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7. 05 금요일
(2247 회)
-극락과 지옥 가는 길-
스님 한 분이 절에서 먼 마을로 탁발을 나갔다가 날이 저물어
양반집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었다.
이튿날 아침,
스님은 주인과 하인이 대화하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마당쇠야!"
"예, 주인 마님"
"윗마을에 사는 박첨지가
어젯밤에 죽었다며?"
"예 그렇다고 하옵니다."
"그렇다면 박첨지가 지옥에 갔는지,
극락으로 갔는지 알아보고 오너라."
"예, 다녀 오겠습니다."
스님은 일평생을 염불과 참선 수행을
하였지만 죽은 사람이 극락으로 가는지, 지옥으로 가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는데 마을에 사는 영감이 어떻게 저런 소리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잠시 후,
마당쇠가 돌아와 주인에게 다음과 같이
아뢰는 게 아닌가?
"지옥으로 갔습니다."
스님은 더욱 기가 막혔다.
저 마당쇠가 죽은 사람이 지옥으로
가는 것을 볼 수 있는 신통력이라도
있단 말인가?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있는데
주인이 잠시 후,
또 마당쇠에게 말하였다.
"아랫마을 김 진사도 죽었다는데,
그 사람은 어디로 갔는지 알아보고 오너라?"
마당쇠는 한참 만에 돌아와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김 진사께서는 극락으로 갔습니다."
이 말을 듣고 더 이상 궁금함을 억누를 수 없었던 스님은
주인에게 직접 물었다.
"처사님, 죽은 사람이 지옥에 갔는지,
극락에 갔는지를 어떻게 아시오?"
그러자 주인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죽은 사람 동네에 가면
금방 알 수 있지요.
조문하러 온 사람들이
'그 사람 나쁜 일만 일삼고
남을 못살게 굴었으니
지옥으로 갔을 거야' 라고 말하면 어디로 가겠습니까?지옥 밖에 더 있습니까?
그리고 '우리 동네에
꼭 필요한 사람이고
착하고 아까운 사람' 이라고
모든 사람들이 아쉬워하면
그 사람은 필경 극락에 갈 것이
아니겠습니까?"
사람은 살아있을 때
극락 가는 길은 자신이 정한다는 뜻을 깨달은 스님은 이후 불자들에게
열심히 평소 살아 있을 때 잘하라고
설파했다고 한다.
천당과 지옥도
살아 생전 본인의 선행에 따라
정해진다는 평범한 진리를 고전을 통해 새겨 보았습니다