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달
(시인 - 박철)
다리 저는 금택 씨가
축구공을 산 건 이 주 전이란다
근린공원 안에 새로 생긴
미니 축구장 인조 잔디를 보고
벌초 끝난 묏등 보듯 곱다 곱다 하며
고개를 외로 꼬기 석 달 만이란다
평생 다리를 절고 늙마에 홀로 된 금택 씨가
문구점에 들어설 때 하늘도 놀랐거니
보는 이 없어 사람만 빼고
동네 만물은 모두 그가
의정부 사는 조카 생일 선물 사는 줄 알았단다
삭망 지나 구름도 집으로 간 여느 가을밤
금택 씨 새벽 세 시 넘어 축구공을 끼고
공원으로 가더 란다
열 시면 눈 감는 외등 대신
하현달에 불을 켜더란다
금택 씨 빈 공원 빈 운동장을 몇 번 살피다가
골대를 향해 냅다 발길질을 하더란다
골이 들어가면 주워다 차고
또 차고 또 차더란다
그렇게 남들 사십 년 차는 공을
삼십 분만에 다 차 넣더란다
하현달이 벼린 칼처럼 맑은
스무하루 숨이 턱턱 걸려 잠시 쉴 때
공원 옆 5단지 아파트의
앉은뱅이 재분 씨가
난간을 잡고 내려다보더란다
어둠 속의 노처녀 재분 씨를
하현달이 내려다보더란다
하현달을 금택 씨 아버지가 내려다보며
보다 보다 보름보다 훤한 하현은
처음이라고 달처럼 중얼거리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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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하현달이 보름달보다 더 환하게 느껴졌다는 표현이 너무 좋네요… 남들이 보기에는 작은 행복이라도 당사자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일 수 있죠…
이런 아름다운 글은 늘 추천 👍
감사합니다.
너무 좋네요. 책 주문해야겠어요.
헉. 13년 발행된 책이군요. 새책은 품절이고 중고는 구매가능하네요.
느낌 좋은 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