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락상평] 정병경.
ㅡ즐김ㅡ
오전에는 클래식 음악을 듣는다. 아침에 마음을 가라앉히기에는 음악이 좋다. 명곡에 욕심이 많아 다른 방송국의 사이클을 돌려보기도 한다. 두 곡을 동시에 듣겠다는 건 욕심이다.
cbs '아름다운 당신에게'를 통해서 클래식에 대한 상식을 익히고 있다. 6년이 넘도록 오전 아홉시부터 두 시간 동안 진행하던 탤런트 강석우씨가 지난달 27일에 개인 사정으로 하차했다. 무슨 연유인지 모르나 아쉬운 마음이다. 마지막으로 들려준 음악이 쇼스타코비치의 '왈츠 2번'이다. 마치 그를 배웅하는 행진곡으로 들린다. 재치와 유머가 풍부하고 진행자의 면모를 갖춘 만능 엔터테이너다. 예상치 않은 일이 닥치면 충격을 받는다. 실체가 없는 존재의 위력을 실감한다. 물체가 곧 공이고, 공이 바로 물질이라고 했거늘.
이후부터 진행하는 이강민 아나운서도 '왈츠 2번'을 들려준다. 마음에 새겨둔 음악이 흘러나오니 옛 진행자를 회상하게 된다.
저녁 방송 김현주의 '행복한 동행'에서 왈츠 2번이 스피커를 탄다. 내 귀에 오랫동안 여운이 남을 곡이다. 주객主客이 전도顚倒된 입장에서 들으리라 생각해본다. 마음이 찐하다. 예전에 평범하게 접하던 곡이 한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으로 기억된다.
ㅡ시종불이ㅡ
근래 신문 연재와 방송 진행자의 하차 소식을 자주 접한다. 영원한 것은 없지만 서운한 마음이 든다.
지난해 일간지에 매주 연재한 정민 교수의 '세설신어'가 10월 28일 646회로 막을 내렸다. '다산독본'도 82회를 끝으로 일시 중단했다. 모두 건강 때문이다. 오랫동안 보던 습관이어서 지면紙面에 눈이 간다.
3년째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가 연일 기록을 경신한다. 오늘도 하루 확진자가 2만명이 넘는다는 보도다. 불청객 '오미크론'까지 겹쳐 설상가상이다. 백신 접종과 사회적 거리두기가 무색하다. 백신 후유증으로 하소연하는 환자가 늘고 있다니 점입가경이다.
죽마고우가 2년 전에 가족을 남겨두고 멀리 떠났다. 반백년이 넘도록 귀에 익은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 꿈에서 가끔 만나 음성을 접한다. 만남과 헤어짐, 성쇠盛衰를 실감한다.
이들로 인하여 마음에 양식을 취한다. 항상 가르침을 받을 수 있어 동경한다.
"사람이 야망이 많아서 남을 무시하고 깔보면 내생애는 키 작은 과보를 받는다. 그래서 언제나 남을 올려다봐야 한다"고 성철 스님이 일침을 놓는다. 나를 두고 하는 말이다. 그동안 지은 죄에 대한 용서를 기도로 빌어본다. 절실하면 의지할 데를 찾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실천보다 마음 다짐이 중요하다.
임인년에는 화두를 '고락상평苦樂常平'으로 정한다. 직역하자면 '고통과 즐거움을 나눠 항상 평행하게 유지하자' 라는 의미이다. 고락은 둘이 아니다. 어려움을 이겨내지 못하고 고통으로 나날을 보내는 건 고행을 재촉하는 처사다. 하루빨리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
늙으면 젊음에 대한 애착이 생긴다. 집착을 내려놓지 못하면 어리석어진다. 즐거움은 괴로움의 뿌리라고 이른다. 환란이 닥쳐도 지혜롭게 적응해야 한다. 시작과 끝냄은 곧 새로운 출발이 있기에 둘로 나누지 않는다(始終不二)고 정의한다. 허전한 마음을 치료하는 백신은 여전히 음악이다.
2022.02.02.
첫댓글 선생님
의미 심장한 글
잘 읽었습니다
시작과 끝
둘로 나눌수 없다
깊이 새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건행하십시오~??
임인년의 화두 '고락상평(苦樂常平)' 의미가 마음에 들어옵니다.
정말 고락(苦樂)은 둘이 아닙니다.
즐거움은 괴로움의 씨앗이라는 말씀이 우리를 겸손하게 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