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FTA, 저축은행, 원전, 안철수 관련 우리 사회의 수준
미래경영연구소
소장 황 장 수
1. 한국 사회에 살다 보면, 때로 너무나 비상식적인 일들이 일상적으로 벌어진다.
수구보수와 진보로 가장한 강남좌파 지식인 및 소위 개혁진영이라 불리는 양측의 진영논리 때문에, 국민을 위해 짚고 넘어가야 할 많은 일들이 대충 넘어간다.
반면에 지엽 말단적 사건들은 진영논리와 정치적 필요에 의해 과장되어 장기간 정치이슈를 독점하는 것이 현실이다.
나아가 내부의 치부는 무르익을 때까지 감추고 남의 티는 앞장서서 헐뜯는 좋지 못한 습성이 일상화되고 있다.
2. 어제 한중 FTA를 반대하는 농어민 대회가 서울 광장에서 열렸다.
그런데 정작 이슈의 초점이 된 것은 한중 FTA를 반대하는 일반(?) 농민 1만 5천명의 목소리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정작 화제가 된 것은 일부 농민이 이석기의 멱살을 잡고 항의한 사진과 이 배경을 설명하는 기사였다.
어제 농민대회를 주도한 측은 20개 농민단체가 모인 『한중 FTA반대 농수축산비대위』이다.
사실은 상대적 온건 농민단체인 한농연 측이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이 또한 여러 이유가 있다)
한농연은 조직의 성격상 이념보다 30~40대 주력 농민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권익단체이다.
통진당 일부 의원과 노조 등을 빼면 평소 한미 FTA 반대에 머리를 싸매고 참가하던 각종 이념단체들 대부분이 불참했다.
작년부터 내가 주장해오듯 한중 FTA는 순수 농민에게는 한미 FTA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심각한 타격이 될 수 있다.
중국이 인천에서 배로 불과 몇 시간 밖에 걸리지 않는 한국과 위도가 비슷한 중국 산동반도 청도, 대련 및 남만주 지역에 한국 측을 겨냥한 축산, 원예, 과수, 화훼 등을 재배할 경우 한국농업은 경쟁력에서 밀려 초토화 될 수도 있다.
또 내수형 영세 가내공업 시장 또한 완전히 사라져 버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한국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시장만을 고려해 한중 FTA를 반대하는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고, 이념단체들 또한 한중 FTA가 반미 이슈가 아니고, 이들 또한 친중 성향이라 이 문제에 무관심하다.
평소 한미 FTA조차도 찬성을 하던 보수단체들은 MB가 직접 나서 챙기는 일이라 역시 묵묵부답이다.
한마디로 농업이 진짜 한방에 훅 갈수 있는 한중 FTA 문제가 좌우 정치ㆍ이념적 진영의 이해에 밀려 완전히 대중, 언론의 사각지대에 무관심한 채 남아 고작 이석기 문제로나 이슈가 되어 그나마 보도되고 있는 것이다.
1만 5천명 농민의 생존요구가 이석기 멱살보다 값이 덜한 것이 현실이다.
사람이 개를 물어야 화제가 되는 현실이 우습다.
3. 여야 쌍방이 이상득 의원의 검찰 출두를 시작으로 저축은행 비리에 관해 서로 누가 더 더러운지 진흙탕 싸움을 하고 있다.
여당은 야당원내대표 의원과 친노가 연루되었다고 지난 정권의 저축은행 비리까지 조사하자고 하고 있고 야당은 사실상 여당 후보 가족과 관련한 의혹을 규명하자고 공격하고 있다.
저축은행 문제는 묘하게 DJ, 노통, MB 3자가 모두 일정하게 책임이 있으며 그 이해를 반영해 준 바 있다.
문제는 당장 그 수사 칼자루를 MB 정권 검찰이 잡고 있기에 서로가 내심으로는 의혹을 제기해 비기고자 하는데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 예수금은 70조가 넘었고 최소 그 중 20조는 부실 대출, 투자실패, 횡령, 비자금, 뇌물로 사라져 버렸다.
(이 중 10%만 뇌물로 가도 2조원이 넘는다)
한마디로 역대 정권이 사체업자, 금융브로커, 주가조작 사기꾼, 정치 브로커들에 『은행』이라 이름을 단 서민상대 금융기관을 허락해주고 5000만원까지 지급보증을 해줘 금융사기집단(극소수만 건전하다)을 육성, 장려해왔다.
한마디로 이미 구속된 주요 저축은행 오너는 금융기관 오너라기 보다 미국의 메이도프 같은 『폰지 사기』 (빌린 돈으로 앞서 빌린 돈 이자를 갚는 형태) 수준에 불과하다.
서로가 물려있어 적당히 상대 측 비리만 까는 척 하며 서로 비기자고 온 것이 여태까지의 저축은행 수사이다.
다 한꺼번에 털면 수십 조가 터질까 몇 개씩 차례로 순차적으로 털어보고 그 사이에 야금야금 미운 털 박힌 측의 저축은행 관련 약점이 축적되어왔다.
이상득 의원의 구속영장이 청구되면 이는 그야말로 MB가 여야 정치권에 보내는 선전포고이자 재집권 plan의 핵심카드이다.
여야가 서로 약은 꾀로 상대 눈의 티끌만 나무라며 비기자고 꼼수 쓰다 MB의 처분에 목을 맡긴 꼴이 되었다.
