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연과 문명이 조화를 이룬 호주
* - 1~2일차 - (1월 10일 ~ 1월 11일)
여행은 일상을 벗어나 자유로운 영혼으로 훨훨 날아 미지의 세계로 빠져드는
발자국이다.
처음 만남은 인연이요, 다시 만남은 필연이다.
마곡가족은 그렇게 인천공항에서 만나 호주 뉴질랜드 여행을 떠났다.
퇴직 후 9년이 넘는 긴 세월을 모임을 갖고 정을 나누는 동료 선생님들이 있어
늘 행복하고 고마운 마음 뿐 이다.
호주 뉴질랜드는 우리나라와 정반대의 계절이니 여름옷을 넉넉히 준비했다.
딸과 며느리가 여행준비물로 가방, 환전, 용돈까지 챙겨주고 공항까지 데려다
주니 편안한 마음으로 떠날 수 있었다. 늙어가면서도 건강하고 여행을 자주해야
효도를 받을 수 있다고 주책맞은 생각도 해본다.
새해를 맞이하고 방학이 겹쳐서 그런지 인천공항 터미널은 입출입 여행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이 북적댄다. 출국 수속을 마치고 19시 10분에 이륙하여 KAL
121편 비행기는 적도를 세로 질러 남십자성을 좌표삼아 시드니를 향해 구름
속으로 빨려들었다.
10시간 동안 비행 끝에 아침 7시 20분(2시간 시차)에 시드니공항에 도착했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세계적으로 검역이 까다로운 나라다.
생과일, 야채, 생견과류, 육류, 유제품의 반입이 안 되고 짐 검사가 철저했다.
소주나 커피 등을 넣어가려 하다가 문제가 발생할 것 같아 빼놓고 공항 면세점
에서 양주 한 병을 사들고 갔다.
공항 밖으로 나와 현지 가이드 미팅 후 곧바로 호주의 그랜드캐년이라 불리는
불루마운틴으로 이동했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자연유산 중 하나인 불루마운틴 국립공원은 스카이웨이,
레일웨이, 케이불웨이를 교대로 탑승하며 조망할 수 있다.
스카이웨이 투명한 바닥을 통해 아래로 270m 높이의 협곡과 창 밖에 펼쳐진
울창한 밀림을 바라보니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황홀한 전경이다.
이곳에서 무제한 디스커버리 패스를 이용하면 시닉월드의 모든 것을 자유로이
경험할 수 있다. 과거 석탄레일을 개조한 레일웨이가 수직 강하할 때는 간이
콩알 만해져 손잡이를 꽉 쥐고 다리에 힘이 들어갔다.
광부들의 애환과 땀방울이 막장 안에서 메아리쳐 들리는 듯하다.
울창한 천연자연 환경이 잘 보존된 숲속을 따라 워크웨이를 걸으면서
삼림욕을 했다. 싱그러운 숲의 냄새를 맡으니 엔돌핀이 솟구친다.
고사리가 20여m의 크기로 자라 풀인지 나무인지 구별이 안 되고 아름드리
나무들이 쭉쭉 뻗어 햇빛을 가려 시원했다.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고 원시림 그대로 보존되어 태고의 신비를 간직하고 있다.
스카이웨이를 타고 불루마운틴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에코포인트로 이동했다.
원주민의 슬픈 전설이 담긴 세자매봉이 우뚝 솟아있고 까마득하게 먼 능선과
능선의 숲이 푸른빛을 발한다. 수백만 헥타르의 숲과 계곡은 벌목과 개발을
법으로 엄격히 제한하여 자연유산으로 잘 보전하고 있어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초록색 양탄자를 깔고 그 넘어 파란 숲의 능선이 지평선을
이루어 눈이 시리도록 아름답다.
위대한 대자연의 파노라마가 펼쳐져 한 마리 새가 되어 하늘을 날고 싶다.
불루마운틴 국립공원을 나와 에버턴 농장에서 호주식 양고기 스테이크로
와인을 곁들여 점심을 먹었다. 식후에 1시간 30분 정도 차로 이동하여
시드니 시내의 와일드 라이프 동물원 관람을 했다. 뱀, 도마뱀, 카멜레온,
같은 파충류와 갱거루, 코알라, 웸벳, 악어 등 호주의 희귀동물을 보고 나왔다.
규모도 작고 시설관리나 운영 면에서 개선했으면 좋겠다. 어둠침침한 우리에
갇혀있는 동물들이 잘 돌보지 않고 환경이 맞지 않는지 기운이 없어보였다.
불쌍해 보이고 밀림 속으로 방사하고 싶었다.
한식식당에서 저녁을 먹은 후 호텔에 투숙하니 장거리 비행과 무리한 여정을
소화하느라 녹초가 되었다.
호텔 건너 레스토랑에 가서 메뉴판을 보고 치킨을 주문하니 닭고기 살만 발라
기름에 튀긴 요리다. 고소한 치킨을 안주 삼아 소주로 하루의 여독을 풀어본다.
침대에 눕는 순간 골아 떨어졌다.
- 제 3일차 -
오늘은 날씨가 쾌청하고 덥다. 반바지로 갈아입고 시드니 동부해안으로 출발했다.
우리가 타고 다니는 차는 밴으로 앞좌석 뒷면에 큰 종이에 먹지 말라는 경고
스티커가 붙어있다. 음식물, 과자, 담배, 커피, 심지어 껌까지 냄새 나는 것은
모두 NO다.
