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신랑은 강 같은 사나이다. 강도 무럭무럭 김 솟는 겨울 강이다. 낚시군들과 놀기에는 성이 안 차서 장병 일개 중대쯤은 위통을 벗기는 새벽 강이다. 물에도 척추가 있다고 뼈마디를 바로잡는 소리, 한 자락씩 들려주는 겨울 새벽 강이다
강 언덕 쓸쓸한 갈대들도 신랑의 것이고, 눈보라를 밀며 나는 겨울 철새도 신랑의 품에서 배를 채운다. 가장 가물었을 때에도 물고기를 내몰지 아니했으며, 장마가 졌을 때에도 들녘 벼포기를 휩쓸지 아니했다
여기 신랑은 바다를 물고 있는 강이다. 다른 한쪽 실마리엔, 산꼭대기에 젖줄을 대고 있는 엄동설한 겨울 강이다. 제아무리 강이 언다 해도 물고기를 얼어죽게 하는가. 지느러미 하나 다치지 않도록 제정신만 깨우며 흐르는 겨울 강이다
그리고 나는, 저 아리따운 신부를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아무나 강을 사랑할 수 있는 게 아님을 안다. 아무나 겨울 강에 입맞출 수 있는 게 아님을 안다. 깡똥한 치맛자락에 빨랫감을 안고 내려오는 조선의 아낙만이, 새벽 강을 깰 수 있음을 안다. 겨울 강에 아낙이 내려오면 금세 봄이 온다는 것을 안다
그리하여 오늘부터 이들 일가는 씨나락을 적시는 봄 강이다. 강 언덕의 새싹이 이들의 것이고 둥우리마다의 새알과 새 새끼들의 노랫소리가 이들 일가의 재산이다. 그리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