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알리시아의 새벽 - 태양아래 물든 피

[흥행1234]

알리시아 제국력 205년 11월 15일 늦은밤

"대장군! 적들이 '라르'에 집결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밀레아노의 첩보관이 그의 막사에 들어와 다급히 말했다.

"올것이 너무 빨리왔군, 적들의 군세는 어떠하냐?"

"규모로 보아선 최소 10만이 넘어가는 숫자이옵니다!"

전직 알리시아 대장군 프라이언 알르문트는 입술을 살포시 깨물었다.

"큰일이군, 적어도 라르를 점령한 후에 반응 할줄 알았는데 말이지...아무튼 수고했다. 가보거라."

첩보관이 막사를 떠나자 대장군은 병사들에게 대신들과 다른 장군들을 불러모아란 명령을 내렸다.
잠시후 대신들과 장군들은 속속히 그의 막사에 모였고, 마지막으로 밀레아노 공주가 들어왔다.

"큰일입니다. 아직 공성전이 끝나지 않았는데 적들이 온다면 상당히 번거러울 겁니다."
재상 알리반의 아들이자 중기병 지휘관인 알카이드 카이엘이 불안한 눈빛으로 염려했다.

"아마 적들은 이틀후 오전이나, 오후 일찍 도착 할것 같소. 하지만 퇴각할 필욘 없을 것 같소.
 일단 투석기들로 저들의 약을 올린다음 뛰쳐 나올때까지 기다려 봅시다."
대장군은 전술지도에 추가로 투석기들을 배치할 장소를 지목했다.

"그렇다면 많은 투석기가 필요 하겠군요. 제 사비를 들여 지금 당장 투석기를 제작토록 하겠어요"

"부탁드리겠습니다. 폐하"

"아, 그리고 카이엘과 다른 장군들은 신속히 공격할 태세를 갖추시오. 적들이 공격하러 나올때 내가 깃발로 신호를 보내겠소
 이번 전투는 아주 중요하오. 이전투에서 진다면 우리의 대업은 물거품이 되는 것이오. 이만 회의를 마치겠소이다."
대장군은 근엄한 목소리로 모두에게 말했다.

모든 대신들과 장군들이 떠나고 밀레아노와 알르문트만 남았다.

"아버지께서 지금 나라의 모습을 보시면 슬퍼하실 것 같습니다."

공주의 말을 듣고 그는 속에서 뭔가 북바쳐 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이 험난한 세상을 21살 어린나이의 그녀가 잘 견디고 있다는 대견함에 눈가가 촉촉해졌다.

"선제께서도 이렇게 되지 않길 바라셨겠지요... 언제나 참된 인재를 볼줄 아시는 안목이 이렇게 큰 결과를 가지고
 올지는 아마 모르셨을 겁니다. 물론 저도 몰랐지요 허허. 지금은 내전이라는 가혹한 현실이지만 이 시련만 극복해내신다면, 우리는 예전의 영광을 되찾을 것이라 굳게 믿고있사옵니다. 그 영광을 위해 신이 목숨바쳐 적들을 물리치겠습니다. 걱정마옵소서"

"고맙습니다. 대장군. 이신세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황공하옵니다. 밤이 깊었으니 내일을 위해 휴식을 취하시옵소서."

밀레아노는 막사를 떠나다 고개를 돌렸다. 허연 백발이 늘어진 노장이 보였다.
그는 그녀에게 경례를 하고 있었고, 공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알리시아 재건에 목숨 바치는 사람들을 위해 마음을 강하게 먹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알리시아 제국력 205년 11월 17일 이른 새벽

추가된 30대의 대형투석기들이 요새도시'라르'의 성벽을 부수기 위해 발사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고요한 새벽이었다.
말울음 소리 그리고 병사들이 투석기를 설치하는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공주는 자신의 막사에서 나와 태양이 뜨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석양 빛깔의 태양은 서서히 기지개를 펴며 눈부신 빛을 발산하기 시작했다.