4. 지난 주 일본이 플루토늄 추출용인 핵원료 재처리 공장과 몬쥬 고속증식로 사업을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증설하려 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또 지난달 말에는 일본 의회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보태어 테러 안보 등에 관한 원자력의 역할을 법에 명시하기로 원자력법 개정을 결정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최근 일본의 이러한 법재정의 배후에는 중국, 러시아와의 영토분쟁을 빌미 삼아 일본이 핵개발을 본격화 할 수 있는 준비를 감추기 위한 의도가 숨어있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사실 지난 1954년 일본이 나까소네의 주도로 원자력 기본법을 제정할 때도 숨은 취지는 분명히 핵폭탄 보유 목적이었음은 알려진 사실이다. 이후 기시 내각에서 유력정치가와 엘리트 관료 커넥션이 주도권을 쥐고 원전을 추진했다.
이 이외에도 사고 위험도 10위 안의 대부분 원전이 모두 동해 쪽에 몰려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일본은 그나마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간 나오토 전 총리가 추진해온 탈원전과 재처리 포기 방침이 완전 물 건너가는 상황이었지만 노다 총리 들어 분위기가 바뀌었다.
문제는 최근 일본의 한인 정보보호 협정추진과 더불어 일본의 핵개발을 비난하는 한국 측 언론이 MB 정권의 원전 확대 증설, 수출 추진에 대해서는 왜 눈감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고리 원전 1호기 등 1년에 공개된 것만도 십 수회가 넘는 크고 작은 한수원의 원전사고, 한수원의 원전관련 비리 부패, UAE 등 전세계의 원전 수출 추진과 원전수출대국 추진, MB 정권의 UAE 원전 수출을 위한 끊임없는 핵재처리 시도, 현재 건설되고 있는 신고리 3-4호기, 신울진 1-2호기 및 또 착공된 신고리 5-6호기 등과 삼척, 경북 등에 각기 4기씩 8개 증설계획, 후쿠시마 사고 뒤 UN회의, 핵안보 정상회의에서 『MB의 원전 녹색 르네상스 찬양』 등이 이어져 왔다.
심지어 수출입은행의 신용한도를 완화해 UAE 원전추진 자금조달을 하려고 한다는 보도도 있었다.
우리가 전세계에 앞장서 원전 증설, 세계 수출, 재처리를 시도하면서 일본의 핵 원전 문제를 비난할 수 있겠는가?
가끔 우리 언론에 뭍은 티도 돌이켜 볼 줄 알아야 하는데 MB의 원전 드라이브에 대한 우리 내부의 제동은 방산수출 등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역대 정권이 모두 원전과 관련해 이리저리 해먹어서 그런 것인가?
5. 지난주 안철수와 관련되어 희한한 중앙일보의 보도가 있었다.
안철수가 이헌재 전 부총리 출판기념에 참가했을 때 기자가 질문을 던졌다.
▷선거 준비하고 계신가?
- 그걸 왜 해야 되죠?
▷대선에 나오길 바라는 이가 많던데
※ 이 부분도 웃긴다. 안 자기가 먼저 바람 잡았지 누가 추대했는가?
- …. (묵묵부답, 말하기 창피할거다)
▷요즘 뭐하나?
- 맡은 일에 그냥 매진
(※ 그가 맡은 일은 도대체 무엇인가? 서울대 대학원 원장 일이 별로 없어 가자마자 정치에 기웃대는 것 아닌가?)
▷출판기념회는 어떻게 왔냐?
- 초청장이 와서
(※ 초청장 보내면 어디든 오는가?)
▷대선 출마는 어떻게 되나?
- 현재 맡은 일에만 매진하고 있다.
또 이 기사 말미에 박경철이 『안철수의 말은 있는 그대로 해석해달라. 대선출마 결정하면 나한테 가장 먼저 전화해 ‘나가기로 결정했다’고 알려줄 정도 사이는 되는데 아직 그러지 않았다』 말했다는 첨언도 있었다.
주식 전문가 박경철이 안의 가장 중요한 멘토라고 스스로 실토하고 있다.
최근 안은 정운찬 진영에 열중하고 있다고 한 주간지 보도도 있었다.
위의 질문에서 안의 『그걸 왜 해야 되나』라는 대목에서 분노를 느낀다.
10개월간 넘게 스스로 자가발전(박경철, 법륜, 윤여준 등도 다 연계되어 한패로 발전한 것 아닌가?)해 국민의 구미를 당겨놓고 이제 와서 『그걸 왜 해야 되죠』라니… 누가 자기에게 정치권 긴장시켜 달라고 했나?
저런 사람을 꼬드겨 자기 측에 구어 삼겠다고 비위를 맞추는 여야 대선후보나, 저걸 카드라고 들이미는 MB나, 거기에 목메는 국민들이나, 저런 말을 보도해야 하는 언론이나 다 정상은 아니다.
모두가 정신분열, 신경쇠약 직전의 대선 노이로제 환자들이다.
6. 최소한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자기 편견을 깨뜨려야 한다.
그럼에도 좌우 진영의 정치적 담론이나 이슈를 생산하는 지식인들, 정치인들, 언론들이 몽땅 수준이 저 지경이니 소수의 장단에 대다수는 맹목적으로 놀아나고 있다.
너무나 말이 안되는 일들이 일상적으로 대중에 이슈로 다가오고 그 속에 감춰진 이면은 철저히 숨어있다.
이 복잡하고 『포스트 모던』한 시대에서 소수가 양산 전파한 일방적 『사이버 네트워크』 속의 『사이보그』가 되지 않고 『인간』으로 살아남는 길은 부단히 회의하고 의문을 품고 비판하는 길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