시드니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는 더들페이지라는 언덕에 올랐다.
공원이나 넓은 운동장에 잔디를 깔아놓은 곳인 줄 알았는데 개인 소유의
땅이라고 한다. 시드니 시내가 한 폭의 그림엽서처럼 보였다.
이곳은 전망이 너무 좋아 땅 주인이 큰 저택을 지으려다 마음을 바꾸어
누구나 볼 수 있는 터로 시에 기증하면서 단 지상에 건물을 짓지 않는다는
조건을 달았다고 한다. 노불레스 오불리즈의 정신을 실천한 존경할만한
인물이다. 한국의 지도자나 정치가 재벌 등이 보고 배워갔으면 좋겠다.
영화 ‘빠삐용’의 촬영지인 갭팍은 가까운 곳에 있다. 시드니항의 관문
역할을 하는 해안 절벽이다. 죄수인 빠삐용이 조류의 흐름을 관찰하고
수십 길 바위 아래로 다이빙하여 통나무 목선을 타고 섬을 탈출하는
영화 장면이 떠올랐다. 이 나라에 처음 정착한 영국의 잡범 죄수들이
개척하는 과정에서 원주민을 얼마나 착취하고 희생시켰을까 생각하니
포악 앞에 굴복한 원성이 파도 소리에 밀려오는 듯하다.
호주를 처음 발견한 캡틴쿡은 당시 원주민을 보고 “내가 만난 사람 중
가장 행복한 사람들” 이라고 했다는데 악어형상의 바위만이 바다를
응시하고 원주민은 간 곳이 없구나. 바위에 핀 노오란 야생화 꽃 몇 송이만
수줍은 듯 풀숲에서 여행객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시드니 최고의 젊음의 해변이라는 본다이비치로 갔다.
모래가 곱다. 신발을 벗고 모두 동심의 세계로 뛰어드는데 나는 뜨거운
햇볕을 피해 나무 그늘로 들어가 주변 경관을 감상했다.
웃도리를 홀랑 벗고 모래사장에 누어 일광욕을 즐기는 아가씨가 많다고하여
선그라스를 끼고 봐도 비키니수영복차림이라 감흥이 없었다.
내 눈에는 우리나라 남해의 상주해수욕장이 더 아름다운 것 같다.
상어가 많이 출몰하여 해수욕장 바다 속에 그물을 쳤다고 한다.
다음으로 간 곳은 지상 250m의 시드니타워 전망대에 올라가 시내 전경을
구경했다. 영국식 공원과 어디를 봐도 고층빌딩이나 주택들 사이로 숲이
많아 자연 속에 묻혀있는 매력적인 도시다.
타워는 빠르게 오르내려 속도감을 느낄 수가 없었다.
미세스메콰리 포인트 언덕을 산책한 후 호주의 상징이며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다는 오페라하우스로 향했다. 나는 평소 시멘트건물이 어떻게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는지 궁금하고 조개껍질을 겹쳐놓은 듯한 현대식 건물의 예술적 가치에
대해 감흥이 없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내부를 관람하고 안내자의 설명을
듣고는 과연 명품 건물로 손색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건물의 양식, 규모,
내부의 설계, 소재의 선택까지 장인의 숨결과 예술인의 혼이 느껴지고 특히
8개의 공연장마다 오페라, 관현악, 음악회, 연극, 영화, 무용, 써커스 공연,
장례식까지 다양한 문화활동을 하고 있어 호주인의 사랑을 받고 있으니
얼마나 자랑스러운 건물인가.
오페라하우스는 시드니항만의 중심에 어미닭이 알을 품고 있는 형상으로 바다
건너편에 아치교인 하버브릿지가 가로지르고 여객선이 쉴 틈 없이 오고갔다.
삶의 향기가 넘치는 문화의 도시다.
걸어서 근처에 있는 선상디너 크루즈에 탑승하여 시드니항만을 일주했다.
여객선이 출발하자 킹새우, 스테이크, 디저트가 풀코스로 나왔다. 킹새우는
맛이 있었으나 스테이크는 퍽퍽하고 양이 너무 많아 남겼다.
한 시간 정도 먹는데 정신이 팔려 제대로 항만 구경도 못하고 배는 출발했던
부두에 돌아왔다.
시드니 시내로 들어와 호주 특산품 쇼핑 시간이다.
상점 주인은 능숙한 장사꾼 이다. 패키지여행에서 빠지지 않는 쇼핑은 일단
들어가면 누구나 사게 되어있다.
나는 여행 중 가장 괴롭고 가기 싫은 코스지만 분위기 탓에 또 기웃거려본다.
결국 믿을 수 있다니 속는 셈치고 손자에게 먹일 약을 비싼 돈을 지불하고 샀다.
재래시장이나 뒷골목 풍경을 봐야 그 나라의 삶의 체취를 느끼는 법인데 ......
어둠이 깔린다.
바쁜 여정을 마무리하고 호텔로 향했다.
첫댓글 마치 호주여행 하는듯 ...
더 늙기전에 여행을 해야지 .
다음이 기대된다.
다음은 뉴질랜드
양고기 스테이크 실컷 먹는 곳!
체중 2.5kg 불어가지고 옴.
공짜로 호주 구경 잘 했습니다.
읽는 것은 공짜. 구경은 비행기 타고 가서 하셔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