"기침 하셨습니까 폐하"
하인 한명이 세숫물을 대령했다.
공주는 깨끗한 물로 얼굴을 적셨다.

"내가 입을 갑옷을 가져다 주렴"

"예"
하인은 조용한 목소리로 대답하더니 물러 갔다.

이내 여러명의 하인들이 들어와 갑옷과 투구를 그녀에게 입혀주었다.
무장을 마치고 밀레아노는 침대옆에 놓여 있던 장검을 허리에 찼다.

이른 아침이 되자 여러 장수들이 대장군의 막사로 들어가 지령을 보고 받았다.
그녀도 지령을 받기 위해 그 막사로 들어갔다.

"고생이 많으십니다. 대장군"

노장은 환하게 웃으며 그녀를 맞이 했다.
"오셨습니까 폐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저의 임무는 무엇입니까?"

"요즘 적의 별동대가 후방 보급로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폐하께서는 병사 5천을 이끄시고 보급로를 지켜주시옵소서."
알르문트는 위험도 덜하고 가장중요한 임무인 보급로 방어 지령을 요청했다.

그의 마음을 이해한 공주는 군말 없이 대장군의 지령에 따랐다.

전쟁은 작전이 중요한 것이라고 자신의 아버지에게 배웠기 때문이다.
"알았습니다. 대장군"

공주는 지령을 받고 막사를 나와 병사 5천을 이끌고 보급로로 향했다.
알 수 없는 긴장감이 그녀의 심장을 마구 뛰게 만들었다. 예전에 성에 있을 때 카이엘에게 잠깐 검술을 배웠던적 말고는
한번도 사람과 싸워 보지 않은 그녀에게 전쟁은 말로 표현하지 못할 만큼 큰 부담감을 주고 있었다.

옆에 있던 부장이 불안해하는 그녀의 안색을 보았다.
"걱정 하지 마십쇼. 신이 목숨을 걸고 폐하를 지키겠습니다!"

그제서야 그녀는 숨을 내쉬며 말했다.
"안심이 되는구나, 하지만 나도 떨고만 있진 않을 것이니 너무 신경쓰진 말거라."

몇 시간후

태양이 눈이 부실정도로 떠오른 정오였다.
설치된 대형 투석기들이 이중 성벽으로 무장된 강력한 요새를 향해 발사 하기 시작했다.
돌덩이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성벽에 부딪히고 있는 와중에 라데츠가 이끄는 13만 토벌군이 '라르'에 도착했다.

"흠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는걸 보니 제대로 도착한것 같구만"
능청스럽게 그는 혼잣말을 내뱉었다.

"장군, 어떻하시겠습니까?"
사납게 생긴 덩치큰 부장이 그에게 말했다.

"어떻하긴 반란군 놈들 때려 잡아야지. 모든 장수들에게 알려라 숫자는 우리가 더우세하니 성문을 열고 나와 적들을 도륙한다!"
토벌군은 즉시 성문을 열고 나와 전열을 정비 했다.

"대장군! 성문이 열리고 적들이 대열을 갖추고 있습니다!"
척후병이 보고했다.

"노란색 깃발을 올려 투석기를 사수하던 병사를 불러 들여라!"

"옛! 노란색 깃발을 올려라!"

중앙군에서 노란색 깃발이 올라가자, 투석기를 사수하고 있던 병사들이 부대에 합류하기 시작했다.

"이제 파란색 깃발을 올려 화살을 쏴라 적들의 대열이 갖춰지기전에 사기를 꺾어야 한다."

깃발이 올려지고 수만개의 화살이 하늘을 뒤덮었다.
토벌군은 성문을 빠져나오며 화살세례에 몸부림 치며 쓰러졌다.

"장군님, 지금 무리하게 성문을 빠져나오다간 적들의 일제사격에 큰 타격을 입겠습니다. 일단 별동대를 조직해 적들의 측면부터 공격하심이..."

