 기분좋게 밤 거리를
배회하며 거리를 싸돌고
나는 집으로 가는 지름길로 들어서선
음악을 작게 틀어놓고 신나게 집으로 향했다.
"으....으....."
무시하려 했지만
자꾸 뒤에서 들려오는 늘드림의 신음소리.
정말 감기가 제대로 걸린건지
녀석은 부르르 떨면서 자기 몸을 최대로 웅크린다.
"니 팔자야, 임마."
옷이 다 젖어서 그런지 녀석은
자꾸만 부르르 떨어댔고 한적한 길 모퉁이에
차를 세운 나는 팔을 뻗어 뒷자석 한 켠에서
담요를 꺼내들었다.
"으....씨...으....으...."
"거참, 엄청나게 떠는구만.."
자꾸만 벌벌 떨어대는 녀석.
녀석에게 담요를 덮어준 뒤,
어느정도 진정이 된 마음을 안고는
액셀을 마구 밟아댔다.
...두고 봐, 늘드림.
니가 받은 오늘 내 은혜를
아주 톡톡히 갚게 해주겠어...
음후하하하하.
"....늘드림."
"..............."
"아씨, 늘드림...!!"
제법 세게 밟은 탓인지
예상보다 빨리 집에 도착했고
난 차에서 내려서 녀석을 깨우는데 여념이 없었다.
...하지만 정말 의식이 없는건지
녀석은 꿈쩍도 하지 않았고
할 수 없이 나는 흠뻑 젖은 몸으로
녀석을 일으켜선 내 어깨에 녀석의 팔을 올렸다.
"........더럽게 무겁네....."
콰앙.
차 문을 거세게 닫고는 삑삑,자동차 키를 눌러
안전하게 잠그며 힘겹게 힘겹게 현관으로 들어섰다.
"........짜증 지대로다..."
질질 끌다시피 녀석을 1층까지 데리고 와선
엘레베이터를 기다리며 여러가지 생각을 해보았다.
...처음에 이사올때
그냥 1층으로 달라그럴껄...
그럼 이 녀석 옮기는 것도 그렇게 어렵지 않았을텐데.
...아니지,차라리 그냥 아까 태준오빠랑 같이
이 녀석을 태웠으면 좋으련만....
아니야,아니야.
그냥 이 녀석을 안 만났다면...?
"아오 씨...머리 아퍼."
...이러다간 끝도 없을 것 같은 생각에
엘레베이터 문을 비집고는 힘겹게 힘겹게
녀석과 엘레베이터에 탑승했다.
은근슬쩍 풍겨오는 녀석의 술냄새.
얼마나 퍼마신건지 코 끝이 아렵도록
냄새가 풍겨온다.
".....개자식......가만 안둬.."
드디어 8층.
나만의 집이 위치한 8층에 엘레베이터가 멈추고
난 또 녀석을 질질 끌다시피 어깨에 걸쳐매곤
비밀번호를 눌러 집안으로 들어왔다.
"으어....으어어어, 힘들어."
집으로 들어서자마자 녀석을 쇼파로 내동댕이 쳤고
녀석은 살짝의 진통이 오는건지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난 찝찝한 마음에 보일러를 올린 후
속옷과 수건을 챙겨 욕실로 달려갔다.
"아윽.. 찝찝해....."
욕실에서 옷을 하나하나 벗으며
울상을 지었다.
....새 옷인데.....
얼마전에 인터넷에서 구입한 새 옷인데....
늘드림 저 자식때문에 비 맞고, 다 젖고
게다가 물까지 빠지고......
"진짜 가만 안 둘거야...가만 안둬.."
그렇게 난, 늘드림의 저주를 씨부렁대며
따뜻한 물에 몸을 맡겼다.
....물 줄기가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시원하게 몸을 적셨고 난 얼굴을 마구 문지른 후
오늘 하루를 돌이켜보았다.
"일진이 사나웠어...그래..."
회장실에 들어가서
합격통보를 받을 때 부터가 영 찝찝했어.
일순위, 그러니까 거의 최고득점을 받아
당당히 일등으로 합격한 늘드림의 통지서를 보았을때
난....난 그때부터 온 몸을 아꼈어야 했는데..
그때부터 일진은 꼬였던건데..
아무튼 정말 늘드림 이 자식때문에 되는일이 없어.
"에씨...짜증나."
...그렇게 30분정도를 씩씩대며
찝찝한 마음을 달래는 샤워를 끝마칠 수 있었다.
난 다짐한다.
기필코, 기필코 늘드림과의 인연을 자꾸 만들지말자고.
오늘, 그러니까 이번만 딱 참고
녀석과의 인연은 이제 끝이라고.
더이상 녀석과 티격태격 하는 일도
태준오빠와 녀석 사이에서 갈등하는 일도
비가 오는 날, 녀석을 찾으러 돌아다니는 일도
또 녀석과 누군가의 키스하는 장면을 보는 일도.
...이젠, 없었으면 좋겠다고.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첫댓글 아그런다짐하면안되는ㄷㅔ..헿 그래도난늘드림늘드림드림드림꿈꿈꾸꾸꾸꿈 늘드림일어나면기억할까유?못하는거ㅇㅏ닌가?! 무튼, ㅅㅐ해복많이받으세여~
재밋어요!!><늘드림,아푸면안대는뎅ㅠㅠ그리공님듀새해복많이받으세요~!!
재밌어요!!!!!! 결국 주인공은 하늘드림하고 이어지겠죠?? ㅎㅎ 아.. 좀 늦었지만 사랑아 안녕 님도 새해福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