"시끄럽다. 그래봐야 오합지졸 농민 나부랭이들이야. 적들이 화살을 쏘든말든 대열을 갖춰라 숫자는 우리가 더 우세하다!"
라데츠는 인상을 찌그러 뜨리며 감히 자신을 훈계 하는 부장에게 짜증냈다.

토벌군의 중보병부대가 대열을 갖추었다. 그 중에서 수천명은 화살세례에 부상을 입거나 죽어 버렸다.

"언제까지 이 벌판에 서서 개죽음을 당해야 하는 거냐?"

"닥치고 방패나 똑바로 들어올려 화살 맞아 죽기 싫으면!"

"알고 있다고 이 자식아. 그래서 지금 열심히 쳐들고 있잖아!"

이윽고 가르타스 낙타기병 상비군들이 성문을 빠져 나오고 토벌군의 궁사들이 차례로 대열을 갖추었다.
이윽고 선봉장이 나팔을 울려 전투준비가 끝났음을 라데츠에게 알렸다.

"라데츠 장군님! 모든 병사들이 대열을 갖추었습니다."
곁에 있던 부장이 예의를 갖추며 말했다.

"돌격 명령을 내려라. 적들은 오합지졸이다. 북 한번치면 끝날 것이야"

"예! 돌격 북을 쳐라!"

이내 수십개의 북소리가 울렸고 토벌군은 함성을 지르며 돌격했다.

"적들이 돌격해온다. 붉은 깃발을 올려라! 우리도 돌격한다! 그리고 주황 깃발을 올려 기병들은 적들의 측면을 노리게 하라!"

주황 깃발을 본 기병지휘관 알카이드 카이엘장군은 중기병대를 이끌고 언덕으로 올라가 적들의 측면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이윽고 양측의 병사들이 돌격전술로 서로 맞붙었다.
첫대열 병사들은 돌격전의 충격력으로 압사당하며 대부분이 사망했다.
이윽고 두번째 대열의 병사들이 칼과 방패를 맞부딪히며 철의 대화를 이었다.

양측 궁사들은 서로에게 화살세례를 주고 받았다. 하늘은 화살로 뒤덮혔고 태양 빛은 그것들에 가려 희미 하게 보였다.
들리는 것은 오직 병사들의 함성소리와 비명소리 검과 방패가 맞부딪히는 소리밖에 없었다.

모든 병사들이 백병전에 정신 없을때 토벌군의 낙타기병대가 반란군의 좌군과 우군을 공격했다.
하지만 그들은 대부분 장창으로 무장해 있었기 때문에 기병들의 공격에 강했다.
낙타기병대는 고슴도치처럼 무수히 삐져나와있는 창병 진영으로 인해 오히려 돌격하던 낙타들이 창에 찔려 죽거나 다쳤고
그들은 아무런 피해도 입히지 못하고 손실만 입은채 퇴각했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카이엘장군은 돌격 나팔을 울려 퇴각하고 있는 낙타기병대를 추격해 그들을 공격했다.
낙타기병대를 이끌던 지휘관은 카이엘의 검에 목이 날아갔고, 대장이 죽자 사기를 완전히 잃은 그들은 투항하거나
사방으로 뿔뿔이 흩어 졌다.

"더 이상 추격하지 않는다. 대열을 정비하라! 이제 우리차례다!"
카이엘이 토벌군의 허술한 전투진영을 손으로 지목하며 외쳤다.

"일단 측면을 파고들어 적들의 궁병대를 도륙한다. 오늘을 위해 우린 모든걸 바쳤다. 알리시아의 여명을 위해 사력을 다해 싸워보자!"

"알리시아 만세!  밀레아노 폐하 만세!"

"돌격 나팔을 울려라!!"

돌격 나팔이 울려지자 철갑으로 무장한 중기병대가 검을 뽑아들어 적들의 진영으로 돌격했다.
말발굽 소리가 대지를 요란하게 울렸다.

"이봐 무슨 소리 들리지 않냐?"

"그러게 무슨 소리지?"

이 두 궁사의 대화는 말발굽아래 짓밞히며 처참하게 마무리 되었다.
카이엘장군이 중기병대를 이끌고 토벌군 궁병대를 무참히 살육하기 시작했다.
몇몇 궁사들은 단검을 뽑아들어 반격을 시도해 보았지만, 사람과 말이 전신 철갑으로 무장한
중기병에겐 조금의 위협도 되지 않았다.

토벌군의 중보병대는 이미 혼란한 백병전을 치루던 중이었기 때문에
그들에게 지원할수있는 부대는 성벽위에 있던 소수의 궁사들 뿐이었다.

결국 대부분의 궁사들은 목이 날아가거나 비명을 지르며 처참하게 쓰러졌고 대지를 붉게 물들였다.
한편 몇몇 운이 좋은 자들은 대열을 이탈하며 겨우 목숨을 건졌다.

승부는 반란군측으로 확실하게 기울었다.

토벌군들의 궁병대와 기병대가 모두 전멸했기 때문에 백병전을 펼치고있는 나머지 병사들은 바람앞에 떨고 있는 등불이었다.
전투를 벌이던 양측 보병대들은 치열한 백병전으로 시체가 산을 이루었고, 시체에서 흐른 피가 웅덩이를 이루었다.
토벌군의 선봉장은 이미 싸늘한 시체가 되어있었고, 병사들은 그가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몰랐다.
그저 적을 죽이고 자신이 살면 그만 이었다.

이윽고 카이엘 장군이 이끄는 기병대가 총공격을 시도하며 그들의 후방을 향해 돌격했다.
유흥집에서 사치스럽게 놀다가 전투를 구경하러 성벽에 올라온 라데츠에게 이광경은 충격 그자체였다.
자신의 낙타기병대는 전멸했고, 얼마 남지않은 보병들이 적들에게 포위되어 하나 둘씩 죽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등에서 식은땀이 흘러 내렸다.

"당...당장 퇴각 나팔을 울려라 빨리!"
그는 급하게 부장에게 명령을 내려 퇴각 나팔을 울리게 했지만, 기병에게 퇴로를 차단당한 보병들은 퇴각하는 도중에
무참히 살해됬다..
 
이윽고 요새 성문이 열리고, 살아 남은 병사들이 성문을 속속히 통과해 들어갔다.
이때를 놓칠 세라 알르문트 대장군의 추격대가 성문으로 돌격했다.

"더..더이상 안되겠다 성문을 닫아라"

"예.. 성문을 닫아라!"

라데츠의 명령으로 성문은 굳게 닫혀버렸다.

"히익..! 이봐 문열어줘 지금 닫으면 어떻해!"

"난 아직 못들어 갔단 말이야!"

"살려줘, 아악 죽기싫어!"

불운한 패잔병들은 성문을 두들기고 비명을 지르며 애원했으나, 결국 추격대에게 잡혀 무참히 살해당하거나
포로로 잡혔다.

이전투에서 라데츠군은 군사 13만명중 8만명을 잃고 참패했다.
땅은 토벌군의 시체와 피로 잔뜩 얼룩 져 있었고 저물어가는 석양이 그것들을 더 붉게 물들였다.
반란군 진영에서 들려오는 승리의 함성소리가 주홍빛 하늘에 울려퍼졌고, 그것은 패장 라데츠를 초라하게 만들었다.

이후 라데츠군은 뒤늦게 별동대를 조직하여 반란군의 보급로를 공격했으나, 밀레아노 공주가 수비군을 침착하게 지휘하며
방어전을 펼치자 의미 없는 아우성이 되어버렸고 '라르'시는 결국 반란군의 총공격으로 함락되고 말았다.

[고규봉]

잘 읽었습니다 재미있네요 고맙습니다 ^^

[흥행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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